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텅빈 극장가 지키며 잔잔한 파장…OTT와 다큐멘터리 협업 시도 주목받아
최근 극장가에서 잔잔한 돌풍을 일으킨 영화들이 있다. 배우 최성은 주연의 ‘십개월의 미래’, 김태훈 주연의 ‘좋은 사람’ 등이다. 제작비 10억 원 미만인 이들 작품은 살면서 겪을 법한 미묘한 순간을 포착하거나 믿음과 의심이라는 감정의 경계를 섬세하게 그려 호평 받았다. 관객의 발길이 뚝 끊긴 극장가에서 1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작’이기도 하다.
다큐영화들의 선전은 더욱 눈에 띈다. 최근 한 달 사이 개봉한 다큐영화는 4~5편에 달한다. 세상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정치인의 일대기를 그린 ‘노회찬 6411’부터 강원도 산골의 외딴집에서 혼자 살아가는 만학도 할머니의 삶을 담은 ‘한창나이 선녀님’, 타의에 의해 탈북자 신세가 된 북한 여성이 주인공인 ‘그림자 꽃’까지 그 소재와 메시지도 다채롭다. 이들 작품은 한국영화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연기한 탓에 일종의 ‘무주공산’이 돼 버린 극장가를 지킨 ‘파수꾼’이다.
#DMZ영화제가 발굴
가을 극장가에서 단연 돋보이는 흐름은 다큐영화들의 잇단 개봉이다. 제작 편수가 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극장 개봉에 ‘겁’을 내 차일피일 공개를 미룬 한국영화들이 떠난 자리에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물론 과거 개봉일이나 개봉관 확보조차 어려웠던 다큐영화가 상업영화들이 떠난 자리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개봉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미미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흥행성과도 내고 있다. 가장 먼저 개봉한 ‘노회찬 6411’는 2만 7000여 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고, ‘한창나이 선녀님’과 ‘그림자 꽃’은 관객의 꾸준한 지지 속에 누적 7000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2년째 지속되면서 독립예술영화의 상황은 더 악화된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독립영화 관객 5000명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한다면 흥행 기준선인 1만 관객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근 다큐영화들의 관객 동원을 결코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는 이유이다”고 밝혔다.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는 다큐영화들에는 공통점도 있다. 바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지원으로 제작의 초석을 마련하거나 작품의 가치를 먼저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원호연 감독의 ‘한창나이 선녀님’은 2021년 9월 열린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초청돼 관객의 최고 평점으로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승준 감독의 ‘그림자 꽃’ 역시 2019년 최우수 한국다큐멘터리상을 받았고, 개봉을 앞둔 이일하 감독의 ‘모어’는 올해 아름다운기러기상 수상작이다.
오랜 현장 경험 쌓은 감독들이 내놓은 이들 작품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사람을 담아내는 창의 역할도 톡톡히 맡고 있다. 영화 ‘부재의 기억’을 통해 2020년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 진출한 최초의 다큐멘터리 연출자로 기록된 이승준 감독의 ‘그림자 꽃’이 대표적이다. 브로커에 속아 탈북한 김련희 씨가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벌이는 오랜 투쟁을 담았다. 한국에 10년째 살면서 “나는 평양시민”이라고 외치는 주인공의 처절한 싸움을 통해 탈북 문제에 환기를 일으킨다.
이태원의 유명 댄서이자 발레리나를 꿈꿨던 뮤지컬 배우 모지민의 이야기인 ‘모어’도 세상이 소수로 분류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물론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잇단 화제를 뿌리고 있다.
현재 ‘한창나이 선녀님’은 전국 여러 지역에서 관객들의 단체관람을 이어간다. 11월 1일부터 극장에 ‘백신패스관’이 도입되면서 단체관람은 더욱 활기를 띤다. 평생 글을 모른 채 농사짓고, 소 키우면서 깊은 산골에서 살았던 주인공 임선녀 할머니가 남편의 유언에 따라 글을 배우면서 겪는 삶의 변화가 동시대를 살아낸 세대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는 평가다. 영화의 배경인 강원도 삼척 등 지역에서는 한동안 문화생활에서 소외됐던 노년층의 극장 관람도 계속된다. ‘단체관람 훈풍’은 다큐영화의 경쟁력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OTT 시장 ‘킬러콘텐츠’ 주목
다큐멘터리 등 독립예술영화가 OTT 시장에서도 과연 경쟁력을 발휘할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최근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까지 국내에 상륙하면서 넷플릭스를 필두로 토종 플랫폼 웨이브와 티빙, 왓챠까지 어우러진 ‘OTT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콘텐츠 수급이 절실한 이들 OTT 입장에서 한국 사회와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이야기를 담아낸 독립예술영화, 그중에서도 다큐영화에 주목할 가능성은 크다. 실제로 OTT와 다큐멘터리의 협업 시도는 확대되고 있다.
이어 더해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사상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상황도 한류 콘텐츠의 한 축인 독립예술영화에 긍정적인 신호탄이다. 공개 두 달여 만에 세계적인 흥행작 ‘왕좌의 게임’이 쌓은 10년의 기록을 갈아치운 ‘오징어 게임’이 드라마를 넘어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또 다른 장르로 관심을 확대할 기폭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활발하다.
‘한창나이 선녀님’을 연출한 원호연 감독은 “OTT 플랫폼이 확대되고 콘텐츠의 경계도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시각을 갖추고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을 시도하는 다큐영화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 콘텐츠 전반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데 실재하는 이슈나 사람들을 깊이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만의 감정이 OTT와 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OTT 시장에서 다큐멘터리의 성과는 꾸준히 이어졌다. 넷플릭스의 다큐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은 남아프리카 깊은 바다에서 만난 문어와 감독의 교감을 통해 세상의 신비함을 다룬 화제작이다. 최근 넷플릭스 인기 순위 상위권에 오른 ‘레인코드 킬러’는 연쇄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범죄심리학으로 풀어낸 다큐멘터리로 주목받았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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