2020년부터 적자전환에 6월 신용등급 하향…로열티·물류비 고정비용이 발목 “상품 구성 개선해야”
코리아세븐은 롯데그룹 계열의 편의점 운영사다. 1988년 설립된 코리아세븐은 1994년 롯데쇼핑에 인수된 뒤 백화점 CVS(편의점)사업부에 속했다가 1997년 롯데리아로 흡수 합병되면서 편의점사업본부로 개칭됐다. 이후 1999년 롯데리아에서 분리돼 코리아세븐으로 재설립됐다. 이어 2000년 일본 편의점 브랜드 '로손', 2010년 '바이더웨이'를 인수해 현재에 이르렀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은 BGF리테일의 CU, GS리테일의 GS25와 함께 국내 3대 편의점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실적은 ‘3대 편의점’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매출은 4조 683억 원으로 전년(4조 557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영업손실액은 8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422억 원)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1년 만에 507억 원의 영업이익이 사라진 것.
반면 경쟁사인 GS리테일의 지난해 편의점 부문 매출액은 6조 9715억 원으로 전년(6조 8564억 원) 대비 1.9% 상승했다. 같은 시기 영업이익은 2292억 원으로 전년(2564억 원) 대비 11% 줄었다. BGF리테일 지난해 매출은 6조 1678억 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5% 감소했다. GS25와 CU 모두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세븐일레븐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올 상반기 실적에서도 코리아세븐은 영업손실 58억 원, 순손실 78억 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매출 성장이 더딘 상태에서 수익성까지 악화하며 코리아세븐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1% 아래로 떨어졌다. 3%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경쟁사 GS25와 CU에 비해 수익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뿐 아니다. 코리아세븐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의 올 6월 말 부채비율은 377.1%, 차입금의존도는 39.9%를 보였다. 통상 산업계에선 부채비율 150% 미만, 차입금의존도 30% 미만인 경우 기업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말 정기평가를 통해 코리아세븐의 기업어음(기업이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어음형식의 단기채권) 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하향 조정하고, 무보증사채의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외부 지원 없이 단기간에 재무구조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평가까지 내놨다.
업계에선 코리아세븐의 고정비용 부담 구조가 손실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기술사용료(로열티)가 이 중 하나다. 코리아세븐 관계자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1988년 설립 이후부터 세븐일레븐 상표 및 운영기술도입 계약에 따라 미국 법인인 ‘7-Eleven’에 순매출의 0.6%를 로열티로 내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로열티로 272억 8200만 원을 지불했다. 영업손실액이 85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3배 가까이 되는 금액이 로열티로 빠져나간 것. 매년 지급해야 하는 로열티 특성상 코리아세븐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어도 고정비용이 축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고정비용인 물류비도 손실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코리아세븐은 자체 물류망을 가지고 있지 않아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계약을 맺고 배송 업무를 위탁 운영한다. 자체 물류시스템을 갖춘 CU, GS25와 달리 물류비가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물류비 규모는 1396억 원. 판매관리비(8871억 원)의 1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롯데그룹 계열사에 일감을 주는 것이지만 코리아세븐만 바라볼 땐 이득이 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상품 구성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편의점이 대형 유통 채널 중 재난지원금 사용처에 포함되면서 국내 각 편의점들은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PB(자체브랜드)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코리아세븐의 마케팅 방식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창업모델과 수익률은 비슷해 고객을 끄는 ‘미끼상품’이 필요한데 코리아세븐은 이 부분이 부족하다”며 “상품 구성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리아세븐 취임 2년 차인 최경호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최경호 대표가 취임한 당시인 지난해 초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9년 말 그가 코리아세븐 대표로 내정된 후 실적 반등을 위한 인적 쇄신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롯데그룹 측도 인사 발표 당시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전면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취임 후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최경호 대표가 위기를 맞았다. 1992년 코리아세븐에 입사해 28년 만에 대표직에 앉은 최경호 대표는 코리아세븐에서 영업부문장과 상품본부장 등을 두루 경험한 ‘편의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28년간 코리아세븐에만 몸담았던 터여서 코리아세븐의 변화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평가받았다.
실제 최경호 대표는 취임 후 프리미엄 점포 ‘푸드드림’ 등 플랫폼 다각화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전환 등 디지털화 선도에 앞장섰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코리아세븐이 영업이익률을 끌어 올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 업계가) 장기 출혈경쟁으로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니만큼 영업이익률을 높이려면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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