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월드서 ‘믿보김’ 재확인 “유아인 신선, 박정민 영특…찐 액션 첫 도전 성장의 시간”
“지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잘 실감은 안 나는데요, 주변 반응이 엄청 뜨겁더라고요. 굉장히 오래 알고 지내던 지인 분들이 생전 하지도 않았던 사인을 요구한다든지(웃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일요신문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김현주는 ‘지옥’의 전세계적인 뜨거운 인기를 설명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장기화로 인기를 직접 체감할 수는 없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작품이 주는 영향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믿고 보는 배우’ 김현주는 ‘지옥’에서 소도법률사무소에 소속된 변호사 민혜진을 맡았다. ‘지옥의 사자’로 불리는 기이한 존재들로부터 지옥행을 ‘고지’ 받는 사람들로 인해 충격에 빠진 사회 속,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사이비 종교단체 ‘새진리회’에 맞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정의로운 인물이다. “신의 뜻을 거역하고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새진리회의 교리를 따르는 단체 화살촉의 손에 어머니를 잃고 반죽음에 이를 정도로 공격당했음에도 의지를 꺾지 않는 심지 굳은 인물이기도 하다.
“민혜진과 저의 비슷한 점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민혜진과 내가 이런 면이 비슷한데 나라면 그것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접근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밖으로 꺼내기보단 내 안에 내재하는 식으로, 그래야지만 뒷부분에 그 힘을 터뜨려서 반전시키는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던 기억이 나요.”
화살촉 습격으로부터 4년 뒤 민혜진은 다시 돌아와 새진리회에 맞선다. 이전에 무력하게 당했던 자신에 대한 분노로 단련을 거듭했기에 이번에는 놀랄 만큼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김현주 자신에게 있어서도 ‘지옥’에서의 제대로 된 액션이 첫 도전이었던 만큼 캐릭터나 배우 모두에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던 셈이다.
“‘4년 동안 민혜진은 대체 뭐 한 거예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 내가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지!’ 하는 답을 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다만 복수의 칼을 갈았다고 해도 4년 만에 갑자기 액션 장인이 돼 돌아오는 것도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액션 부분도 너무 액션 배우 같은 느낌이 아니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감독님과 했어요. 그래서 보시면 다른 액션물에 나오는 여전사류의 액션처럼 화려하단 느낌은 없을 거예요.”
1부인 1~3화, 2부인 4~6화까지 전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민혜진은 ‘지옥’의 주연 캐릭터 대부분과 접점이 있다. 유아인이 맡았던 새진리회의 초대 의장이자 교주 정진수와는 적대를, 박정민이 맡았던 NTBC 프로듀서이자 갓 태어났음에도 지옥행 고지를 받은 아기의 아빠 배영재와는 협력 아닌 협력 관계를 맺는다. 캐릭터들이 연결돼 있다 보니 배우들끼리의 합도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김현주의 이야기다.
“유아인 씨가 맡은 정진수와 민혜진은 서로 대적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호흡이 맞아야 하는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서로 사이에 오고 가는 힘의 균형을 받쳐줄 수 있는 호흡이 있긴 해야 했죠. (유)아인 씨는 현장에서 몇 번 만나보지 못했지만 만나는 매 순간이 설레고 기대되더라고요. ‘오늘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보고 나면 ‘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네’ 하면서. 늘 제가 생각지 못했던 걸 보여줘서 신선했죠.”
유아인에 대한 칭찬이 진지했던 반면, 박정민의 이야기가 나오자 김현주는 웃음을 터뜨리기 바빴다. “아, 박정민!” 이름만 들어도 뭔가 떠오른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후배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말할 땐 다시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박정민은 진짜 너무 영특해요. 연기 천재 같아요. ‘어떻게 저렇게 하지?’ 이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웃음). 되게 계산되지 않은 연기를 하고 있는데, 그게 사실 계산이 된 것인데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 거예요. 즉석 애드리브 같지만 사실은 많은 고민 끝에 나온 애드리브라는, 그런 고민이나 노력, 성실함이 보이는 친구예요.”
올해로 데뷔 25년차를 맞은 김현주는 1997년 데뷔 후 동세대 배우들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드라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스크린에선 큰 활약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옥’을 통한 연상호 감독과의 인연으로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출연이 확정되며 대중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많은 작품을 거치면서 흥행의 기복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김현주는 어느 정도 내려놓는 법을 터득했다며 웃어 넘겼다.
“늘 좋은 결과를 빚을 순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애를 쓰고 노력해준 것에 대한 결과는 사실 보상에 가까운 건데 그런 결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주인공으로서 책임감과 미안함이 있죠. 하지만 결과에 연연해하는 편이 아니기에 ‘부족했으면 다음에 열심히 하자, 좋은 거 하자’고 생각해요. 수치가 제 개인적인 만족과 꼭 비례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아쉬움은 있었지만요. 그런데 이번에 ‘지옥’이 세계적인 흥행을 했다고 하시니 그런 아쉬움은 좀 해결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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