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모두 2022년 상장 목표…‘컬리’ 물류 역량 강화, ‘SGG’ 영업 규제 극복, ‘오아시스’ 거품론 불식 과제
#마켓컬리, 자체 경쟁력 확보 가능할까
지난 10월 29일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IPO를 위해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간을 공동 대표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7월 컬리는 국내 증시 상장 추진을 선언했고, 현재 딜로이트안진을 지정감사인으로 선정해 감사 절차를 이행하고 있다. 사측은 연내 심사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컬리는 창업 이래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자산 규모 5870억 원에 결손금 5319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컬리 관계자는 “회계장부상 우선주 관련 평가손실 등의 요인으로 인해 현재는 자본잠식 상태로 표기되고 있으나, 이 우선주는 상장 과정상 자연스레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자본 총계도 흑자로 전환되기에 상장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컬리는 한국거래소가 'K-유니콘' 거래소 유치를 위해 올해 4월 발표한 신규 상장 방식으로 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시가총액이 1조 원 이상이면 적자 기업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수 있게 된다. 적자 기업의 미래 사업성을 보고 상장을 허용하는 ‘미래 성장형 기업 상장’이 코스닥만 가능했으나, 상장 요건 완화로 코스피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컬리가 내년 상반기 거래소에 입성하면 상장에 성공한 1호 K-유니콘 기업이 된다.
마켓컬리는 2015년 국내 최초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설립 첫해 매출액 29억 원으로 시작해 지난해 9523억 원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1조 원을 돌파했고, 올해 2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월까지 누적 가입자 수가 900만 명을 넘어섰고, 신규 고객의 재구매율은 71.3%로 높은 고객 브랜드 충성도를 보유 중이란 것이 사측 설명이다. 다만 지난해 영업손실이 1163억 원에 달했다. 매출액이 전년 대비 123.7% 성장하는 동안 적자는 150억 원 늘었다.
컬리가 창업 이후 공개한 누적 투자액은 모두 6450억 원가량이다. 지난해 4월 2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E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추가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애를 먹었다. 실제 올해 초 사측은 “투자 유치는 준비 기간만 6개월이 소요되고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며 당초 계획을 변경해 IPO로 나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마켓컬리는 쿠팡을 따라서 당초 미국 상장을 추진하다 국내로 회귀했다. 다행히 지난 7월 2254억 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기존 수도권으로 제한된 배송권역도 넓히고 있다. 올해 충청과 대구 지역을 시작으로 연내 부산과 경남으로까지 새벽배송을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 마켓컬리는 여행, 가전, 뷰티, 리빙, 주방용품 등으로 비식품 상품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신선식품에 집중된 사업영역 탓에 외형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자체적으로 전국 단위의 물류·배송 역량을 지니진 못한 상황이다. 사업이 새벽배송에만 국한돼 있고, 서비스 지역도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농협경제지주, CJ대한통운과 손을 잡고 있지만 타 경쟁사에 의존하는 형태는 장기적으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SSG닷컴, 의무 휴업 규제 어떡하나
SSG닷컴은 지난 10월 27일 미래에셋증권과 씨티은행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2년을 목표로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당초 투자자와 약속한 상장 시기보다 1년 앞당겨졌다. 지난 2018년 SSG닷컴은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BRV)로부터 1조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2023년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선 SSG닷컴 기업가치를 10조 원가량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9년 신세계그룹은 통합법인 SSG닷컴을 출범시켰다. SSG닷컴은 2018년 매출 88억 원에서 2019년 8441억 원, 2020년 1조 2941억 원으로 급성장해왔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1조 731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누적 총거래액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4조 720억 원. 다만 영업적자가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677억 원을 기록했다.
SSG닷컴은 신세계그룹과 이베이코리아와의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모회사 이마트가 인수한 이베이코리아(12%)와 SSG닷컴(3%)을 단순히 합치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5%로 네이버(17%)에 이은 2위 사업자가 된다. 이마트는 지분 맞교환으로 동맹을 맺은 네이버와도 협업을 진행 중이다.
당일·새벽배송 전국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월 대전, 세종시 등 충청권까지 배송을 시작했다. SSG닷컴은 온라인 전용 풀필먼트센터인 ‘네오001~003’ 3곳에서 물류를 처리하는 동시에 이마트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141개 이마트 점포 중 온라인 주문 상품을 선별·포장 등을 수행할 수 있는 PP센터를 구축한 점포가 110여 개에 달한다.
이마트는 2025년까지 PP센터를 활용해 36만 건까지 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이마트뿐만 아니라 그룹 내 모든 점포가 배송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4년간 1조 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투자하고 7300여 곳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물류에 활용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제는 규제다.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 있는 의무휴업일과 자정(밤 12시) 이후 영업이 금지된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온라인 주문 건을 처리할 수 없단 뜻이다. 지난 6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형마트에서도 의무휴업일과 자정 이후 온라인 배송 작업 등을 할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SSG닷컴 관계자는 “전용 물류센터 네오는 규제 적용을 받지 않은 채 나머지를 처리하고 있다”며 “새벽배송만 하는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점유율 저조한 오아시스마켓
2018년 10월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한 오아시스마켓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대에 발맞춰 오프라인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올해 이미 8개 점포를 연 오아시스마켓은 올해 50개, 내년까지 100개로 점포를 확대할 계획. 사업 다각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비식품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을 도입했고, 10월에는 렌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특히 상장 전까지 손실을 줄이고 영업 현금흐름을 개선해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는 SSG닷컴 및 컬리와 달리 흑자를 내는 중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해 매출액 2386억 원, 영업이익 97억 원, 당기순이익 98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매출액 1424억 원, 영업이익 9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견실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시장 후발주자임에도 IPO 첫 주자로 치고 나서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해 8월 NH투자증권에 이어 올해 6월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임하고 상장 준비를 진행해왔다. 특히 10월 28월 주관사들로부터 각각 50억 원씩 총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가 1조 원을 넘어서면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지난해 4월 오아시스마켓은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126억 원 규모의 투자를 처음 유치했다. 이후 카카오인베스트먼트(50억 원), 머스트벤처스 및 코너스톤-펜타스톤PEF(150억 원), 유니슨캐피탈(500억 원)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은 926억 원으로 집계됐다. 오아시스의 모회사인 상장사 지어소프트의 투자 금액까지 합하면 1126억 원 규모다.
기업가치 산정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거품론도 나온다. 실제 플랫폼의 핵심 역량인 점유율이 저조하다. 지난 6월 기준 앱·리테일 분석 업체에 따르면, 마켓컬리 사용자는 183만 명, 오아시스마켓은 39만 명이었다. 헬로네이처, 쿠캣마켓까지 포함한 4사의 사용자 점유율로 보면 마켓컬리 77.7%, 오아시스 16.6%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조사에서 빠진 SSG닷컴을 고려하면 실제 오아시스마켓 점유율은 더욱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오아시스 온라인 회원 수도 마켓컬리 누적 가입자 수 800만 명의 10분 1 수준이다.
이와 관련,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2600억 원 달성한 것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전혀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특히 비용효율화 측면에서 강점이 있고, 오프라인·온라인 둘 다 흑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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