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등 ‘빼박’ 증거에도 발뺌, 판사에 욕설까지…“양현석, 비아이 마약 무마 협박” 주장 신빙성 흔들릴 수도
한서희가 연루된 마약 사건의 시작은 2016년 4월이다. 당시 한서희는 비아이(본명 김한빈)로부터 초강력 환각제 LSD를 대리 구매해 줄 것을 부탁받는다. 한서희는 이후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비아이와 나눈 대화가 사실임을 시인했으며 비아이 요구로 LSD 10장을 숙소 근처에서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렇지만 당시 경찰 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한서희가 3차 피의자 신문에서 ‘비아이가 마약을 요청한 건 맞지만 실제로 구해주진 않았다’고 진술을 바꿨기 때문이다.
한서희가 당시 진술을 번복한 까닭을 두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진술 번복 과정에서 양현석 전 YG 대표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양 전 대표 재판에 한서희와 비아이가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뒤늦게 당시 한서희가 비아이에게 마약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아이는 지난 9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반면 한서희는 이 사건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2016년 당시에는 플리바게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1월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양 전 대표의 보복협박 혐의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수사 경찰은 “한서희를 대마 소지 흡연 혐의로 주거지에서 체포했고 휴대전화를 압수해 살펴보니 카카오톡 등에서 마약 거래 정황이 발견됐다”며 “그 부분에 대해 한서희에게 묻고 설득을 거쳐 YG 소속 비아이 등에 대한 수사협조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서희는 비아이 사건 외에 다른 마약 사건으로 이미 다른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담당 검사는 한서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양 전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경찰은 “한서희가 자신과 거래한 가수 등에 대한 수사협조를 한다고 해서 검사가 불구속 수사를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소위 말하는 플리바게닝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뒤늦게 비아이가 이 사건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지만 마약을 전달한 한서희는 기소되지 않았다. 그는 양 전 대표 등 YG 관계자들에게 보복협박 받았다고 신고해 공익신고자임을 이유로 기소를 면제받은 것.
2016년 사건은 당시 조용히 지나갔지만 한서희는 2017년 6월 마약 사건으로 화제의 주인공이 된다. 빅뱅 탑이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경찰에 적발되면서 한서희가 함께 대마초 흡연 혐의로 수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대마초를 피운 시점은 2016년 10월로 비아이 관련 경찰 수사 직후다.
결국 2017년 6월 16일 1심 재판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탑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 2000원을 선고했으며 한서희에게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과 보호관찰 및 약물 치료 120시간, 추징금 87만 원을 선고했다. 탑은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고 한서희는 항소했지만 1심과 같은 판결을 받았다. 2심 결과에는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비아이 사건은 플리바게닝을 통한 검찰의 불기소와 이후 공익신고를 통한 기소 면제로 처벌을 피했으며 탑 사건에선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았던 한서희가 최근 법정구속 됐다. 2020년 7월 소변검사에서 메스암페타민(필로폰)과 암페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 양성 반응이 나와 기소된 사건 때문이다. 2020년 6월 경기도 광주시 불상지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였는데 집행유예를 받은 기간 중 재범을 한 터라 검찰은 한서희의 집행유예를 취소했다.
11월 17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단독 이인수 판사는 선고공판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서희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뒤 “도망의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며 법정구속 했다. 판사의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한서희는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 도망 안 갈 건데요. 실형 할 이유가 없잖아요”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판사가 판결에 불복하면 항소 절차를 따르면 된다고 안내했지만 한서희는 “판사님, 지금 뭐하시냐고요?”라며 “아 XX 진짜”라고 욕설까지 했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서희의 무죄 주장 논리다. 마약 투약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온 한서희는 “소변 채취 과정에서 종이컵을 변기에 떨어뜨려 변기 안에 있던 물이 종이컵 안으로 혼입돼 소변검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에 오류가 없다”며 한서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에 변기 물 혼입 소견이 없었으며, 상수도(변기 물)에 암페타민 성분이 있다는 것은 더욱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관건은 한서희의 법정구속이 양현석 전 대표의 재판에 미칠 영향이다. 이미 비아이가 2016년 사건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당시 한서희의 경찰 진술은 사실로 드러났다. 관건은 왜 진술을 번복했느냐다. 실제로 양 전 대표가 비아이 마약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한서희에게 회유 및 협박했느냐가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11월 5일 첫 공판에서 양 전 대표 측은 “한서희 씨를 만난 사실은 있지만 거짓진술을 하도록 협박한 사실은 없다”며 “공소사실 모두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자칫 한서희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릴 경우 무죄를 주장하는 양 전 대표 측에 유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검찰은 첫 공판에 2016년 당시 한서희를 수사한 경찰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비아이 관련 진술을 약속했던 한서희가 한동안 연락이 두절됐다가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나 진술을 번복했다는 증언을 이끌어 내는 등 양 전 대표 공소 사실 입증을 위해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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