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패스’ 영화관부터 각종 오프라인 행사 꿈틀…나훈아콘서트 등 연말 대형 무대 스케줄 잇따라
대중음악공연계 역시 연말 특수를 타고 크고 작은 콘서트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단계적 일상회복 시작 전후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현 상황에서 빗장 풀기는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있지만, 2년 동안 유례없는 손해를 본 만큼 더 이상 일상 회복을 늦췄다간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지적이 우세하다.
#‘백신 패스관’부터 오프라인 행사까지
영화계는 ‘위드 코로나’와 맞물려 이전의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입소문을 타고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듄’을 시작으로, 올해 가장 손꼽히는 대작으로 많은 팬들을 기대하게 한 마블 스튜디오의 ‘이터널스’까지 관객 수를 책임지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먼저 영화관의 빗장을 풀었다. 이어 연말까지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 라인업이 준비돼 있다. 대작들을 통해 극장가로 유입된 관객들이 블록버스터 외의 다른 작품으로도 연결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멀티플렉스관에서 ‘백신 패스관’을 운영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백신 패스관은 띄어 앉기 좌석을 해제하고 마스크를 벗은 채 팝콘, 음료 등을 취식할 수 있는 관으로 매일 일정 회차 소수의 관에 적용하고 있는 특별관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아직 감염 우려가 큰 탓에 생각만큼 많은 호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점차 일상이 회복됨에 따라 관객들이 늘어나고, 백신 패스관 운영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상을 되찾는 영화관과 함께 개봉을 앞둔 영화들도 코로나19 시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운영되거나 축소돼 왔던 기자간담회와 무대인사가 부활하는 것은 그 시발점이다. 11월 10일 개봉한 유오성·장혁 주연의 범죄 액션 누아르 ‘강릉’은 위드 코로나의 한국 영화 첫 주자로 지난 11월 1일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오프라인 무대 인사를 함께 진행했다. 개봉 첫 주 주말에도 무대인사로 오랜만에 가까이에서 일반 관객들과 호흡할 예정이다.
이어 연말까지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들도 숨가쁜 홍보에 나섰다. 11월 17일 개봉하는 류승룡·오나라의 코믹 로맨스 영화 ‘장르만 로맨스’, 11월 24일 개봉을 앞둔 윤계상의 ‘유체이탈자’와 손석구·전종서의 ‘연애 빠진 로맨스’, 12월 개봉 예정인 설경구·이선균의 ‘킹메이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대기 중이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확진자 추이를 보면서 기자간담회나 무대 인사 등 오프라인 행사를 확대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라며 “해외 블록버스터 영화들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 많아지고 있는 기세에 올라타서 지난해보다 비교적 괜찮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콘서트·공연 방송 방청 부활 “방역 허들 낮아져야”
코로나19 여파로 영화계만큼이나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대중음악 공연업계였다. 집합금지가 이어지면서 크고 작은 공연장이 문을 닫았고 특히 인디신에서 활약하던 밴드와 가수들은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에 9월 8일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무너진 대중음악 공연산업에 대해 정부가 직접 해결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기에 이르기도 했다.
그런 만큼 공연업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에 거는 기대는 높다. 10월 28일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환기 상태가 양호한 대형 실내 공연 시설에서 마스크를 낀 상태로 머문다면 식당·카페보다 안전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마스크를 낀 채 함성을 지르지 않고 스탠딩이 아닌 좌석제로만 운영한다면 비말이 튈 가능성도 없고 감염 우려도 적다는 것이다.
그동안 방역 단계가 조정되더라도 유독 공연장에 대해서만 특별 방역지침을 적용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나 왔다는 게 공연업계의 지적이었다. 그 결과 지난해 콘서트 티켓 매출액이 전년 대비 85% 감소했고, 올해 1~8월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하면서 고사 직전에 놓인 가운데 이번 단계적 일상 회복 지침이 그야말로 동아줄이 됐다.
이에 올해 연말엔 대형 공연들이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섰다. 먼저 ‘효도 티케팅’으로 매번 치열한 예매 전쟁을 치르는 가수 나훈아의 콘서트 ‘어게인 테스형’이 오는 12월 10~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지난여름 코로나19 4차 대유행 속 대구 콘서트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던 나훈아는 이후 예정됐던 부산·서울 공연을 연기한 바 있다. 나훈아의 소속사인 예아라예소리 측은 “결코 환영할 순 없지만 이제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을 그냥 곁에 두고 함께 가기로 마음을 다졌다”며 “이 불청객과 싸우고 다투는 사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넋 놓고 세월만 까먹었다. 이제 잃어버린 세월을 다시 돌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가 송년 특집으로 준비 중인 가수 임영웅의 단독 콘서트 ‘위 아 히어로, 임영웅’도 방청객과 함께하는 대면 공연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의 경우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에 따라 ‘열린음악회’와 ‘유희열의 스케치북’ ‘뮤직뱅크’ ‘불후의 명곡’ 등 음악 공연 방송을 방청객 대면 방송으로 천천히 전환 중이기도 하다. 방송가 관계자는 “그동안 유독 대중음악공연에서만 강한 방역 지침이 적용돼 왔으나 이번 위드 코로나에 맞춰 대중음악공연에도 지침이 어느 정도 완화돼야 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 침체돼 있던 공연업계도 어느 정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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