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오르가슴 연기장면. |
가까운 일본에서도 <주간포스트>가 20~50대 여성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80%에 가까운 응답자가 오르가슴을 연기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렇듯 오르가슴을 연기하는 이유가 뭘까. 상대 남성에 대한 배려도 한 요인이긴 하나 가장 큰 이유는 말 그대로 오르가슴을 정말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성전문가로 활약하는 재일교포 3세 산부인과 전문의 송미현 씨는 “여성의 경험 부족과 남성의 기술 부족이 합쳐진 결과”라 지적한다. 송미현 씨는 “자위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은 만큼 성관계 시 오르가슴도 학습하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며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평소에 자위를 하지 않는 여성이나 성 경험이 적고 내성적인 성격의 여성은 자신의 성감대가 어디인지조차 모르거나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파트너가 성감대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여성이 민감하게 느끼는 성감대는 유두나 클리토리스, G스팟 등으로 실상 거의 일정하다. 그러나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애무하면서 이를 찾는 게 최선책이다. 남성 파트너가 뒤에서 여성을 껴안는 자세를 취하면, 여성이 파트너의 얼굴을 마주보지 않아도 돼 수치심을 덜 느낀다고 한다. 뒤에서 안은 자세로 반응이 좋은 곳을 애무하다가 여성 스스로 애무하도록 한다. 이를 반복하는 새 자연스럽게 몸의 긴장이 풀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1개월 내지 3개월가량 시도하다보면, 어느새 성관계에서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더운 여름에는 약간 차가운 물을 틀어놓고 욕조 안에서 함께 성감대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코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는 여성도 있다. 최근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매거진>에 게재된 런던 성토머스병원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능력은 유전되는 것이라고 한다. 특정 유전자를 갖지 못한 여성들은 성 행위는 물론 자위 시에도 오르가슴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인데, 진화학자 엘리자베스 로이드도 “생물학적으로 보면 여성의 오르가슴이 갖는 의미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오르가슴을 느끼지 않아도 임신하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성행위를 번식활동으로 보면, 여성의 오르가슴은 남성의 유두처럼 아무런 기능이 없어 진화과정에서 우연히 생긴 선물과도 같다는 것이다.
한편 오르가슴을 연기하는 이유에 대해 ‘성생활을 더 즐기기 위해서’라며 적극적인 대답을 내놓은 여성은 실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해도 성적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