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카멜리아힐 산책로. |
여수 오동도, 강진 백련사, 장흥 천관산, 고창 선운산, 거제 지심도…. 하고 많은 동백군락지를 두고 왜 하필 가장 멀리 떨어진 제주냐고 의문을 던지며 불평할 사람이 있을 줄 안다. 물론 이해한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너무 그러지들 마시라.
그럼 그 이유에 대해 이제 설명을 하겠다. 이번 동백여행지로 찜한 제주 카멜리아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동백으로 가득 찬 곳이다. 이곳에는 세계의 희귀동백이 무려 500여 종이나 있다.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는 6000여 주에 달한다. 이 정도라면 왜 다른 곳 다 두고 제주로 떠나는지 납득가지 않을까. 그것도 모자라다면 다른 이유도 댈 수 있다.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숲길, 다양한 쉴 공간…. 더 필요한가.
카멜리아힐은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에 자리하고 있다. 안덕계곡이 있는 동네다. 거리상으로는 중문관광단지에서도 멀지 않다. 카멜리아힐은 우리말로 동백언덕을 뜻한다.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동백식물원이다. 카멜리아힐은 동백박사 양언보 씨(65)가 26년 동안 자나 깨나 동백나무를 심고 가꿔온 결과물이다. 특이한 동백 수종이 있다는 소식만 들리면 세상 어디든지 달려가서 구해오고야 마는 집념을 보인 끝에 양 씨는 지금의 카멜리아힐을 만들어냈다.
동백은 일반적으로 향이 없는 꽃인데 세계적으로 8종의 동백이 향을 갖고 있다. 그 중 6종이 이곳에 있고, 수령이 250세나 되는 높이 10m의 동백나무도 여기 있다. 동백은 10월 말에서부터 이듬해 4월까지 꽃이 피는데, 이곳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일찍 개화하는 나무도 있다. 9월 말에 꽃이 핀다.
이맘때의 동백여행이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떨어져 흐드러진 꽃송이들이 애잔함을 더하기 때문이다. 카멜리아힐는 ‘동백올레’로도 불린다. 올레는 집에서 한길에 이르는 좁은 길을 뜻하는 제주말이다. 이게 걷기열풍과 함께 산보하기 좋은 제주의 오솔길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카멜리아힐 또한 이 숲을 찾은 이들을 위해 올레길처럼 편안한 산책로를 개발했다. 동백나무를 담벼락처럼 양옆으로 심어 놓거나, 돌담을 쌓아 길을 냈다.
카멜리아힐에는 걷는 순서대로 야생화올레, 유럽동백올레, 사상까올레, 홍가시나무올레, 전통올레, 아·태동백올레, 새소리바람소리올레가 있다.
가장 먼저 만나는 야생화올레는 맥문동, 할미꽃, 작약, 찔레꽃, 수선화, 구절초, 문주란 등 100여 종의 야생화와 후박나무, 비자나무 등이 식재된 곳이다. 요즘은 수선화가 곱다. 다른 야생화들을 보기에는 철이 이르다. 5월이 지나고부터는 사정이 달라져서 수많은 야생화들이 피고지기를 거듭하며 향기를 흩뿌린다.
유럽동백올레는 동백꽃잎이 양탄자처럼 깔려 황홀한 곳이다. 100여 종의 유럽 각국의 동백들이 식재되어 있다. 한 나무에 두 가지 색깔의 꽃이 피는 동백, 잎이 작은 영국동백, 접시꽃보다 더 큰 동백 등 과연 저게 동백인가 싶은 꽃들이 가득 피어 있다. 겹동백이 압도적인데, 이곳 유럽동백올레의 것들은 우리나라 토종 홑동백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것들은 송이채 떨어지는 반면에 유럽동백들은 꽃잎이 하나하나 해체되듯이 떨어지며 비처럼 날리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바닥에 꽃송이가 아니라 꽃잎이 수북이 깔려 있다.
유럽동백올레를 지나면 사상까올레다. 향기가 나는 동백숲으로 10월부터 피기 시작해 12월까지 절정을 이루는 곳이다. 지금은 거의 진 상태여서 아쉬움이 크다.
역시 시기가 안 맞아 아쉬운 곳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홍가시나무올레다. 홍가시나무는 새순이 돋는 5월경이나 낙엽이 지는 늦가을 무렵 온통 붉은 빛으로 변한다.
가장 마음 편한 곳은 역시 전통올레다. 제주의 전통적인 올레처럼 조성됐다. 야트막한 돌담길을 만들고, 돌담 안쪽으로 동백나무를 심었다. 한쪽에는 안심정(安心亭)이라는 정자도 세웠다. ‘편안하게 마음을 쉬어가라’는 의미다.
전통올레 너머에 있는 아·태동백올레는 지금이 가장 좋은 곳이다. 중국, 일본, 미국 등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동백들이 주로 식재돼 있다. 우리 기후와 비슷한 곳들의 동백으로 4월까지 꽃에 힘이 있다.
새소리바람소리올레는 보순연지라는 연못 쪽으로 이어지는 길로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어우러져 조성된 곳이다. 자연에 보다 가깝게 둔 곳으로 편안하게 느껴진다.
올레 외에도 카멜리아힐에는 마음의 정원과 전통초가, 갤러리카페 등의 공간이 더 있다. 후박나무길에 접해 있는 마음의 정원은 유럽식으로 조성된 곳이다. 정갈하게 단장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꽃잔디가 화려하게 필 태세다. 전통초가는 누구나 지나다가 툇마루에 앉아 쉴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마당 왼쪽에는 50여 개의 장독대 뒤로 매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하얀 꽃을 곱게 피웠다. 초가의 처마에는 풍경이 달려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풍경이 청아한 소리를 낸다.
갤러리카페는 동백을 소재로 한 여러 작품들이 전시된 곳이다. 판화, 드로잉, 사진, 도자기 등의 작품들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카페로도 활용하고 있다. 동백나무에 자생하는 겨우살이로 만든 차가 구수하다. 겨우살이에는 ‘렉틴’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면역증강과 항암작용에 특효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갤러리카페 앞에는 잔디광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아직은 비록 누르스름한 끼가 많지만, 이제 곧 이곳은 푸른색으로 옷을 바꿔 입을 것이다. 햇살 좋은 봄날 돗자리를 깔고서 가족들과 피크닉을 즐기면 좋을 장소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제주(공항)→1135번 도로(평화로)→동광→1116번 도로→상장교차로 지나 새소망요양병원 앞에서 좌회전→카멜리아힐
▲먹거리: 카멜리아힐이 있는 상창리에는 음식점이 많지 않다. 안덕계곡 쪽이나 차라리 중문으로 이동하는 것이 낫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안덕계곡 방면에는 청정흑돼지나라(064-792-4492), 중문으로 내려가다 보면 중문관광단지 닿기 전에 쉬는팡(064-738-5833)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둘 다 제주 토종 돼지고깃집으로 아주 유명하다.
▲잠자리: 카멜리아힐 내에 목조별장과 스틸하우스라는 숙박시설이 있다.
▲문의: 카멜리아힐(http://www.camelliahill.co.kr) 064-792-0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