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시아를 둘러싼 의료계의 논란이 가열되면서 넥시아를 복용 중인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넥시아 분말과 캡슐. |
얼마 전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넥시아 논란의 진실은’이란 제목으로 넥시아를 둘러싼 갈등을 자세히 다루었다.
유명 대학병원에서 말기 암환자에게 처방하고 있는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 최원철 강동경희대병원 기획진료부원장(한의사) 교수가 옻 추출물을 이용해 개발한 약이다. 양방에서 몇 번씩 항암제를 바꿔도 효과가 없고,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말을 들은 말기 암환자들이 주로 이 병원을 찾아 넥시아를 처방받고 있다.
이 논란의 시작은 넥시아를 모태로 한 신약, 아징스를 개발한 시점부터다. 이 연구는 국내 의료계의 비판 이후, 넥시아를 현대화·규격화하려는 시도였다. 아징스는 최 교수의 옻 가공 기술이 기반이 되지만, 엄격하게 관리되는 양약이다.
식약청은 최 교수가 임상시험 중인 아징스(AZINX75)를 넥시아로 팔아 불법 이득을 남겼다며 압수수색을 했지만 무혐의로 수사를 마쳤다. 그러나 이번엔 넥시아 자체가 무허가 의약품이라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같은 혐의로 2004년에도 수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결론은 무혐의였다. 수사가 길어지면서 넥시아와 아징스를 둘러싼 의료계 논란은 물론, 넥시아를 복용 중인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효능 검증보다 예후가 좋은 환자 중심의 사례다?
말기 암환자의 수명은 보통 3~4개월, 길어야 6개월이 되지 않는다. 말기 암환자의 평균 생존율은 60~70일 내외, 1년 이상 생존율은 1%로 매우 적다.
하지만 넥시아를 복용한 일부 말기 암환자들은 몇 년째 살아있다. 넥시아를 복용한 말기 암 환자 85명 중 19명이 5년 이상 생존해 22%의 생존율을 보였다. 한 예로 신장암으로 고생하던 전종범 씨는 넥시아 복용 이후 폐로 전이된 암이 사라졌다고 한다.
최 교수는 “한방에서는 진행암을 냉성질환으로 본다. 때문에 특히 냉성 어혈을 없애야 치료가 되는데, 이 냉성 어혈을 없애는 더운 기운의 한약재가 넥시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칠 한국임상암학회 이사장은 <PD수첩>을 통해 “신장암 환자 중에는 일부에서 많게는 7%까지 자연 위축 내지는 자연 소실이 보고돼 있다. 특히 폐로 전이된 경우 원발 병소인 신장을 제거하면 폐에 손을 대지 않아도 자연 소실이 되기도 한다”며 반박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미국의 통계를 보면 신장암이 폐로 전이된 경우 자연 소실되는 사례는 1951~2008년 초까지 약 58년간 세계적으로 171건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의료 수준을 보아 오진 가능성이 있고, 오진이 없다 해도 연간 3~4명이 자연소실된 것이다. 인구 비례로 추정하면 국내에서는 10년에 1명 있을 법한 드문 경우”라고 밝혔다. 또한 “이는 항암치료 실패 환자의 사례이기 때문에 자연소실 사례와는 비교되지 않는 경우”라고 밝혔다.
최교수는 의사들의 감수를 거쳐 만든 <넥시아 리뷰>라는 넥시아 복용 말기 암환자 85명의 자료집에서 여러 치료 사례를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유럽 암 의사회 공식저널 <Annals of Oncology>에는 넥시아로 치료받은 환자 2명에 관한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넥시아 복용 이후, 암이 완전히 사라진 사례였다.
하지만 국내 일부 의료계는 “일부의 케이스 보고에 지나지 않는다”며 “일반화될 수 없는 특별한 사례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즉 예후가 좋은 환자들의 사례나 케이스 소개가 효능을 검증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Annals of Oncology>에 소개된 논문도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letters to the editor) 형태라는 것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이에 최 교수는 편집장의 이메일을 보여주며 “논문이 길어 축약(Compress)해 주면 정식 리뷰하겠다”라는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넥시아와 아징스는 같은 약이다?
임상시험약인 코드명 ‘아징스75’가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는 도중 식약청은 넥시아와 아징스75를 동일하다는 인식하에 무허가 의약품이라고 주장, 7개월째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한방제제인 넥시아는 아징스75와는 다른 약이라고 말한다. 넥시아와 아징스75는 둘 다 옻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것이지만 기시법(기준과 시험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엄연히 다른 성격의 약이라는 것이다.
“넥시아는 주재료인 옻나무를 불에 쪄 진액을 받는 화칠법(火漆法)을 사용해 만들고, 아징스는 냉동건조 방법을 사용해 엄연히 다르다”는 설명이다.
