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용 화물차를 몰고 있는 운전자들에게 갑자기 운행정지 경고장이 날아왔다. 세금도 내고 지자체에 등록할 때 아무 문제도 없던 번호판이 이제 와서 '가짜 번호판'이라는 것이다. 졸지에 화물차를 운행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지만 번호판을 빌려준 운송회사도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화물차 번호판 발급이 허가제로 바뀌며 신규 발급이 제한되기 시작한 건 2004년. 이 당시 전국의 영업용 화물차는 약 35만대. 그런데 지금은 50만대에 육박한다. 번호판 발급을 규제했는데 40% 이상 화물차가 늘어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가짜 번호판을 찍어내는 카르텔은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한다. 화물차의 종류에 따라 번호판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견인차나 청소차용 번호판을 사들여 제일 비싼 컨테이너 운반 화물차용 번호판으로 둔갑시킨다.
지역별로 번호판을 관리하고 있는 사각지대를 노려 번호판 1개를 2개로 증식시키기도 한다. 일명 '쌍둥이 번호판'이다.
번호판 시장이 이렇게 혼탁하다보니 운송회사와 화물차 운전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 번호판을 달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불안감을 악용해 운송업자를 등친 변호사도 있었다. '가짜 번호판' 수사를 막아주겠다며 검찰 정보원과 함께 접근해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냈다.
이 변호사는 어떻게 이렇게 화물차 번호판 시장의 사정을 꿰뚫고 있었던 걸까. 알고 보니 이 변호사는 직접 가짜 번호판 사건을 여러 차례 수사해온 전직 검사였다.
화물차 업계는 50만대 중 5만대 정도는 가짜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것으로 추산한다. 약 1조 5000억 원 규모다. 그늘 속에 숨어 관리당국을 비웃으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번호판을 찍어내고 있는 카르텔의 실체를 파고들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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