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수놓는 동화책, 질박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빚어내는 그릇, 숲 속 평화가 깃든 음악까지 예술과 삶이 공존하는 밥상을 만난다.
충남 부여의 평범한 마을. 그러나 이곳엔 전혀 평범하지 않은 이가 살고 있다. 헝겊동화책 작가인 유바카 씨가 그다. 바카 씨는 배냇저고리 모양의 헝겊에 태몽을 수놓아 동화책을 만드는가하면 부모님의 약혼사진을 헝겊 동화책에 넣어 애틋한 사부곡(思父曲)을 담는다.
그런데 누가 봐도 개성 가득한 '바카'라는 이름은 본명일까. 물론 아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아름다운 본명이 있지만 허브의 일종인 '박하'에서 이름을 빌려와 활동명으로 삼았단다. 나무와 꽃과 허브로 가득한 그의 정원을 보면 금세 수긍이 간다. 그런데 바카 씨에게 정원 가득한 모든 것은 그대로 밥상이 되기도 한다.
바카 씨는 스스로를 '밥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자연이 내어준 것들을 아낌없이 활용해서 세상에 없는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기 때문이란다. 그의 밥상을 보면 이 또한 금세 수긍이 된다. 뒷마당의 단호박을 가져와 쪄서 신데렐라의 마차를 만들고 거기에 마당에서 제일 예쁜 꽃들을 장식하더니 이 요리의 이름은 "신데렐라야 부럽지?"라고 말하며 천진하게 웃는 바카 씨.
맛이 절정에 달한 가을무를 쪄서 속을 파내고는 무청으로 등갈비를 둘둘 감아 된장으로 얼큰하게 지져서 담는다. 이 기상천외한 요리의 이름은 "무순 일이야?"란다. 우리 주위의 흔한 재료로 재치있고 환상적인 요리를 만드는 바카 씨. 그의 톡톡 튀는 상상력으로 연출하고 차려낸 맛도 좋고 보기에도 좋은 밥상을 함께 맛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부산 기장군 장안읍의 도예가 부부의 밥상, 무주의 자연과 음악이 주는 치유의 밥상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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