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과 면담한 위례포레샤인 23단지에 ‘1년 유예’ 제시…다른 입주민과 형평성 논란 일어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올해 장기전세주택 재계약 시 대부분 보증금을 5% 인상해왔다. 올해 3분기부터는 전체 장기전세주택에 일괄 5% 인상률을 적용했다.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보증금은 지역에 따라 2억 원에서 10억 원까지 다양하다.
SH가 최대폭(5%)의 인상을 결정하자 입주민들은 보증금에 따라 수천만 원을 더 마련해야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입 감소를 겪는 데다 대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신용 대출을 알아보는 주민들도 있었다.
올해 12월 재계약을 앞둔 송파 위례포레샤인 23단지도 5% 인상을 통보받았다. 위례 23단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을 한 다른 단지와 달리 보증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비대위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지역구 서울시의원을 통해 SH 공공주택부와 면담을 가졌다. 동시에 서울 전역의 장기전세주택 단지에 보증금 동결을 위해 연대하자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주민 서명을 받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언론을 통해 SH의 장기전세 보증금 최대폭 인상 내용이 알려지고 서울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월 21일 위례 23단지 비대위와 만났다. 비대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코로나로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SH 심의위원회가 굳이 5%를 올려야 했느냐면서 보증금 인상률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본지는 오 시장 면담 이후 SH에 진행 상황을 물어왔다. SH는 10월 28일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고 11월 4일에는 “관련 제도와 법률 등 제반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11월 11일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서울시 주택정책과에 따르면 11일에는 이미 서울시장 보고가 올라간 상태였다. 심지어 SH 공공주택부 파트장이 생산자로 기재된 ‘본부장 경영회의 결과 보고(장기전세주택 재계약 임대보증금 조정 민원 관련)’ 문서의 생산 일자는 11월 4일이었다. 하지만 SH 홍보부는 11일에도 “시장님 보고가 올라가지 않았다. 아직 부서에서 논의 중”이라고 했다.
본지는 SH 공공주택부 부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회신은 없었다. SH 공공주택부 파트장도 “확인해드릴 내용이 없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를 관할하는 서울시 주택정책과 담당자도 “자세한 내용은 SH에 직접 들으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SH가 답변을 피한 이유로 보이는 제보가 도착했다. SH가 전체 장기전세주택 중 위례포레샤인 23단지에만 보증금 인상 1년 유예 안을 제시했다는 것. SH에 확인한 결과 해당 제보는 사실로 드러났다.
SH 홍보부는 11월 17일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공공주택부에서 위례 23단지만 1년 유예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확인해줬다. 전체 장기전세주택을 대상으로 유예할 계획은 없느냐고 묻자 “그건 완전히 새로운 사안”이라며 손사래 쳤다.
이 같은 내용이 전해지자 함께 보증금 인상에 맞서던 다른 입주민들은 당황해했다. 한 주민은 “부조리하다. 서울시 장기전세를 다 하나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고 다른 주민은 “앞에서 시끄럽게 구는 단지에 떡 하나 물려주면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면서 “위례만 특혜를 줘서 장기전세 주민들끼리 분열하길 바란 건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했다.
현직 SH 직원도 “올해 초부터 일괄 5% 인상률로 재계약을 맺어왔는데 만약 그렇게 되면 기존 단지 주민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난색을 보였다.
위례 23단지 주민도 SH 결정에 의아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명도 같이 냈는데 우리만 유예는 말도 안 된다”면서 “전체 단지 일괄 1년 유예를 요구하는 싸움을 시작해야겠다”라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lithium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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