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라, 이재명 후보는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도 적극 비판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11월 23일 “수요만 억압하면 된다고 봤던 겁니다. 그런데 시장은 그렇게 안 봤던 거죠. 그래서 저는 지금부터는 시장을 따라가야 되거든요. 시장을 존중해 줘야 됩니다. 시장을 억압하면 안 되거든요”라고 언급했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함과 동시에 자신은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중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언급이다.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여론이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머니투데이·더300(the300) 의뢰로 한국갤럽이 11월 22~23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RDD 전화면접 조사, 응답률 1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5자 대결 결과를 보면, 윤석열 후보는 38.4%, 이재명 후보는 37.1%, 안철수 후보는 5.5%, 심상정 후보는 3.0%, 김동연 후보 1.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주 전 해당 조사와 비교하면 윤석열 후보는 3.3%포인트(p) 하락한 반면, 이재명 후보는 4.7%p 상승했다. 일단 여기까지만 보면, 이재명 후보의 움직임이 여론에 먹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의 움직임도 너무 지나치면 안 된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11월 24일 당내 상임위원장단 및 간사단이 참석한 ‘민주당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한 언급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후보는 “장애물이 생기면 넘으라고 그 힘을 준 것이다. 반대하면 반대 뚫고 할 수 있는 일 해내라고 권력 권한 부여했다”면서 합의 처리되지 못한 입법은 여당 단독으로라도 밀어붙여야 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런데 이런 발언들은 중도층으로의 지지층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야당의 존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여당의 입법 독주를 독려하는 듯한 발언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후보가 말한 게 ‘민생 우선, 국민 우선을 위해서라면 당이 기민하게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법이 부여한 권한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 같다”면서도 “이재명의 민주당이 이렇게 해서 밀어붙이는 거 아니냐는 한 편의 불협화음에 대한 공포감도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을까를 생각하면, 이런 우려는 단순한 기우는 아닌 것 같다.
이재명 후보가 중도층의 지지를 받으려면, 소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민주적 가치란, 다수가 수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의견도 제도에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주의란 법치주의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가 11월 16일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보면, 이 부분도 걱정이 된다.
이 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한 청년 활동가가 석탄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취지로 두산중공업 건물에 녹색 스프레이 칠을 해 23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은 사건을 듣고 “공동체의 협의된 룰을 일부 어기면서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것은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 식의 삶도 응원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발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는 목적만 좋다면 ‘룰’을 어겨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중도층과 보수적 중도층은 특히 이런 문제에 민감하다. 중도층이란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정치적 행위를 하는 스윙보터들인데,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의 절충은 법에 의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의 이런 발언을 중도층이나 보수적 중도층이 법치주의의 경시라고 받아들인다면, 이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다.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과하면 그 역작용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이재명 후보의 변화를 위한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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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