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골목 따라가다 보면 달콤한 찐빵 냄새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홀리는 가게가 하나 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동글동글 예쁜 모양에 탐스러운 크기까지 이 골목 명물로 이름난 찐빵집이다.
그 중심엔 이곳에서 30년간 찐빵을 만들어온 남옥선 씨(74)가 있다. 옥선 씨는 찐빵으로 유명한 횡성 안흥면에서 태어났다. 쌀이 귀했던 강원도 산골에서는 밀을 직접 수확해 빵을 만들어 먹는 일이 많았단다.
친정어머니가 거친 호밀을 빻아다가 찐빵을 해주던 날엔 그 따끈하고 달콤한 맛에 꿈에서도 배불렀다고. 그때의 기억 그대로 찐빵을 만들어내는 옥선 씨. 손님들은 그녀의 찐빵이 유독 씹히는 질감이 좋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 비결을 알아보려 지켜보니 옥선 씨가 찐빵 반죽을 들고 웬 방으로 들어간다. 반죽에 고이 이불까지 덮어준다. 알고 보니 그 옛날에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두고 반죽을 발효하던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란다.
찐빵 모양을 낸 다음에는 특수 제작한 발효기에 넣어 한 번 더 발효를 시키는데 이렇게 두 번 발효를 거치는 것이 입에 착 감기는 찐빵 반죽의 비결이다. 옥선 씨는 참 일복이 많다.
어려서는 학교 간 동생들을 대신해 소 여물죽을 쑤었고 결혼해서는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15년간 공사 현장에서 페인트칠을 했다. 그리고 30년 전 아이들 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찐빵집을 차렸지만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느라 더 바쁜 세월을 보냈다.
15년 전 막내 아들 전진태 씨(48)가 엄마의 부름에 가게로 곧장 달려온 건 엄마의 고생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억척스럽게 살 수밖에 없었던 지난 세월을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은 효자의 마음이다.
어디 아들뿐이랴, 요즘은 딸과 여동생도 함께한다. 찐빵은 얼른 빚어야 모양이 찌그러지지 않기 때문에 가족이 다 붙어 손을 놀려야 한다고. 바쁠 땐 지나가던 동네 주민도 일을 보태니 옥선 씨 일복도 많고 사람복도 많다.
옥선 씨네 가게는 골목 사랑방이나 다름없다. 자타공인 골목대장이라 불리는 옥선 씨 가게엔 찐빵은 물론 집에서 담근 김치며 반찬도 오고간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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