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르고 사태와 업비트 독주 체제
업비트는 최근 상장 코인에 대한 물량 매도 공시를 하지 않아 투자자 피해를 방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11월 10일 디카르고(DKA) 개발자가 보유 중인 디카르고 물량 수억 개를 업비트를 통해 매도해 큰 차익을 얻었고, 업비트는 이를 알면서도 공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었다. 가격이 치솟았던 디카르고는 대량 매도 이후 가격이 급락했다. 업비트는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당사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디카르고는 향후 60개월간 토큰 배분 계획을 담은 자료를 금융당국과 업비트에 미리 제출했기에 업비트가 해당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줄 알았다는 입장이다.
공시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제도의 사각지대도 문제지만, 양사의 윤리의식 부재 및 거래소의 코인 관리 부실도 사태의 원인이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코인 상장 시 유동성에 대해 프로젝트와 거래소가 사전에 합의하기 때문에, 디카르고 사태와 관련해 거래소에서 몰랐다면 상장 코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나무 한 관계자는 "디카르고 측에는 적시에 투자자들에게 공지해 줄 것을 당부했고, 거래 지원 중인 프로젝트들에게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유통량 변경 등 주요 정보를 제때 공지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디카르고 사태가 업비트의 독주 체제에 따른 폐해를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전후로 폐업하거나 원화 거래를 중단한 거래소들이 속출하면서 이용자들이 업비트와 4대 거래소로 넘어갔고,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로 쉽게 실명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업비트로 투자자가 대거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의 점유율은 현재 70~80% 수준으로 추산된다.
앞서 업비트는 올 6월 기습적으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소규모 코인) 24종을 무더기 상장 폐지했다. 특금법 신고를 앞두고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투자자 보호 조치 중 하나로 부실 코인들을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당 코인 가격은 급락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과 코인 발행사들에 돌아갔다. 이를 두고 업비트가 그간 자의적 기준으로 코인 상장 및 폐지를 결정하면서 큰 수수료 이익을 챙겼다는 지적이 함께 일었다.
결정의 앞뒤가 다르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2018년 21개 항목의 암호화폐 상장 심사 원칙을 공개했다. 크게 세 가지로 △추진 주체 기술 역량과 주요 정보 확인 가능성 등 프로젝트의 투명성 △기술 호환성과 문제 대응 역량 등 거래의 원활한 지원 가능성 △투자자의 공정한 참여 가능성이었다. 두나무는 이를 상장 전후 검증과 관리에 꾸준히 적용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상장 심사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24개 코인을 기습적으로 상폐하거나 디카르고 사태가 발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업비트의 독주 체제가 지속될 경우, 유사한 투자자 피해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규 프로젝트들이 중소형 거래소에 상장되면 프로젝트 팀은 기술을 개발하고 역량을 확인한 뒤 대형 거래소로 진출하는 등 이중 점검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거쳐 거래소들은 피해를 막고 프로젝트 팀은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1위 거래소의 독점력이 커지면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절대 다수가 업비트에 종속되면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거래소를 선택하고 싶어도 쉽지 않고, 금융당국에서 거래소 폐쇄나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하기도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 거래소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이나 통신 등 다른 산업군에서는 독점을 막는 행정지침 등이 있는데 이 시장에는 없다. 공정 경쟁이 가능해야 시장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가입자 유치를 일정기간 제한하는 등 금융당국에서 신경써주길 바라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신사업 회의론 따라붙은 이유
업비트는 대규모 수수료 수익으로 끌어모은 돈을 다양한 사업에 투자 중이다. 최근 NFT와 메타버스에 투자하기 위해 하이브와 지분을 교환했다. 두나무는 하이브의 7000억 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해 230만 주(5.6%)를 취득했고, 하이브도 같은 방식으로 5000억 원을 투자해 두나무 지분 2.5%를 확보했다. 지난 7월에는 JYP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인 박진영 프로듀서의 보유 지분 2.5%도 사들였다. 이들 소속사 아티스트들의 굿즈와 콘텐츠를 NFT로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NFT와 메타버스는 산업계 가장 뜨거운 화두지만 업비트의 행보를 두고 회의론이 따라붙는다. 기존에 여러 사업을 벌였으나 번번이 철수했기 때문이다. 우선 탈중앙화 거래소(덱스·DEX) 문을 닫았다. 두나무는 2018년 블록체인 기술기업 오지스에 지분을 투자해 덱스 서비스 올비트를 선보였지만 올 초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2019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가상자산 예치 대차 서비스 트리니토도 올 1월 정리했고, 자회사 루트원소프트를 통해 운영하던 가상자산 지갑 애플리케이션 비트베리도 지난해 3월 매각했다. 가상자산 시장을 부정하는 금융당국 기조에 맞춰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리스크를 덜기 위한 결정이었다.
업비트가 접은 사업들은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서비스로 최근 규모가 급속히 커지는 시장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은행, 증권사와 같은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용해 가상자산 예치, 대출과 투자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 개인 대 개인이 거래하는 P2P 방식으로, 본인인증이 없어 이용하기 쉽다. NFT도 이 시장에 속한다. 업비트가 그간 선제적으로 디파이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정리하고 다시 NFT와 메타버스에 도전하는 모습에 일각에서는 업비트가 뚜렷한 비전과 계획 없이 트렌드 좇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놓는다.
거래소 사업에서도 서비스와 기술 수준이 바이낸스나 후오비글로벌, 오케이이엑스 등 글로벌 거래소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다. 글로벌 거래소들은 덱스, 선물거래 등 다양한 디파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거래소 사업에서도 가상자산과 관련 제도와 동향에 대해 연구 분석한 뒤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비트는 현물 거래 서비스만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 플랫폼으로서 글로벌 영향력을 가질 만한 비전과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
시장이 초기 단계고 글로벌 거래소들도 한국어 서비스를 종료해 국내 투자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없지만, 코인 시장이 더 커지면 글로벌 루트를 통해 해외 거래소로 이탈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최화인 에반젤리스트는 “NFT와 메타버스 진출 이유는 글로벌 팬들을 대상으로 굿즈를 팔아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인데, 팬덤을 이용하는 것일 뿐 신규 시장을 창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금법 때문에 디파이 서비스들을 접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특금법에 관련 내용이 없고 서비스 출시 당시에도 특금법 시행은 예고돼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연구 분석 기능이 없는 모습은 시장에 대해 깊게 전망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물거래에만 집중된 사업 구조도 글로벌 전체 시장의 흐름과 동떨어진다. 지금 같은 형태가 지속된다면 시장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두나무 측은 "트리니토는 수익성과 사업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서비스를 종료했고, 올비트는 지분 투자한 회사에서 운영한 사업으로 두나무의 자체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에서 회사 차원의 입장을 내놓긴 어렵다"고 말했다. 기술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글로벌 수준의 거래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NFT란?
대체불가토큰(NFT)이란 예술품과 부동산, 디지털 콘텐츠 등 자산에 고유의 값을 매긴 디지털 토큰이다. 블록체인에서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시스템으로 모든 거래 내역을 추적할 수 있고, 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 메타버스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생태계이기 때문에 디지털 금융인 가상자산을 구현하기에 현실세계보다 용이하고, 규제를 피하기에도 유리할 수 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