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시 야경. 작은 사진은 일부 386의원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쉐라톤 호텔. 로이터/뉴시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8월 베트남을 방문한 386의원단이 ‘성 스캔들’ 사건에 휘말려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트남 발 ‘성 스캔들’ 파문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송영길 당시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의 ‘베트남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제1야당 광역단체장 후보자의 ‘성접대’ 의혹은 당시 인천시장 선거를 진흙탕으로 몰고가기도 했다.
이러한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송 시장은 당당히 선거에서 승리했고, 지방선거 직후 검찰은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5개월여간의 수사 끝에 검찰은 지난해 11월 의혹을 제기한 백석두 전 평화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송 시장의 ‘성 접대’ 의혹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 수사 결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성 스캔들’ 파문은 재판 과정에서 핵심 당사자들의 폭탄 증언 및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일요신문>은 386의원들의 ‘성 접대’ 정황이 담긴 공판조서를 단독입수했다. 과연 베트남 발 ‘386의원 성 스캔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공판조서에 담긴 핵심 당사자의 폭탄 증언을 바탕으로 복잡하게 얽힌 ‘성 스캔들’ X파일을 파헤쳐 봤다.
베트남 발 ‘성 스캔들’ 의혹 사건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정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평화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백석두 씨가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인 송 시장의 ‘베트남 성접대’ 의혹을 처음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백 전 후보 측은 5월 18일부터 수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 등을 통해 ‘송 후보는 베트남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지만 송 후보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백 후보 측은 선거가 임박한 5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송 후보의 성접대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제시하고 나서 파문을 확산시켰다. 백 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송 후보가 베트남 17세 미성년자 접대부를 매춘, 성접대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접대부 제공자의 증언록을 공개했다.
당시 백 전 후보 측이 공개한 접대부 제공자 증언록에 따르면 증언자인 베트남 아마라호텔 가라오케(룸살롱) 공동사장인 A 씨는 “아마라에서 술을 마시고 (17세 아가씨와 함께) 나가 퍼스트호텔로 들어갔는데, 새벽에 느닷없이 (공안들이) 들이닥쳐 적발됐다”며 “(송영길 의원)의 신분을 확인하더니 공안이 알아서 잘 풀어줬다”고 말했다.
백 전 후보 측이 제기한 ‘성접대’ 의혹에 대해 송 후보 측은 시종일관 ‘사실무근’이라며 무대응 입장을 고수했다. 진흙탕 선거전과 악재를 딛고 송 후보는 선거에서 승리했고, ‘성접대’ 의혹 건은 결국 검찰 수사로 비화됐다. 지난해 6월 중순부터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5개월여 만에 결과물을 내놓았다.
인천지검 공안부는 지난해 11월 22일 송 시장의 ‘베트남 성접대’ 의혹을 제기한 백 전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백 전 후보는 선거 경쟁자였던 송 시장이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의원 5명과 함께 베트남을 방문해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술과 성접대를 받고, 이들 기업의 베트남 현지 투자 유치를 돕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허위 사실을 기자회견 등을 통해 퍼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검찰은 송 시장의 베트남 성매매 의혹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일이라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및 백 전 후보에 대한 기소로 ‘성접대’ 사건은 실체 없는 허위사실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핵심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증언하면서 ‘성접대’ 사건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2004년 8월 386의원들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의전을 담당했던 김 아무개 전 SK텔레콤 부장이 법정에서 의원들에 대한 향응 및 성접대 정황을 증언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공판조서 및 김 씨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사본 1~7.
<일요신문>이 단독입수한 인천지방법원 형사13부의 공판조서 및 김 씨에 대한 증인신문조서에 따르면 당시 SK텔레콤은 베트남 현지에서 의원들에게 골프접대는 물론 고급 술집에서 술 접대를 했고, 일부 의원들에게는 성접대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서에 따르면 김 씨는 2004년 8월 19일 오전 8시경부터 베트남 현지 ○○골프장에서 의원들과 2조를 이뤄 골프를 친 사실과 골프비용을 SK텔레콤에서 지불한 사실을 시인했다(사본1). 김 씨는 또 송 시장과 의원 일행이 호치민시를 방문했을 당시 고급 술집(가라오케)에서 술을 마신 사실 및 베트남 현지 여종업원 7명이 동석해 양주와 폭탄주를 마신 사실도 인정했다(사본2).
특히 김 씨는 ‘4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성접대를 받은 사람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제가 방 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재판장이 ‘4명 중에서 성접대를 해준 사람은 있지만 그 사람이 방에서 실제로 성행위를 하였는지는 보지 않아 모른다는 것이냐’고 되묻자 김 씨는 “예”라고 답해 성접대를 한 사실을 사실상 시인했다(사본3).
