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아주 크고 복잡한 사회적 변화다. 그래서 그것에 관해서 남북한이 이해가 엇갈릴 뿐 아니라 심지어 서로 다른 것을 뜻한다. 대한민국 시민들의 주류에게 통일은 북한을 대한민국의 체제 속으로, 즉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체제 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북한 정권은 처음부터 무력으로 남한을 병합하려고 시도했다. 그들의 공식적 입장이 무엇이든, 지금도 그들은 남한의 병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물론 양쪽 다 주류와 다른 견해들을 지닌 소수파가 존재한다. 남한엔 북한을 지지하는 ‘종북주의자’들이 상당한 세력을 이룬다. 북한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태도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들이 북한 정권과 다른 견해를 지녔을 가능성은 작지 않다.
자연히, 남북한 정부들이 통일을 논의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위험하다. 그들은 통일이란 말로 서로 다른 것을 뜻하며, 협력하기보다는 경쟁한다. 게다가 견해가 다른 소수파의 존재는 그들의 전략과 계산을 한결 복잡하게 만든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고를 수 있는 합리적 전략은 무엇인가? 먼저 우리 정부는 북한 정권의 전략이 우리의 전략과 정면으로 부딪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 정권은 남한을 강제로 병합하겠다는 목표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적 통일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뜻한다. 북한 정권의 유일한 목표는 자신의 생존이고 모든 다른 목표들은 그것에 종속되므로, 북한 정권은 평화적 통일에 대해 본질적으로 적대적이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통일을 추진하면, 북한과의 관계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비영합경기(non-zero-sum game)에서 경쟁의 요소가 극대화되어 드러내놓고 적대적인 영합경기(zero-sum game)로 후퇴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를 제안하자, 북한이 이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에서도 이 점은 잘 드러났다.
우리는 앞으로도 평화 통일을 추구할 것이고 우리 시민들이 그 일을 논의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일차적 책무는 나라를 안전하게 하는 것이다. 그 책무를 잘 수행하려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서 북한의 공격을 억지하는 일이 긴요하다. 평화적 통일은 일단 그 일차적 목표에 도움이 되는 한도 안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통일을 위한 노력에서 시민들의 열망과 정부의 역할은 분명히 구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설가 복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