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재무 건전성 저조, ‘4조원 클럽’ 그룹 실적과 대조…푸르덴셜 통합 작업 적임자라는 평도
#지난해 3분기 이후 연속 적자
KB금융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듭하면서 금융지주 순이익 1위(리딩금융) 자리에 올랐다. KB금융의 3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1조 2979억 원으로, 누적 3조 772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1.1% 늘어났다. 이미 2020년 연간 순이익(3조 5022억 원)을 넘어선 터라 연내에 순이익 4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은행과 비은행 부문 모두 실적 호조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KB생명만큼은 웃지 못하고 있다. KB생명은 KB금융그룹의 IT(정보통신) 지원을 담당하는 계열사 KB데이타시스템을 제외하면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적자를 내고 있다. KB생명은 올해 181억 원의 누적 순손실을 보이며 지난해 3분기 이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KB생명의 적자 원인으로는 공격적인 GA(법인 보험대리점) 채널 확대 등이 꼽힌다. GA는 각 보험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보험 판매만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다. 이들에게 지급하는 초기 수수료 비용이 발생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허정수 KB생명 대표는 GA 영업 확대 등을 통한 신계약 중심 성장 전략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내 GA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형(설계사 100명 이상) 및 대형(설계사 500명 이상) GA가 보험사에서 얻은 수수료 수입은 7조 원을 넘겼다. KB생명은 지난해 말 전속채널 영업을 폐지하고 GA 채널로 전환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KB생명의 GA 시장 점유율은 현재 3위 수준으로 상승했다. 상반기 KB생명의 GA 채널 매출은 약 1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GA 채널 확대 '무리수' 지적
일각에서는 KB생명의 GA 채널 확대에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자회사형 GA 설립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를 시도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 상품 제조 등에 집중하고, 자회사를 통한 판매 강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올해 초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각각 미래에셋금융서비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하고 GA에 판매를 일원화했다. 이 경우 GA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투자자금 회수 기간을 단축시킴으로써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GA는 일종의 플랫폼”이라며 “성장률이 답보 상태인 생명보험사들이 대부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초기 비용이 많이 투자되고, 직원들의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면서도 “본사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GA를 자회사로 두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KB생명 관계자는 “신계약이 증가하면서 판매인에게 수수료가 집행되고 있는데, 이는 곧 영업이 굉장히 잘 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보험은 호흡이 긴 비즈니스라서 판매 실적이 당기순이익으로 반영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영업을 줄이면 순이익으로 돌아오겠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자회사형 GA 설립과 관련해서는 “전속 설계사가 충분히 많이 있는 회사들이 분사 형태로 자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며 “굉장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일이기도 해서 회사 사정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KB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이 다른 생명보험사에 비해 낮은 것도 좋지 않은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RBC는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생명보험사에서는 순자산을 책임준비금(보험금 지급 등을 위해 적립하는 금액)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한다. RBC가 100%를 넘으면 보험금을 지급한 뒤에도 보험사에 자금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 KB생명의 RBC는 153.71%로 금융당국에서 권고하고 있는 150%를 간신히 넘겼다. KB생명은 지난 5월 13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면서 상반기에 RBC를 184.45%까지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전체 24개 생명보험사 중 21위에 그쳤다. 다만 지난 8월 또 다시 7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는 등 RBC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사에는 RBC와 책임준비금이 가장 중요하다”며 “보험사가 실속 있게 운영돼서 고객이 필요로 할 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문제인데, 그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르덴셜생명보험과 실적 격차 커져
KB금융의 또 다른 생명보험 계열사인 푸르덴셜생명보험과 실적 격차도 나타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8월 그룹에 편입되면서 KB손해보험과 함께 보험부문 실적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올해 3분기 푸르덴셜생명의 누적 순이익은 2556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2278억 원)을 넘어섰다. 상반기 RBC는 업계 최상위 수준인 368.65%를 기록했다. 즉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에서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양사의 격차가 확연하다.
KB금융이 지난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서 양사의 점진적인 통합을 목표로 했지만 그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이 지난해 연달아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최근 IT 시스템 공동 개발·임원 겸직 선임 등 통합에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허정수 대표가 2015년 KB금융의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 및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의 완전자회사화 과정에서 통합을 주도했던 PMI(인수 후 통합) 전문가라는 점 역시 주목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 대표는 보통 단기간 실적을 내서 성과를 인정받아야 하는 임무가 있지만, 허 대표는 지주사와 KB국민은행에서 주요 보직을 맡아왔다”며 “푸르덴셜생명과 시너지를 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앞의 KB생명 관계자는 “(통합 작업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회장님께서도 각자의 장점을 살려서 양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라는 것”이라며 “언젠가 합쳐질지 몰라도 현재는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임기를 두 달여 남긴 허정수 대표의 연임 여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KB금융은 통상 12월 초를 전후로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열고 인사를 결정한다. 허 대표는 앞서 2018년 선임된 뒤 ‘2+1(2년 임기+1년 연임)’ 관행을 깨고 올해 재연임됐다.
KB금융 관계자는 “인사는 이사회 내의 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부분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12월 중순쯤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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