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FC 이끌고 내년부터 K리그2 출전…아들 고태규와 맞대결 “이겨야 한다, 내가 먼저 살아야”
#물 흐르듯 진행된 김포 FC의 프로화
지난 10월 25일, 김포가 K리그2 합류를 공식 선언할 당시 정하영 김포시장과 함께 전면에 나섰던 고정운 감독은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2020시즌부터 두 시즌째 팀을 맡고 있지만 본인 또한 이렇게 빨리 프로화가 진행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K3리그로선 2020시즌이 중요한 기점이었다. 세미프로구단들이 참가하는 기존의 K3 리그와 대전 한국철도,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강릉시청 등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실업팀들이 참가하는 내셔널리그가 통합됐기 때문이다. 구단 간 더욱 치열한 경쟁이 전개됐다.
고정운 감독은 "2020시즌 결과가 우리 팀이 프로로 진출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김포는 이전에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던 팀이었다. 하지만 규모가 크고 역사가 긴 실업팀들이 리그에 합류해 어려움이 예상됐다. 그래도 절반 이상의 성적인 8위에 오르며 팬들에게 박수를 받았고 구단을 운영하는 시청 측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K리그2 합류를 결정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새 경기장 건설이다. 김포종합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시용하던 김포는 2021시즌부터 김포솔터축구장에 터를 잡았다. 소규모 경기장이지만 의무실, 실내 트레이닝실 등 시설을 갖췄고 김포 구단이 직접 관리와 운영을 담당한다. 경기장 운영을 직접 하며 구단 예산이 대폭 늘어나자 '프로구단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긴 것이다.
고정운 감독은 "이전엔 정말 열악한 환경이었다. 김포종합운동장 시절에는 내가 씻을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화장실 수도꼭지에 고무호스를 연결해 씻어야 했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내가 직접 속옷만 입고 락스로 이곳저곳을 청소하기도 했다"며 "불과 1년 만에 많이 달라졌다.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운동장뿐 아니라 식사나 급여 문제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2022시즌부터 K리그2에 참가한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처음 김포 감독을 맡으면서 '훗날 K리그1에서 김포가 뛰는 것이 목표'라는 말을 했다.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말했던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분들 중 나보고 '미친놈'이라고 했던 분도 많았을 것이다(웃음). 그런데 이렇게 빨리 프로리그로 갈 줄은 몰랐다. 변화의 과정 속에서 도와주신 많은 분에게 감사 인사 전하고 싶다."
#김포의 성장이 간절한 이유
고정운 감독은 선수 시절 '적토마'로 불리며 당대 최고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A매치 77경기에서 10골을 넣으며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경험도 있다. 프로 무대에선 데뷔와 동시에 맹활약해 신인왕, MVP 등을 석권했다. K리그 최초 40-40클럽(40골 40도움)에 가입했으며 당시 K리거로선 최초로 거액의 제의를 받고 일본 J리그로 진출했다.
선수로서 큰 족적을 남겼지만 지도자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는 평가를 스스로 했다. 첫 시작은 대학 감독이었다. 1년이라는 계약을 채우기도 전에 프로팀 제의를 받고 코치 생활을 시작했고 여러 팀을 거치다 다시 학원축구로 돌아갔다. 이후 야인생활을 하는가 하면 대학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2018시즌에는 안양 FC 지휘봉을 잡으며 프로 무대에 등장했다. 하지만 안양과 인연도 오래 가지 못했다. 단 한 시즌 만에 사령탑에서 내려와야 했다.
"1년을 쉬다 우연한 기회에 김포로 왔다. 처음 내가 김포 감독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정운도 이제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프로팀에서 감독을 하다가 K3리그로 간다고 하니 그런 반응이 나온 것이다. 리그의 높낮이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대학에 있거나 해설위원 활동을 하며 운동장을 떠나 있는 기간이 있었는데 그 활동 중 배운 점도 많지만 지도자 생활에 대한 간절함이 더욱 커졌다. 그렇게 간절한 나에게 김포가 기회를 줬다. 나도 이 팀을 성장시켜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K리그2에서 김포가 보여줄 모습
고정운 감독은 이야기 내내 '감사함'을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잘 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김포 구단의 현재에 가장 기본 바탕이 됐던 것은 선수들의 활약"이라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프로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안팎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김포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이다"라면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김포는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발전을 해온 도시다. '김포쌀' 외에는 도시를 상징하는 무언가가 없다는 평가가 있다. 시민들이 우리 축구팀을 보며 즐거워하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남겼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공격축구'를 추구한다. 고정운 감독은 "어쨌든 축구를 즐기는 재미를 주기 위해선 공격적인 축구,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해야 한다. 많은 시민들이 축구장에 직접 찾아오도록 만들고 싶다. 김포는 축구 인기가 높은 도시다. 흥행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가 길지 않은 시민구단,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그는 "당연히 우리가 쓸 수 있는 재원은 한정돼 있다. K리그2에 가서 당장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최하위권을 면하는 것이 목표다. 김포 나름의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정운 감독은 이미 K리그2에서 1년간 경험이 있다. 그가 특별히 승부욕을 보이는 팀이 있을까. 그는 "'절대 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몇몇 팀이 있다. 어느 팀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운동장에서 직접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고정운 감독이 K리그2에 다시 등장하면서 또 하나 흥미로운 대결도 생겼다. K리그2에선 고 감독의 아들, 고태규가 안산 그리너스에서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 관계인 이들은 다음 시즌부터 운동장에서 상대팀 감독과 수비수로 만나야 한다. 그는 아들 이야기를 하면서도 승부욕을 불태웠다.
"고놈 내가 이겨야 한다. 걔의 장단점도 내가 잘 알고(웃음) 내가 사는 게 우선이다. 일단은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너무 자세한 것은 묻지 말아 달라. 부자지간 연 끊을 일 있나(웃음). 우리 팀도 좋은 성적 내고 태규도 다치지 않고 잘 뛰었으면 좋겠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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