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연쇄 확진, 김만배·남욱 수사 진전 없어…정민용 기소 못하고 윗선 배임도 규명 못해
검찰은 언론 보도가 나오자 수사팀 유경필 부장검사를 팀 업무에서 배제시켰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서초구는 수사팀의 쪼개기 회식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에 들어갔고, 국무총리실 역시 1차 회식 후 추가 술자리 여부를 포함해 사실 관계를 조사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역대급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팀 소속 평검사들의 의견과 수뇌부들의 의견이 달랐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그날 3차까지 술자리 회식
대장동 수사팀이 회식을 한 것은 11월 4일로 핵심 피의자인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가 구속된 날이다. 서초구의 한 고깃집에서 16명의 검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회식을 가졌다. 당시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10명 이상의 저녁 자리를 불허했던 상황이라 수사팀은 ‘쪼개기’를 선택했다. 한 방에 8명씩, 16명이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1차 회식에는 수사팀장인 김태훈 중앙지검 4차장검사가 참석했고, 술자리는 2~3차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이들은 고깃집에서 1차를 한 뒤 근처 바(BAR)에 가서 2, 3차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는데 문제는 그 후에 터졌다. 회식 다음날부터 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유경필 부장검사를 비롯해 검사와 수사관 등 7명이 연달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들은 고깃집에서 방을 분리해 회식을 했던 것과 무관하게 발생했다고 한다.
검찰은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밝히면서도 술자리 사실은 쉬쉬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 사실이 알려졌고 그제야 조치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11월 20일 “코로나 방역 지침 논란과 관련해 전담수사팀 유경필 경제범죄형사부장을 수사팀에서 배제하고 정용환 반부패강력1부장을 투입했다”고 짧게 대응 조치를 설명했다. 김태훈 4차장의 경우 1차에만 참석하고 2, 3차 술자리에는 참여하지 않아 수사팀 배제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서울중앙지검의 설명이다.
#부실 수사는 어떻게?
문제는 부실 수사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11월 4일은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했던 시점이다. 특히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도 배임 혐의 및 구체적인 사실 관계 정리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회식으로 확진자가 나오면서 수사 차질이 불가피했다. 유경필 부장검사는 치료를 위해 9일 동안 자리를 비워야 했고, 김태훈 4차장검사 역시 ‘밀접접촉’으로 사흘 동안 자가 격리를 해야 했다. 자연스레 구속된 김만배 씨 등에 대한 검찰 조사도 사흘 가까이 중단됐다. 11월 22일 구속 기간 만료를 이틀 앞두고 주임 부장검사가 교체되는 사태까지 생겼다.
수사 결과도 논란이 상당하다. 검찰은 22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며, 부당 취득 시행이익 액수를 1176억 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정민용 변호사에 대해서는 기소를 하지 못했으며 성남시 등 윗선의 배임 의혹은 전혀 규명하지 못했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코로나19 같은 상황에서 특수수사를 하게 된다면 당연히 수사팀 내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지휘자의 관리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구속영장 청구할 때 나왔던 혐의들 중에서 배임 혐의 금액을 산정한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검찰은 20일의 시간 동안 성남시 관계자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려고 했다면 20일 동안에 이재명 후보나 이 후보의 측근들을 소환해 어떻게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는지 책임의 소재를 밝혔어야 하는 게 맞다”며 “수사 의지가 없었다고 보는 게 맞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방증 같은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쪼개기 회식 외에도 사실 수사 과정 내내 ‘이례적’이라고 할 만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해외로 도피한 핵심 피의자를 체포해 놓고도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했고(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본부장이 버린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한 채 수사를 진행하다가 경찰로부터 건네받았고 △성남시 압수수색도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가 수사 개시 2주가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모두 기존 대형 특수수사에선 보기 힘든 일이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빠른 시일 안에 끝내야 하는 이런 사건의 경우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하나의 사실 관계로 만들고, 이를 입증해 나가는 것이 특수수사의 기본인데 이번 사건은 ‘응?’ 하는 의아함이 생기는 지점들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과태료로 끝?
서초구는 고깃집에서 쪼개기 방식으로 이뤄진 회식에 대해 행정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서초구는 현장 조사를 통해 식당 내 방역수칙 위반 사실 등을 확인했고, 과태료와 영업정지 부과 방침을 사전 통보할 방침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방역수칙을 위반한 시설 운영자에게는 과태료 150만 원과 10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회식에 참석한 수사팀에 대해선 방역수칙 위반이 확인되면 개인당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무총리실도 법무부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진상을 파악하도록 한 상태인데, 진상 파악은 중앙지검 사무국 총무과가 담당할 예정이다. 하지만 징계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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