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경제통’ 장점 갖췄지만 운신 폭 좁아…원희룡 차기 입지 넓혔지만 중도 비토 극복 과제
당초 국민의힘 경선은 싱겁게 끝날 것으로 점쳐졌었다. 윤석열 후보가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하면서였다. 하지만 윤 후보가 연이은 구설에 휩싸이면서 지지율이 떨어졌고, 그 사이를 홍준표 의원이 치고 올라갔다. 홍 의원은 2030 지지를 바탕으로 일반 여론조사에선 윤 의원보다 우위를 보였다.
최종 결과에서도 홍 의원은 41.50%를 기록하며 윤 후보(47.85%)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를 두고 홍 의원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긴 하지만 정가에선 그의 앞날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주를 이룬다. 경선 직후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 일”이라면서 “홍 의원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경선이었다. 앞으로 이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때 출마해 낙선한 홍 의원은 당내 조직이 취약하다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이번 경선에서도 홍 의원 캠프에 합류한 현직 국회의원은 조경태, 하영제 둘뿐이었다. 홍 의원이 ‘정치 신인’이라고 폄하했던 윤석열 후보 캠프에 30명이 넘는 의원들이 참여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각 지역의 당협위원장까지 합치면 윤석열 쏠림 현상은 두드러졌다. 이는 최종 경선에서 50% 비중을 차지했던 당원 투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홍 의원은 일반 여론조사에선 48.21%로 윤 후보(37.94%)를 10%포인트 이상 앞섰지만, 당원투표에서 크게 패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경선 기간 중 홍 의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천에 떨어졌다가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하거나 또 지지율을 끌어올려 윤석열 후보와 2강 구도를 이뤘던 것 모두 홍 의원 개인기 덕분이었다. 하지만 개인기로 하는 선거는 한계가 있다. 당 대표까지 지냈던 홍 의원 주변에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계파를 만들지 않았다고 자랑할 게 아니다. 이 정도 경력의 정치인이라면 따르는 후배들이 있어야 정상 아니겠느냐.”
홍 의원 재기에 물음표를 다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차출론도 나오긴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홍 의원이 경선 때 2030 지지를 받았다는 점 때문에 대선 역할론도 제기된다. 윤석열 후보 측 관계자는 “정권 교체를 위해 꼭 필요한 정치인이다. 홍 의원을 선대위로 꼭 모셔올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7.47%로 3위를 차지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유 전 의원은 ‘저평가된 우량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을 받지만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진 않기 때문이다. 여권의 정세균 전 총리와 비슷한 케이스라는 얘기도 들린다. 더군다나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휩싸인 후엔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유 전 의원은 ‘달라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유승민이 독해졌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나왔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유 전 의원이 원래 동료나 기자들에게 좀 까칠하게 대한다는 평이 많았다. 좀처럼 유 전 의원에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이번 경선을 보니 많이 바뀌었더라. 스스로 먼저 다가가고, 소위 ‘아재개그’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두 자릿수 득표에 실패한 유 전 의원 정치행보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보수진영에서 몇 안 되는 논객형 정치인’, ‘경제통’ 등과 같은 장점을 갖고 있어 향후 정권을 탈환할 경우 쓰임새가 많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당분간은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을 것이란 데에 무게가 실린다. 충성심 있는 지지층이 없고, 원외 인사라는 점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돌풍’ ‘대역전’을 자신했던 원희룡 전 지사는 3.17%를 기록했다. 캠프 내에선 ‘아쉽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원 전 지사는 경선 기간 ‘대장동 1타강사’로 화제를 모았다. 캠프 관계자는 “시간만 좀 더 많았더라면 상승세가 반영됐을 것이다. 원희룡이라는 이름을 전국에 알렸다는 점에서 실보단 득이 많았다고 자평한다”고 했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선 원 전 지사가 비록 득표율이 낮게 나오긴 했지만 ‘화제성’ 부문에서만큼은 좋은 점수를 매기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한때 연대설이 나왔을 정도로 윤 후보와 비교적 좋은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는 향후 당내 입지를 넓히거나 세를 확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원 전 지사의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원 전 지사는 부인의 이재명 소시오패스 발언 논란, 방송 토론 중 보여준 태도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부 강경 보수층에선 환호를 받았지만 중도층에선 곱지 않은 여론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차기’보다 ‘차차기’에 방점이 찍혀 있던 원 전 지사에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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