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증가와 식습관 변화로 전 세계 곡물 가격 급등…농촌 보호 위해 29개 품목 수출 제한 조치
관계 부처들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 세계 옥수수 가격은 83% 폭등했다. 같은 기간 콩은 56%, 밀은 33% 올랐다.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수확은 부진했기 때문이다. 유엔에 따르면 1년간 전체곡물 가격은 평균 30% 올랐는데,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큰 폭이다.
곡물이 품귀 현상을 빚자 일부 지역에선 사재기 조짐도 나타났다. 한 전문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렇다고 물론 중국인들이 굶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식량안보 정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지금보다 수십 배 비싼 가격으로 식품을 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식량 수요가 늘어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우선 인구 증가다. 2021년 6월 기준 전 세계 인구는 78억 명가량이다. 1800년 10억 명에서 두 배인 20억 명으로 늘어나기까진 130년이 걸렸다. 그런데 1970년대 40억 명을 돌파한 이후 불과 50여 년 만에 두 배 가깝게 인구가 불어난 셈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육식이 확대된 게 나머지 이유다. 닭, 오리, 돼지, 소 등의 생산엔 곡물이 필수적이다. 보통 7kg의 곡물이 있어야 1kg의 소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 가장 곡물이 적게 드는 닭고기를 1kg 생산하기 위해선 2kg의 곡물이 필요하다. 여기에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경작지는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대규모 식량난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과학 기술(비료, 종자, 관개, 농약 등) 향상 덕분이다. 단위 면적당 생산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이미 넘어섰다는 게 당국의 우려다.
세계 인구는 2050년 100억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육식화 추세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1인당 육류 소비는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개발도상국들은 더욱 그렇다. 갈수록 육식화가 진행된다면 곡물은 턱없이 부족해진다.
식량문제 이면엔 농업을 바라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차이도 존재한다. 선진국은 ‘환경 보호’에 방점이 찍혀있다. 농업은 탄소 및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부식층과 토양의 소실은 대기 중에 매년 약 58억 톤(t)가량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식량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1%에 달한다.
선진국은 저탄소 농업을 강조한다. 개발도상국을 향해선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한다. 미국의 경우 농장주가 휴경을 선택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대다수 선진국들은 휘발유에 곡물로 만든 이른바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섞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상당수는 여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적지 않은 나라가 여전히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고 있다. 고도의 기술, 자본이 필요한 저탄소 농업을 적용할 여유나 비용이 그들에겐 없다.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 식량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처지다. 때론 돕지만 때론 경쟁을 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인의 농지 구입을 금지하고, 이미 산 농지의 경우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입법을 진행 중이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갈등과 함께 미중 간 게임은 전 세계 식량의 중대 변수다.
당국이 식량안보 정책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부족해진 곡물, 미국과의 패권 전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10월 15일 29종 화학 비료 품목 수출 검역 관리 방식을 변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품목은 반드시 당국 승인을 받아야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의 수출 규제인 셈이다.
당국은 비료, 곡물 등의 국제 가격이 급등할 경우 농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봤다. 이는 1차 산업인 농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베이징대 한 교수는 “1차 산업이 없으면 2차, 3차 산업도 없다. 세계 식량시장은 지금 약균형, 공급 부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국가차원의 식량안보 정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허난과 산시 등 가뭄이 극심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는 것이다. 류리화 농업농촌부 재배업관리국 부국장은 “올해는 역대급으로 많은 곡물이 생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역대급 폭설로 생산량이 기대를 밑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1월 7~9일 랴오닝성엔 대규모 폭설이 내렸다. 1951년 이후 최대치다. 또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도 내렸다. 11월 5일 퉁랴오시에도 폭설이 내렸다. 기상 당국은 올겨울 한파가 몰아닥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겨울철 식량 생산을 방해할 수 있다.
농업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 블로거는 “식량안보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인구증가 속도를 곡물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동시에 농작물과 농지도 개량해야 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사막과 알칼리성 토지 등에서 경작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식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생태계 전반을 바꾸는 일까지,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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