전성하 교수(강동경희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PD수첩>에서 “애엽이라고 하는 쑥은 옛날부터 써왔는데 예로 부인과 질환이나 위장이 좋지 않을 때 써왔다”면서 “국내 모 제약사에서 쑥을 성분으로 한 위염약으로 개발해서 성공했다. 이때 이 제약사가 임상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의사들에게 쑥을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면 불공평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어느 공정을 밟느냐에 따라 양약과 한약으로 구분되는 만큼 이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약청이 문제를 삼은 불법조제에 대해서도 최원철 교수는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제조라고 한다면 약물의 1회용 제형이 이미 결정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넥시아는 가루형태로 의사가 진료를 한 후에 환자에 따라 물약 혹은 캡슐로 결정되기 때문에 제조행위가 아닌 한의사들의 포제행위다. 또한 한의사와 한약사가 포제하지 않았다면 식약청 주장이 맞지만 엄연히 한의사와 한약사가 포제했다”고 주장했다.
넥시아의 원료가 되는 옻 분말은 우루시올(urushiol)이라는 알레르기 성분 때문에 병원 밖에서 만들어져 병원 내에서 가루, 탕약 등 형태로 조제된다.
식약청은 이처럼 옻을 병원이 아닌 외부 공장에서 분말로 만드는 만큼 무허가 의약품 제조라는 입장이다. 많은 제약제품들도 분말형태의 제조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제조행위로 볼 수밖에 없고, 이미 많은 제약회사들도 같은 행위에 대해 허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식약청은 이달 말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넥시아에 대한 불법성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한다.
#암환자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계속되는 논란 속에서 암 환자들을 생각한다면 넥시아의 불법성 여부보다 효능을 정확하게 규명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양방이든, 한방이든 치료효과를 본 케이스가 있다면 양·한방의 기준만이 아닌 항암제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잣대로 연구,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동경희대병원과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재작년부터 넥시아 성분이 인체 세포에 독성을 미치는 연구를 시행한 결과가 주목을 끌고 있다. 기존 항암제의 10분의 1 용량의 넥시아를 사용해 암 신생혈관 억제율을 81%로 끌어올렸다는 내용이다.
최원철 교수는 “넥시아는 한방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사용해 온 약재로 만든 암치료제다. 본 병원에서 5년 여 처방하는 동안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는 사실은 양방센터의 전문의도 인정한다”며 “서양의학적인 일시적 약효 통계 기준으로만 평가하기보다는 현재의 암환자 생존 임상성과를 가지고 새로운 기준으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암환자는 70만 명. 이 중 매년 7만 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이 안타까운 상황에서 환자를 위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최원철 강동경희대병원 기획진료부원장
“4기 진행암 치료의 목표는 ‘생존’입니다”
▲ 옻 추출물을 이용해 넥시아를 개발한 최원철 교수. 말기암 환자들에 주로 처방했다고 한다. |
-옻으로 암 치료제를 만든 이유는?
▲한방 암 치료의 핵심은 오래된 어혈 제거다. <동의보감>에 ‘구어성괴(久瘀成塊)’라고 했는데 어혈이 오랫동안 낫지 않으면 반드시 암(종괴)이 된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서 어혈을 푸는 ‘이성환’이라는 처방을 응용해 옻 껍질(칠피)과 수액인 습칠, 옻 껍질을 말린 건칠을 최적의 조합으로 배합해 만들어낸 것이 넥시아다.
-넥시아 처방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간 대사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화 대사 및 간 대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치료가 어렵다. 때문에 황달이나 심한 복수 여부, 마약성 진통제를 많이 사용한 경우,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경우에는 넥시아를 처방하기 어렵다.
-넥시아 치료 성적은?
▲미국 국립 암연구소(NCI)와 미국 암협회(ACS)는 ‘4기 진행암(Advanced Cancer)’에 대해 “어떠한 치료법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암”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넥시아를 처방하는 경우 4기 완치율은 낮게는 10%, 혈액암은 70% 수준이다. 넥시아 치료는 주로 기존 항암제 치료에 실패한 4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내성이 생기는 항암제 치료에 한 번 실패한 사람은 완치율이 30% 이상, 두 번 실패한 경우 10% 내외다. 항암제에 3번 실패한 사람은 완치보다는 생명 연장 개념의 치료가 이뤄진다.
-암환자와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처럼 사이비 의료가 많은 데는 제도권의 책임이 분명 있다고 본다. 4기 진행암에 대한 논의가 더 이루어지는 등 의료인들의 자세도 바뀌어야 하고, 환자와 가족들이 보다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 치료의 목표는 분명 생존이다. 4기 진행암에 대한 생존 평가는 반드시 의학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일시적인 약효 통계는 참고 수치일 뿐이다.
4기암은 최소 2년 이상의 생존을 내놓아야 하고 10년 이상의 생존자에 대해서는 ‘왜 장기생존했는지?’를 연구, 재현성 조건을 찾아 국민들이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