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심의는커녕 상정조차 안돼…민주당 “이익 환수법 거부 이중 행태” vs 국민의힘 “진상조사 먼저”
2021년 국정감사 최대 화두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출석한 경기도에 대한 국감장에선 대장동 사태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논란의 핵심은 화천대유 등 소수의 민간사업자가 수천억 원대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었던 개발구조였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제2의 대장동 사태’를 막기 위한 법 개정을 강조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민관 공동사업 시 민간 이윤을 총사업비의 10%로 제한하는 내용의 도시개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헌승 국토위 위원장은 더 나아가 민간 이윤을 6%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냈다. 또한 민간합작법인의 도시개발 사업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도 올렸다.
민주당은 민간 개발 부담률을 현행 20~25%에서 50% 수준까지 올리는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국토교통부도 도시개발사업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윤율 상한을 초과해 발생한 이익은 공공목적 사업에 재투자하도록 하고, 공공의 출자 비중이 절반을 넘는 주택사업에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국민의힘도 입법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민주당은 정부안과 국회에 올라온 개정안 등에 대해 충분한 종합 논의를 거쳐, 오는 12월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쟁이 없을 것으로 보였던 초반 기세와 달리 법안 처리는 속도가 더디기만 한 모습이다. 법안 심의는커녕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호언장담과 달리 입법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성준 의원은 11월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늘 반대해왔는데 이번에는 저보다도 더 센 법을 냈다”며 “그래서 ‘별문제 없이 통과되겠다’ 생각했는데 (국민의힘) 속내는 법안 심사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더 나아가 “조응천 간사가 (여야) 간사 간 협의과정에서 의사일정을 정하기 위해서 법안심사소위 일정도 잡자고 했더니, 송석준 간사가 ‘의원들이 법안 심사를 너무 많이 하면 피곤해서 안 된다’는 얘기를 했다”며 “정말 믿기지 않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송석준 의원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전혀 없다.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은 무쟁점 법안만 다루자며 개발이익환수법 심의는커녕 상정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과도한 민간 수익을 왜 환수 못 했느냐더니 정작 입법에 반대하는 이중적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대장동 방지법은 국민의힘도 필요성을 주장했고 법안도 발의했다. 쟁점이 맞부딪치는 법안이 아니다. 그런데 왜 법안 상정 및 심의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표현했다.
‘대장동 방지법’을 둘러싸고 여야는 11월 18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다시 격돌했다. 이날 회의는 이헌승 위원장의 직권상정으로 소집됐다. 이 위원장은 “국토위 심의 없이 예결위가 (예산안을) 심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여야 간사 간 의사일정 합의가 안 돼 회의를 직권으로 소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당은 예산 심의와 함께 개발이익환수법, 도시개발법, 주택법 개정안 3법에 대한 상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 이유로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을 들었다. 이 개정안은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이 전날 발의한 법안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전날 발의한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숙려기간이 필요하니 여야가 합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개발이익 환수를 주장하게 된 과정을 특검을 통해 밝히고 나서 법안이 심사되고 이뤄져야 한다”고 대장동 특검을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개발이익을 환수하자고 국감 내내 주장하지 않았느냐”며 “그런 사건을 없애려고 법안을 빨리 처리하자는 데 급하지 않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야 공방이 계속되자 이 위원장은 “여야 합의가 안 된 (법안 상정에 대한) 의사일정 변경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의사일정 변경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법안 상정에 대한 여야 간사 협의를 요구하고는 개의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정회를 선언했다. 결국 국토위 의원들 간 논의에 들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해 이날 회의는 재개되지 않고 종료됐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전날 발의한 법안을 문제 삼는데 그 개정안 말고도, 이미 그 전에 제출된 법안들도 있다. 민주당도 냈고, 국민의힘도 냈다. 이들 법안을 상정해 병합 심의를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의힘도 이미 개정안을 냈기 때문에 무쟁점 법안이다. 그런데 자꾸 쟁점이 있는 것처럼 말을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에서도 법안 병합 심의 방안이 가능함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개발이익 환수 3법 상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임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도 작성 안 됐는데 상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예산 심의를 먼저하고 법안 심의는 추후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쟁점 부분에 대해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에서도 개정안을 낸 것은 맞다. 주택법과 도시개발법 개정안은 병합 심의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민주당은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을 통해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려 한다. 아직 국민적 공감대 형성되지 않아 쟁점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법 개정을 통해 대장동 사태를 제도 탓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대장동 사태를 물타기 하려는 듯한 모습”이라며 “대장동 사태의 정확한 진상파악과 관련자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개발이익 환수 3법 처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11월 22일 국토위 회의 개회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기국회 내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계속 국민의힘이 발목을 잡으면 본회의 직권상정이라도 요청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의지를 드러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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