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씨가 지난 2월 뺑소니 혐의로 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씨는 지난 2007년에도 보복폭행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어 한화그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가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지난 3월 24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차량운전 혐의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월 27일 오전 4시 56분경 강남 청담동의 한 아파트 도로에서 자신의 재규어 승용차를 몰고 학동 교차로 방향으로 달리던 중, 반대쪽에서 유턴 대기 중인 SM5 승용차를 받아버리고 달아났다고 한다. 당시 음주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씨는 사고를 저지른 후 곧바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3월 1일경, 입원 중이던 김 씨에게 혐의 조사를 위한 출두명령을 내렸다. 처음에 그는 건강상 이유로 이를 거부했지만 경찰의 마지막 체포 통보를 받고서야 경찰에 직접 출두(3월 4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는 약식 기소된 상태다.
이번 사건을 두고 한화그룹을 향한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번에 적발된 차남 김 씨는 이미 이전에도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한동안 세간을 뜨겁게 달궜던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차남 김 씨였다. 당시 그는 강남 청담동 G 가라오케에서 북창동 S 클럽의 종업원 5명과 시비가 붙어 따귀를 맞고 넘어져 눈 주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종업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그는 이 사실을 아버지 김승연 회장에게 알렸다. 당시 김 회장은 경호원들을 대동해 문제의 종업원들을 찾아갔고 일방적인 보복폭행을 가했다. 차남 김 씨 역시 당시 아버지와 함께 보복폭행에 가담해 피해자의 늑골과 뇌를 다치게 했다.
결국 김 회장은 아들의 눈먼 복수심을 대신 갚다 법정에 섰고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활동 200시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한화그룹은 ‘조폭그룹’ ‘쇠파이프 경영’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을 받으며 그룹 이미지에 큰 상처를 받았었다.
김 회장 자녀들의 비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남인 김동선 씨(22) 역시 지난해 폭행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동선 씨는 승마 국가대표 선수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 부분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딴 메달리스트다. 아버지 김 회장의 큰 자랑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선 씨는 2010년 10월 6일, 용산 한남동에 위치한 H 호텔 J 주점에서 만취상태로 여종업원의 가슴을 만지다 시비가 붙었다. 곧바로 이를 말리던 주차안내원 및 종업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당시 그는 종업원 등 3명에게 부상을 입히고 주점 내 유리창과 집기류를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다행히 피해자와의 재빠른 합의로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룹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힌 사건으로 기록됐다.
국내 굴지의 군수업체를 시작으로 재계순위 10위권의 종합그룹사로 성장한 한화그룹의 품격은 최근까지 이어진 이 같은 사건들로 인해 바닥을 치고 있는 모습이다. 차남 김 씨의 뺑소니 혐의가 밝혀지자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한화그룹과 김 회장 일가를 향한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 사건 직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네티즌들은 ‘아버지나 아들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 집안은 잊을 만하면 한 건씩 한다’ ‘아들 단속 잘해라’ 등의 글을 올리면서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김 회장의 아들 사랑은 재계에서 정평이 나있다. 김 회장이 가장 신뢰하는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차장은 일찌감치 각별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평상시 김 차장을 해외 주요고객들이나 유명인사와의 미팅자리에 자주 대동한 것으로 유명하다. 앞으로 그룹 경영에 필수적인 글로벌 인맥교류와 현장감을 익힐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김 회장의 세심한 배려가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김 회장은 승마 국가대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3남 동선 씨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과 사랑을 쏟아붓고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아시안게임 등 동선 씨의 경기가 있을 때, 직접 현장을 찾는 등 남다른 부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지극한 아들 사랑이 되레 불미스런 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각 재벌그룹들의 자녀교육의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일방적인 당근책보다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김 회장이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당근만큼 적절한 채찍도 함께 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건 기자만일까.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