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단 하나의 반찬만 올라야 한다면 그 주인공은 김치가 아닐까. 냄새만으로 우리집 엄마 김치구나 금방 알수 있는 법. 지역마다 집집마다 재료도 조리법도 다르고 그속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큼직한 배추꼬랑이의 추억을 품은 의성배추와 길이 1미터까지 자라는 담양배추에 알싸한 정선갓, 그리고 배추를 씻고 절이던 청산도 둠벙까지 점점 잊혀져가는 그리운 고향의 풍경과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옛 토속김치들을 만나본다.
경북 의성군 춘산면 효선리에는 다른 지역에선 보기 힘든 특별한 배추가 자라고 있다. 잎과 줄기는 가늘고 긴데 큼직한 뿌리를 달고 있는 '조선배추'라 부르는 이 배추는 예로부터 의성지역에서 재배해온 배추라 해서 의성배추라고도 부른다.
길쭉한 겉잎은 말려 배추 시래기를 만들어 두고 부드러운 속잎은 따로 모아 열흘쯤 말려 김치를 담근다. 말려서 담근 김치라 해서 '곤짠지', 학교 점심시간이면 교실안에 곤짠지 냄새로 가득했을만큼 의성사람들에겐 잊을수 없는 추억의 김치다.
생으로 깍아 먹으면 달고 아삭한 배추뿌리는 겨우내 요긴한 식재료로 사용됐는데 감자와 함께 얼큰한 짜글이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대학 선후배로 만나 20년 넘게 고향을 지키며 사는 박희태, 이정하 부부에겐 백김치로 전을 부치는 법부터 가르쳐주었던 어머니와 추운 겨울, 백김치를 다져 된장을 넣고 찬밥을 덖어주던 아버지의 따뜻한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오랜 세월 이어온 의성배추의 알싸한 맛과 아련한 추억이 담긴 의성의 토속김치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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