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지난 5월 공시를 통해 별내동에 위치한 8582.1㎡(약 2596평) 규모 토지를 신세계프라퍼티에 749억 6000만 원을 받고 양도한다고 밝혔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법인으로 이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토지는 이마트 별내점 바로 옆에 위치하며 현재는 이마트 고객을 위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인근에 1100세대 규모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별내역 아이파크스위트’가 최근 들어서면서 유동인구도 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해당 토지를 인수한 곳은 신세계프라퍼티가 아닌 ‘에스피남양주별내PFV’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스피남양주별내PFV는 지난 8월 설립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로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분 51%를 갖고 있다. PFV란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자금·현물 등을 출자해 설립한 일종의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투자 파트너사가 모여서 컨소시엄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자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5월 해당 토지를 양도한다고 공시한 후 인근 지역에서는 창고형 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최근에는 숙박시설과 상업시설이 혼합된 형태의 복합시설이 들어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부지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이마트 바로 옆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설 가능성은 낮다.
이마트 별내점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인근 주민들은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몰을 기대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최근에는 레지던스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복합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은 이전부터 있었다”며 “건물 저층부에 상업시설이 입주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대기업인 만큼 좋은 시설이 들어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목적에도 복합시설을 개발한다고 명시돼 있다. 법인등기부에 기재된 에스피남양주별내PFV의 사업목적은 △회사의 자산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XXX번지의 취득 및 그곳에서 생활형 숙박시설 및 판매시설(복합시설)의 개발사업 △복합시설에 대한 분양·임대 또는 운영사업 △회사 자산의 관리·운영 및 처분 등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초 서울시 강남구에 완공된 ‘센터필드’와 비슷한 형태의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센터필드는 이지스제210호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회사(이지스)가 설립한 36층 높이의 오피스타워다. 신세계프라퍼티가 보유한 이지스 지분은 2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6월 센터필드 지하 2층~지상 2층에 레스토랑, 카페, 스파 등을 운영하는 ‘더 샵스 앳 센터필드’를 오픈하기도 했다. 센터필드의 나머지 층은 사무실, 호텔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별내동에 복합시설을 건설하면 적지 않은 분양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에스피남양주별내PFV 사업목적에도 분양이 언급돼 있다. 최근 몇 년간 별내역 인근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근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고, 현재 건설 중인 별내선까지 완공되면 추가 상승도 예상된다. 별내선은 이르면 2023년 하반기 개통 예정이다.
대형 복합시설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추가 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에스피남양주별내PFV에 56억 원을 출자했다. 지분율대로 계산하면 에스피남양주별내PFV의 자본금은 약 109억 8039만 원이다.
다만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아직 확정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다각도로 생각을 하고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유경표 M&A’ 시동 거나…신세계인터내셔날 신규사업팀 신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11월 15일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을 위한 신규사업팀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각별히 애정을 쏟는 계열사로 알려졌다. 앞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인수합병(M&A)은 신규사업팀에서 전담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신규사업팀 신설을 발표하면서 “수익성 극대화와 신사업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 적극적인 M&A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연작 등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고, 동시에 M&A를 통한 사업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했고, 2020년에는 스위스 스킨케어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한 바 있다.
이 중 비디비치는 2019년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정유경 사장의 성공작으로 꼽혔다. 하지만 비디비치의 2020년 매출은 1300억 원 수준에 그쳤고, 올해 3분기 비디비치의 매출은 182억 원으로 2020년 3분기 대비 52.8%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도 매출 감소폭이 크다고 분석한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부문에 대해 “수입 브랜드 강세와 신규 브랜드 추가가 비디비치 부진을 상쇄하기에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M&A를 통해 실적 개선을 모색하는 만큼 신규사업팀의 어깨도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휴젤 인수를 추진했다가 막판에 철회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신규사업팀 신설이 휴젤 인수 철회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고 있다. 휴젤을 대신할 다른 M&A 매물을 물색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월 차정호 (주)신세계 대표이사가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장으로 이동한 것도 휴젤 인수 철회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휴젤 인수와 신규사업팀 신설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설명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획팀 내에서 M&A를 검토했지만 관련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사업팀으로 분리한 것”이라며 “휴젤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인수를 추진한 것이고, 임원 인사 후에 신규사업팀이 신설됐기 때문에 휴젤 인수 철회와는 별개의 건”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