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지지 바탕 독자 세력화 가능성 고개…막판 윤석열 선대위 합류설에 부정적 견해 우세
홍준표 의원은 11월 14일 청년 플랫폼 ‘청년의꿈’을 공개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에 패배한 지 일주일여 만이다. 홍 의원은 “청년들의 고뇌 제안은 언제나 함께하도록 하겠다”며 “함께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개설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경선 과정에서 2030세대는 홍 의원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청년의꿈은 공개와 동시에 인기몰이에 나섰다. 개설 첫날 동시접속자가 몰리며 플랫폼 서버에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틀 만에 게시글은 2만 개를 넘어섰다.
특히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 게시판에는 홍 의원이 ‘준표형’이라는 닉네임으로 2030 청년들이 남긴 다양한 질문에 직접 답변을 남기며 소통하고 있었다. 11월 17일 현재 3800개가 넘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 중 270여 개의 글에 홍 의원이 직접 댓글을 달아 답변을 완료했다.
홍 의원은 11월 17일 자신의 SNS에 “청년의꿈을 오픈한 지 사흘 만에 1000만 페이지뷰를 돌파하고 회원수도 폭발적으로 늘어간다”며 “그만큼 한국사회의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잃고 방황한다는 증거다. 지금 내 힘으로는 그들을 다 안을 수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서로 만나 위안이 되도록 해야겠다”고 밝혔다. 향후 외연을 더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이처럼 ‘청년의꿈’이 관심을 모을수록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후보를 중심으로 당이 뭉쳐야 하는데, 홍 의원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사실상 독자적인 세력화를 도모할 경우 당내 ‘원팀’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홍 의원은 대선 경선 직후 결과를 승복했지만,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는 합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대선을 ‘비리·부패 대선’이라고 규정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뿐 아니라 윤석열 후보에게도 비판을 가한 셈이다.
홍 의원은 청년의꿈에서도 윤석열 후보에 대한 견제를 이어갔다. 홍 의원은 윤석열 후보 중도 사퇴 가능성과 관련해 “사법시험을 9수 한 사람”이라며 “절대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작성자는 윤석열 후보의 잇따른 실언을 언급하며 “지금 당장은 정권교체가 필수이지만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윤석열의 정치적 미숙과 여소야대라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갈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홍 의원은 “대한민국만 불행해진다”고 짧게 답했다.
과거 보수정당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야권의 한 관계자는 “보통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들은 선대위에 합류하거나 뒤로 물러나 사라진다. 그런데 홍준표 후보는 ‘청년의꿈’ 플랫폼을 바로 공개해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며 “대선주자가 경선 이후 대선 후보와 다른 정치색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지분을 확보하는 모습은 훼방을 놓겠다는 건지 그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홍 의원이 2030세대 지지를 바탕으로 대선 막판 윤석열 선대위에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홍 의원 캠프에 몸담았던 한 핵심 관계자는 “홍준표 의원도 국민의힘 당원이다. 청년의꿈 플랫폼 오픈 등 홍 의원의 최근 행보를 국민의힘의 외연을 넓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지지세를 모아 윤석열 후보 쪽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 의원이 끝까지 윤석열 후보의 손을 잡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 당원 투표 결과 발표 이후 홍준표 의원이 당에 실망했다는 말이 나온다. 후보 확정 직후 홍준표 의원의 선대위 역할론은 전혀 언급이 없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는 말만 나오고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홍준표 의원 사이의 악연은 누구나 아는 바다. 홍 의원이 끝까지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홍준표 의원 측에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홍 의원이 SNS에 쓰는 글이나 ‘청년의꿈’에 다는 댓글의 내용이 전부다. 해석하고 말고 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 측에서도 홍준표 의원 최근 행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윤석열 캠프 한 관계자는 “홍준표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넓히고자 하는 것 같다”며 “홍 의원의 활동과 관계없이 경선 이후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따라서 2030세대가 아닌 전체로 보면 홍 의원의 행보가 힘을 받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현재는 홍 의원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당원과 지지자들의 압력이 거세져 홍 의원도 결국 선대위에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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