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점유율 따라잡았지만 물류 처리 능력 확보 등 숙제…이마트 “미래 위한 투자, 시너지 발생할 것”
#이커머스 시장 지각변동
공정위는 지난 10월 29일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로 한 계약에 대해 독점 등의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고 승인했다. 이마트는 지난 6월 말 이베이코리아 지분 약 80.01%를 3조 4404억 원에 매입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고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이마트는 자회사 에메랄드에스피브이를 통해 이베이코리아 지분을 매입했다. 거래 계약에는 이마트가 일정 기간 후에 19.99%를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이 있다. 추후 이마트가 지분 100%를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커머스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점유율 확보에 애를 먹던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와 합병으로 업계 2위로 올라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네이버와 쿠팡의 점유율은 각각 17%, 13%로 업계 1, 2위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마켓, G9, 옥션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점유율 12%로 3위다. 이마트의 자회사 쓱닷컴(에스에스지닷컴)의 점유율은 3%다.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 점유율을 합하면 15%로 쿠팡을 제친다.
이마트가 몸집을 키우면서 기대감이 확대되는 분위기지만 우려도 나온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지마켓, G9, 옥션 등은 시장점유율이 브랜드 노후화 등의 이유로 정체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1.6%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이마트의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 브랜드들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려야 하지만 단기간 이뤄지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의 수익구조가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쓱닷컴은 직매입을 통한 온라인쇼핑 사업을 영위한다.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을 통한 수익모델을 구축했다. 둘의 결합으로 기대하는 만큼의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마트 측은 오히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기존의 사업 영역이 확장된 것으로 판단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쓱닷컴의 경우 직매입에 강점을 보이고 있고,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에 강점이 있다. 서로 없는 부분이 채워지는 것이니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빠른 배송이 필수인데…
시너지 효과로 총거래액이 늘어나도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심의 시각이 나온다. 현재 이커머셜 시장은 빠른 배송이 필수다. 쿠팡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제는 고객이 물건을 주문하면 하루 만에 받는 것이 일상이 됐다. 유통업계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물류 처리 속도 기준을 쿠팡의 로켓배송에 맞춰야 하는 시대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에 대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생활필수품 셀렉션(구색)도 강화됐기 때문에 물류 캐파(생산능력) 증설이 필요해진 상황”이라며 물류 캐파 증설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쓱닷컴의 일일 배송 가능 수량은 15만 건으로 쿠팡의 400만 건대를 크게 밑돈다. 오픈마켓인 이베이코리아의 물류 처리 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마트는 자동화 물류센터인 네오센터를 확장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답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마트의 물류는 네오센터와 PP센터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네오센터는 물류시스템의 자동화로 하루 수만 건의 배송 물량을 처리할 수 있지만 PP센터는 인력을 통해 직접 주문 물량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당시 이마트의 물류 처리 능력이 가장 의심이 됐다. 현재도 물류 처리에 강점이 있다고 볼 수 없는데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해 늘어나는 물류를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이베이코리아 인수 비용으로 물류 인프라 확대를 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마트 측은 “이마트 140개 점포를 온라인 거점 점포로 활용할 수 있다. 또 4년간 1조 원 정도 물류센터 확장을 위해 투자하게 됨에 따라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의 물량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베이코리아의 2020년 기준 순이익은 535억 2500만 원이다. 순자산 6758억 원의 이베이코리아 지분을 이마트가 3조 4404억 원에 매입했던 점을 감안하면 순이익을 통해 매입비용을 회수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출혈 경쟁까지 불사한다면 회수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드라마틱한 성장이 없이는 고가 인수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의 현재 가치가 아닌 미래 가치에 집중했다. 이마트가 디지털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베이코리아는 기존 이마트 사업에 많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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