김 씨는 ‘아가씨까지 대동해 방에 들어간 사람은 누구누구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희망자에 한해서였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송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고 답했다. 곧바로 재판장이 ‘4명 중에서 방에 안 들어간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김 씨는 “예”라고 대답해 재판 당사자인 송 시장은 성접대를 받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김 씨는 성접대 장소를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쉐라톤호텔”이라고 증언했고, ‘성매매비용을 증인회사에서 지급했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내가 직접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회사에서 지급하였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사본4). 이어 재판장이 ‘쉐라톤호텔에 같이 가서 언제 돌아왔냐’고 묻자 “로비에 20~30분 정도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신문조서 말미에는 김 씨가 여종업원들은 미성년자가 아니고, 베트남 현지인이라고 증언한 기록도 적시돼 있다(사본5).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핵심 증인인 김 씨의 신문조서를 종합해 볼 때 2004년 8월 송 시장과 386의원들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SK텔레콤이 의원단 의전을 맡았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SK텔레콤이 의원단에게 골프와 술접대 등 갖가지 향응을 제공했고, 일부 의원들에게는 성접대를 한 정황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상한 점은 김 씨가 “386의원들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새로운 사실을 폭로하면서도 재판의 핵심 당사자인 송 시장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여러 정황상 사법처리 대상이 안되는(공소시효 만료) 386의원들의 성접대 사실은 시인하는 대신 재판 당사자인 송 시장은 보호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백 전 후보 측 변호인은 3월 23일 6차 공판에서 “증인들의 진술과 송 시장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 달라 법정에서 송 시장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이 부분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송 시장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다음 공판(4월 6일)에 송 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이에 대해 3월 30일 기자와 통화한 윤관석 인천시 대변인은 “이미 검찰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을 했기 때문에 법정에 출석해야 할지 심사숙고하고 있다. 일정이 빡빡한 것도 사실이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변호인단과 출석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접대 의혹과 관련한 김 씨의 법정 진술 내용을 파악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 대변인은 “변호인단을 통해 전해 전해들었다. 송 시장은 성접대 의혹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기자가 ‘당시 베트남을 방문했던 386의원단 중 일부가 성접대를 받았다는 진술도 알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다른 분들 얘기는 논의할 바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 씨의 법정증언이 사실일 경우 송 시장은 ‘베트남 성접대’ 의혹건을 훌훌 떨쳐버리고 시정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씨가 성접대 사실을 시인한 일부 386정치인은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될뿐더러 또 다른 ‘성 스캔들’ 논란을 몰고 올 것으로 관측된다.
김 씨의 법정 진술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4월 1일 기자와 만난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 문화나 업무 시스템상 그런류(성접대)의 의전 프로세스는 없다”며 “김 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회사 차원에서 성접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도 피해자다. 성접대 주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비용처리를 어디서 했는지를 명확히 따져봐야 하는 게 아니냐”며 “김 씨가 단순한 안내자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송 시장에게서 386의원들로 불똥이 옮아가고 있는 ‘베트남 성스캔들’ 논란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사법부의 재판 과정 및 결과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성추문 키맨 김씨는 누구? 임원 승진 배제되자 ‘X파일’로 협박 소문 송 시장의 ‘성접대’ 의혹 사건이 386정치인들의 ‘성 스캔들’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정에서 관련 증언을 한 김 아무개 씨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김 씨는 SK텔레콤 부장 출신으로 송 시장 등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SK텔레콤 베트남본부 네트워크구축팀장으로 의원단 의전 실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 씨는 송 시장의 ‘성접대’ 의혹 사건에 불씨를 지핀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키를 쥔 핵심 증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실제로 김 씨는 2006년 6월경 임원 승진 대상자에서 배제되자 2004년 베트남을 방문한 송 시장과 386의원들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메일을 전송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정치권 주변에선 김 씨가 ‘성 접대’ 파일을 무기로 SK 측과 딜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2004년 방문단에 포함된 의원들을 상대로 협박 편지를 보냈다는 미확인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씨가 퇴직 후 모 통신업체 임원급으로 채용된 배경에는 회사 측이나 일부 386의원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마저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일요신문>이 입수한 공판조서에도 김 씨는 송 시장과 386의원들에게 메일을 보낸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는 ‘증인이 먼저 회사에 이메일을 보냈고 다시 4명의 의원에게도 이메일을 보냈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예”라고 대답해 이메일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사본6). 김 씨는 특히 ‘증인이 보낸 이메일 내용 중에 국회의원이나 누군가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베트남에 있는 술집에서 성접대를 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나’는 변호인의 질문에 “예”라고 답해 메일에 협박성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사본7). 이처럼 김 씨는 베트남 발 성접대 사건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고 있는 핵심 키맨으로 지목받고 있다. 일개 대기업 부장 출신이 회사와 현역의원 4명을 상대로 선처 내지는 협박성(?)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은 그가 실타래처럼 얽힌 성접대 사건의 의혹을 풀 열쇠를 쥐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재판부나 사건 관계자들이 김 씨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