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재판부 기피·기각·항고 반복…양승태 증인 150명 1심만 3년째…빨라도 내년 말 1심 선고 가능성
임종헌 전 차장은 2018년 11월 구속기소된 지 3년, 양 전 대법원장도 2019년 2월 구속기소된 지 2년 9개월이 흘렀다. 문제는 앞으로도 1심 선고가 언제 나올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두 재판 모두 피고인들이 재판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개월 이상 지연됐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은 올해 2월 법관 정기인사로 사실상 멈춰 있었다가 11월 3일에서야 재개될 수 있었고, 임 전 차장 재판 역시 6개월 가까이 진행되지 못했다.
남은 일정은 더욱 기약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제 반환점을 돈 수준이다. 남은 증인 신문 일정을 고려할 때 빨라도 2022년 말, 늦으면 2023년 중순은 돼야 1심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2심과 대법원 일정까지 고려하면 유·무죄 및 형 확정은 2024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권이 바뀐 뒤 임명될 대법원장 체제에서 재판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여전히 공전 중인 재판들
11월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120번째 공판에는 심경 김앤장 변호사 등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이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심경 변호사는 인사심의관 시절 법원 내부망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반대하는 글을 올린 판사들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한 공판이었다.
임 전 차장 사건은 증인 신문이 이뤄지고 있지만,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은 2월부터 아예 멈춰서 있었다. 11월 3일에서야 9개월여 만에 증인신문이 이뤄지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이 재개될 수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이 멈춰선 것은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형사소송법 및 규칙에 따른 절차를 정석대로 밟자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법관 정기 인사 때,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사건을 담당했던 1심 재판부 3명은 모두 교체됐다. 재판부가 변경되면 기존 재판부로부터 인계 받은 내용과 증거 자료 등을 토대로 이어서 공판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원칙대로 하자며 공판절차 갱신을 요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앞선 1심 재판부가 했던 증거 조사 녹취파일을 하나하나 재생하는 방식으로 공판절차를 갱신해야 했고, 이를 위해 7개월의 시간이 소비됐다. 그동안 새로운 증인 신문 없이 사실상 재판은 멈춰 있었다.
판사 출신 피고인들의 전략이기도 하다. 임종헌 전 차장 사건 역시 임 전 차장 측의 요청으로 재판이 장기간 지연된 바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가지고 재판을 진행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문제 삼았다. 2019년 6월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가 소송지휘권을 부당하게 남용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면서, 어떻게든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신념 내지 투철한 사명감에 가까운 강한 예단을 갖고 극히 부당하게 재판 진행을 해왔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한 달 뒤, 서울중앙지법(1심)에서 이를 기각하자 불복했고 같은 해 9월 2심에서도 기각 결정이 나왔다. 임 전 차장 측은 즉각 재항고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느라 처음 기피신청을 한 2019년 6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재판은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 2월 정기 법관 인사 때도 재판부가 바뀌지 않자 임 전 차장 측은 불공정한 재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재판부를 상대로 또 기피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남은 증인 신문 일정도 ‘험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차장이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전·현직 판사들의 각종 진술 조서 등에 대해 전부 동의하지 않은 까닭에 재판부는 사건 관련된 인물들을 증인으로 직접 불러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증인 규모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의 경우 현재까지 90명이 넘는 증인이 법정에 출석했으나 아직 60명이 넘는 증인들에 대한 신문이 남았다. 이는 그나마 줄어든 규모다. 당초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진술 조서를 전부 동의하지 않으면서 신문이 예정된 증인은 200명이 넘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일부 조서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면서 줄어든 것이다.
검찰 진술 조서를 인정하지 않은 임 전 차장 사건의 경우 아직 100여 명에 육박하는 증인 신문이 남아 있다. 게다가 몇몇 증인들은 ‘법원을 향한 검찰의 정치적 수사였던 사건 재판에 나가 직접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출석을 거부하거나 미루고 있어 재판이 더 지연될 여지도 남아 있다. 빨라도 2022년 하반기, 늦으면 2023년 상반기에나 선고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건 관련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일주일에 한두 명씩 증인 신문을 한다는 가정 하에 1년은 더 공판이 이뤄져야 한다”며 “결심과 판결문을 쓰는 일정을 2~3개월 정도로 고려할 때 빠르면 내년 말, 늦으면 2023년 초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내가 판사라면 2023년 2월 법관 인사로 재판부에서 나가는 사람이 있기 전에 선고를 마무리하려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심 선고가 나오는 데만 4년 이상이 소비되는 것인데, 벌써부터 ‘다음 대법원장 체제’에서 형이 확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는 2023년 9월에 끝난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1심 재판을 기반으로, 2심에서는 증인 신문 없이 간단하게 심리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6개월 정도 소요된다. 이후 대법원에 항고까지 한다면 2024년 상반기에나 확정 판결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빠르게 처리한다고 가정했을 경우고 2심이나 대법원에서 판단을 다르게 할 경우 더 지연될 수 있다. 다음 정권에서 임명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판단을 주도하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뿐 아니라 진보 성격의 판사들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차장이 ‘시간끌기 전략’을 선택한 것 아니겠느냐”며 “피고인들 입장에서는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판단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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