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하거나 거대 양당과 손잡거나…일각에선 ‘제3지대 단일대오’ 관측도
안철수·심상정 운명 공동체론 확장판은 ‘제3지대 단일화’다. 마이웨이를 택한 이들이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과 힘을 합치지 않고 제3지대 단일대오를 형성한다는 게 제3지대 대선 플랜B의 핵심이다.
제3지대 단일화까지는 가시밭길이 불가피하지만 내년 3·9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확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판세에 따라 ‘민주당 vs 국민의힘 vs 제3지대 단일 후보’가 맞붙는 3자 구도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특히 제1야당 대선 경선 직후 ‘킹메이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귀환이 임박한 것도 제3지대 단일화를 추동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의’의 원톱인 총괄 선대위원장직을 사실상 수락하자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의 문이 닫히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전 위원장과 안 후보의 ‘질긴 악연’ 때문이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후로 시작된 둘의 악연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까지 10년간 지속됐다. 당시 안 후보는 자강론을 고수한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오세훈 후보 뒤의) 상왕”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응수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원톱을 맡으면 보수 단일화 성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의 골’도 보수 단일화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서울 노원병을 놓고 경쟁을 했던 이들은 내년 3·9 서울 종로 보궐선거 후보군에도 올라있다.
여야 복수 인사들은 “윤석열 후보가 0선의 정치 신인인 만큼, 이준석 대표와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것”이라며 “안 대표의 입지는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수 단일화가 무산된다면, 진보 단일화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다야 체제로 간다면, 진보진영의 단일화 요구도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민주당과 정의당의 보완재 관계가 희석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심 후보도 11월 3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책임 연정을 시작하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겠다”며 “이번 대선은 최소한 3자 박빙 대결로 끝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책임 연정을 고리로 제3지대 인사들을 껴안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다만 정의당과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양당 체제 종식을 담은 공동선언 이상은 아직”이라며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제3지대도 각기 다른 셈법을 가진 만큼, 이들의 플랜B도 동상이몽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안철수·김동연 후보 등은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 서울 종로 보궐선거 차출론에 휩싸였다. 정의당 한 관계자도 제3지대 단일대오에 대해 “가치 연대가 없는 단일화는 상상력 가득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했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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