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세력화’ 홍준표 ‘후일 도모’ 유승민 사실상 반윤 행보…‘종로 출마설’ 원희룡 러닝메이트 역할론
갈 길 바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암초를 만났다. 당내 경선에서 반윤(반윤석열) 전선을 형성했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이른바 ‘깐부 동맹’에서 이탈했다. 보수 ‘원팀’에 이상 노란불이 켜진 셈이다. 깐부란 가장 친한 친구나 동반자를 뜻하는 은어다.
‘낙선 3인방’ 중 홍준표 의원(41.50%)과 유승민 전 의원(7.47%)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2, 3위를 차지했다. 특히 홍카콜라(홍준표+코카콜라) 득표율은 윤 후보(47.85%)와 불과 6.35%포인트(p) 차에 불과했다. 4위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3.17%)만이 친윤(친윤석열) 행보를 보이며 러닝메이트 가능성을 열었다.
이 중 정치권이 주목하는 인사는 홍카콜라다. 경선 기간 2030 남성의 지지를 받은 홍 의원은 민심에서 윤 후보(37.94%)를 10.27%p나 앞섰다. ‘홍준표 탈락’에 반발해 국민의힘을 탈당한 2030 당원은 수천 명에 달했다. 탈당 당원 가운데 MZ(1980년 초반∼2000년대 중반 출생자)세대 비율은 70%를 웃돌았다.
홍준표 의원이 택한 것은 청년 세력화. 홍 의원은 11월 14일 MZ세대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꿈’을 오픈했다. ‘준표형’이란 닉네임으로 답글을 단 홍 의원은 ‘2027년 대선 도전’ 질문에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이 대선 재도전과 관련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월 16일에는 “(윤 후보가 당선되면) 대한민국만 불행해진다”고 했다(관련기사 “이미 역할 끝났다”면서 왜? 홍준표 ‘청년의꿈’ 오픈 포석).
당 안팎에선 홍 의원이 차차기를 위한 ‘자기 세력화 구축’을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포스트를 노리는 홍 의원에게 MZ세대의 전폭적 지지는 천군만마다. 앞서 홍 의원은 “비리 대선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선거대책위원회 합류에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직후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했던 것과는 그 결을 달리하는 셈이다. 다만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후보 교체론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두문불출하고 있다. 대선 경선 직후 백의종군을 천명한 그는 현재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 측 관계자들은 “윤석열 선대위에서 역할을 하겠느냐”며 ‘유승민 역할론’을 일축했다. 유 전 의원 측근들은 낙선 후 포스트 행보 시점과 역할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가장 많은 답변은 ‘백의종군 후 역할 모색’이었다고 한다. 정치 공간이 좁아진 지금,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내년 3·9 대선과 6·1 지방선거 이후를 도모하는 게 낫다는 뜻이다.
특히 ‘영원한 킹메이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존재감도 ‘홍준표·유승민’ 입지를 좁히고 있다. 당 내부에서도 “두 개의 태양이 양립할 수는 없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유승민 역할론의 향방은 차기 대선 결과와 직결된다. 만에 하나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가 패할 경우 ‘유승민 당 대표론’, ‘유승민 재보궐 선거 차출론’ 등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도 마찬가지다.
반윤 핵심 두 사람과는 달리, 원희룡 전 지사는 서울 종로 보궐선거 후보자로 거론된다. 원 전 지사의 역할은 윤 후보의 러닝메이트다. 대선 승리 땐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에도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 전 지사는 홍 의원과 윤 전 의원과는 달리, 대선 경선 기간 친윤파로 분류됐다. 이에 당 한 관계자는 “윤 후보가 원 전 지사뿐 아니라,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을 삼고초려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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