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논란 후 7개월 만의 복귀 두고 여론 엇갈려…갑질·학력위조 논란도 넘어야 할 산
서예지가 11월 24일부터 tvN 드라마 ‘이브의 스캔들’ 촬영을 시작했다. 배우가 드라마에 캐스팅되면 보통 출연 사실을 보도자료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리고 작품을 홍보하지만 ‘이브의 스캔들’은 달랐다. 제작진은 서예지의 캐스팅 소식도, 촬영 전 상견례를 겸해 진행하는 대본 리딩 소식도 없이 조용하게 시작했다. 아무래도 서예지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은 상황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서예지가 복귀작으로 택한 ‘이브의 스캔들’은 치정 멜로극을 표방한다.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재벌가의 위자료 2조 원에 달하는 기막힌 이혼 소송의 내막을 다룬다. 서예지는 불행한 가정사가 남긴 상처를 딛고 욕망으로 치닫는 주인공을 맡았다. 위자료만 2조 원, 재벌가의 이혼 스토리에 정치 명문가를 배경으로 하는 내밀한 멜로까지 버무려 ‘자극적인 스토리’를 예고하고 있다. 서예지는 이상엽, 박병은, 유선과 호흡을 맞춘다.
#2조 원대 위자료 다투는 이혼 이야기
‘이브의 스캔들’ 제작진은 드라마를 기획할 때부터 서예지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표현 수위를 높인 희대의 이혼 스캔들에 엮인 팜파탈 스타일의 주인공 캐릭터에 어울리는 이미지와 아우라를 갖춘 배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0년 서예지를 스타덤에 올린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성공 배경도 비슷하다. 이 드라마에서 김수현과 호흡을 맞춘 서예지는 ‘매력’보다 강력한 ‘마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지 못한 채 잔혹한 동화를 쓰는 작가라는 캐릭터가 서예지와 만나 시너지를 냈다.
덕분에 서예지는 드라마 원톱 주연으로 몸값이 올랐고, 광고계가 주목하는 CF스타로도 도약했다. 특히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끌면서 한류의 새로운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 4월 옛 남자친구인 연기자 김정현과 엮인 일명 ‘가스라이팅’ 논란으로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정현이 2018년 출연한 MBC 드라마 ‘시간’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중도 하차한 배경으로 ‘서예지의 조종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촬영장에서 여성 스태프에게 인사를 하지 말라는 서예지의 주문을 따른 김정현의 행동이 두 사람이 나눈 휴대전화 메신저 내용으로 공개되자 후폭풍은 더욱 거셌다.
김정현은 ‘시간’ 중도 하차에 대해 당시 상대 배역을 맡은 연기자 서현에게 뒤늦게 사과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서예지는 김정현과 과거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누군가를 조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소속사를 통해 “드라마 주연 배우가 누군가의 말에 따라 본인의 자유 의지 없이 그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서예지는 다만 “결과적으로 연애 문제에 있어 개인의 미성숙한 감정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깊이 뉘우친다”고 사과했다.
#전 연인 김정현 행보도 관심 집중
논란이 증폭되고 복귀하기까지 걸린 ‘7개월의 시간’을 두고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반성할 시간치고 짧다는 지적부터 개인의 문제인 사생활 이슈로 연기 활동까지 중단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옹호론이 공존한다.
넘어야 할 산은 더 있다. 함께 일한 스태프들을 부당하게 대했다는 ‘갑질’ 논란, 스페인 유학 시절을 왜곡해 알렸다는 ‘학력위조’ 논란 여파는 여전하다. 김정현과 교제 당시 벌인 일들은 개인의 영역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대중 정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갑질 및 학력위조 부분은 언제 어떻게 다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학력위조 논란은 오랫동안 서예지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서예지는 데뷔 초 스페인의 명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교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을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해당 대학에서 공부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서예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소속사를 통해 그는 “합격 통지를 받아 입학을 준비한 사실이 있으나, 그 이후 한국에서의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정상적으로 대학을 다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데뷔 초 몸담았던 소속사가 이력을 다소 부풀렸고, 이를 일일이 바로잡을 수 없어 인터뷰와 일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스페인 유학’을 알렸다는 해명이다. 학력위조는 부인했지만, 합격 사실은 끝내 증명하지 않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팬들은 ‘가스라이팅’이라고 명명된 스캔들을 서예지가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드라마 ‘시간’의 하차 논란은 전적으로 김정현의 미성숙한 행동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힘입어 서예지는 올해 6월 팬카페에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일 거야”라는 글을 쓰고 복귀할 뜻을 내비쳤다.
서예지의 복귀로 인해 논란의 또 다른 장본인 김정현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현은 폭풍처럼 밀려든 각종 논란이 잦아든 지난 9월 스토리제이컴퍼니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김태희와 서인국, 이시언 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다. 스토리제이컴퍼니는 “김정현과 오랜 시간 진심으로 대화하면서 신뢰를 쌓았다”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김정현은 측근들에게 연기 활동을 빨리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은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작품 출연과 관련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시간’ 출연 당시 드라마에서 중도 하차한 이유가 낱낱이 공개된 탓에 주인공의 책임감 면에서 제작진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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