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하반기 K-콘텐츠가 대풍작을 맞았다. 그 주인공은 넷플릭스의 9부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다. 지난 9월 17일 공개된 이래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나라 중 절반에 달하는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전 세계 1억 1100만 가구 이상이 시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품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등 게임 속 놀이 또한 열풍에 올라탔다. 각종 놀이 및 주변에 있을 법한 등장인물들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난 한 달간 미국, 프랑스, 중국,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오징어 게임' 신드롬의 뜨거운 열기를 직접 취재하며 세계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또 '오징어 게임'과 떼놓을 수 없는 플랫폼 넷플릭스를 분석하며 신드롬 이후 K-콘텐츠가 나아갈 길을 살펴봤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분장을 하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는 핼러윈데이. 올해의 경우 예년과 다른 복장이 눈길을 끌었다. 도형이 그려진 가면과 분홍색 옷을 입은 진행요원 그리고 각종 숫자가 적힌 녹색 체육복. '오징어 게임'의 상징과도 같은 분장이다. 핼러윈데이는 물론 그 전후로도 세계 곳곳에서 '오징어 게임'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실제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듯 딱지치기와 줄다리기 등 한국 전통 놀이에 심취하는 한편 오징어 게임이 자신들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팔레스타인 시민 등 작품에 대한 나름의 감상을 주고받는 사람들. 미국 LA와 뉴욕,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팔레스타인 라와비 및 넷플릭스 시청이 금지된 중국의 베이징 등에서 흥행 요인을 살펴봤다.
팔레스타인 '오징어 게임' 행사 참가자 달라이 파는 "'오징어 게임'은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똑같아요. 당신이 검문소에서 조금이라도 잘못된 행동을 하면 (드라마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처럼 죽어요. 게임 속 놀이는 우리 얘기예요. 그것이 우리 팔레스타인의 현재 상황입니다"라고 말한다.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가 나온 오징어 게임. 그중 '깐부'는 친한 친구, 단짝 친구를 뜻하는 단어로써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렇다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는 단연 오징어 게임의 깐부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황동혁 감독이 10년 넘게 묵힌 이야기를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영상화시켰으며 세계 곳곳에 송출은 물론 자막과 더빙 서비스까지 제공하여 흥행에 일조한 넷플릭스.
국내외의 많은 시청자들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DVD 대여업체에서 전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 플랫폼이 되기까지 넷플릭스의 발자취 및 특징들을 하나하나 분석해봤다.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유건식 소장은 "넷플릭스에서 만든 새로운 모델은 전 세계 동시 공개 콘텐츠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정말 잘한 것은 자막과 더빙을 동시에 작업해서 한 번에 유통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파급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죠"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이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는 동안 그 이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넷플릭스 측에서 작품의 IP(지식 재산권)를 독점하거나 국내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지적. 넷플릭스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정책 총괄 부사장 등 관계자의 입을 통해 창작자들에게 '창작자들에게 정당하고 충분한 수익 배분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한국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를 전 세계 다른 ISP와 똑같이 대우하겠다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 시즌 2의 제작이 확정되었으며 앞으로도 국내의 많은 창작자가 넷플릭스를 등용문으로 삼고자 노력하는 상황. 특히 오징어 게임 성공 이후 K-콘텐츠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고 넷플릭스의 장점이 조명받으며 국내 창작자와 플랫폼 두 주체가 상생하는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위해 국내외의 제작자와 학자, 평론가 등이 전하는 제언을 들어봤다.
버라이어티 마이클 슈나이더 부편집장은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의 가치를 알고 있습니다. 재능 있는 이들을 계속 행복하게 하고 그러한 인재들을 넷플릭스의 가족으로 유지하고 싶다면 그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을 보여 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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