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행복’ ‘한송이 꿈’ 등의 노래로 인기를 끌었던 통기타 가수, 80년대 이문세 유열 등과 함께 ‘마삼트리오’로 불리던 인기 MC, 80년대 말 영화 <지옥의 링> OST ‘사랑하고 만거야’를 부른 가수…, 바로 그가 이수만이다. 그리고 또, HOT와 SES를 통해 한국 가요계에 아이돌 열풍을 불러 온 가요제작자, 보아를 통해 일본 무대로 K-POP를 전파시킨 한류 전도사, 동방신기 등 소속 그룹 해체 과정에서 불거진 노예계약 파문의 당사자…, 역시 이수만이다. 그리고 이제 그는 K-POP을 유럽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또 하나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만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한국 연예계의 비약과 세계화에 가장 확실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지만 노예계약 등 다양한 잡음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연예계 최고의 부자
2011년 상반기 기준으로 연예계 최고의 부자는 단연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다. 그의 자산 규모는 부동산과 주식 자산만으로도 이미 1000억 원대를 훌쩍 뛰어 넘는다. SM엔터테인먼트(SM) 최대 주주인 이수만 회장은 우선 SM 사옥을 개인 소유로 갖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청담동 명품거리 대로변에 위치한 데다 대지도 넓어 시세가 200억 원대 이상이라고 한다.
항간에선 이수만 회장이 SM 사옥 인근 고급 빌라의 펜트하우스를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해당 빌라에서 그의 명의 주택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말 SM 보유 주식의 일부를 매도해 80억여 원의 차익을 실현했는데 당시 SM 측은 주식 매도 사유를 주택 구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소문으로 알려진 고급 빌라가 아닌 제 3의 장소에 80억여 원에 이르는 초호화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보유 주식 평가액은 800억 원 대에 이른다. 주식 부호로 알려진 연예인의 상당수는 실제 차익 실현을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때 보유 주식 평가액이 1000억 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진 배용준 역시 차익 실현은 하지 않은 채 보유만 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주가 하락으로 평가액은 200억 원대로 줄어들었다. 반면 이수만 회장은 지난해 연말 80억여 원을 비롯해 이미 여러 차례 차익 실현을 했다. 그럼에도 그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800억 원대에 이른다. 유럽 진출이 성공을 거둘 경우 그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가뿐히 1000억 원을 넘길 전망이다. 다시 말해 이수만 회장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연예인이라는 뜻이다.
▲ 국내 가요계에 걸 그룹 열풍을 몰고온 소녀시대. 지난해 일본 진출에도 성공했다. |
요즘 연예계의 대세 가운데 하나인 엄친아, 그런데 70년대 초 데뷔한 이수만 회장은 서울대학교 농업 기계학과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대학교대학원 컴퓨터엔지니어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아이큐 150의 수재다. 또한 집안 또한 조부-부친-형으로 이어지는 전통있는 교육계 집안이다. 70년대 통기타 가수로 데뷔한 그는 싱어송라이터로 주가를 높였고 톱MC로 인기 절정이던 1985년 돌연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로 유학을 떠난 이유 역시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고 집안의 가풍을 잇기 위함이었다.
미국에서 컴퓨터엔지니어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정작 그를 매료시킨 영역은 선진화된 미국 연예계였다. 당시만 해도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던 한국 연예계를 미국처럼 비즈니스화하 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란 생각에 이수만 회장은 귀국 후, 89년 SM기획(현 SM엔터테인먼트)을 설립한다.
가수 출신으로 직접 작사 작곡을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감각과 이해력이 남달랐던 이수만 회장은 90년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힙합을 들여와 현진영을 키워 냈고 이후 HOT SES 등의 아이돌 가수를 배출했다.
또한 미국 연예계에선 이미 트렌드가 된 로우틴 가수(10대 후반인 하이틴이 아닌 10대 초중반 가수)의 개념을 한국에 접목시켜 열네 살이던 보아를 데뷔시킨 후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게다가 보아는 일본 진출에도 성공해 한국에서는 물론 일본 가요계에서도 각광을 불러 모으며 어린 나이에 K-POP 전도사가 됐다.
SM이 배출한 아이돌 그룹과 로우틴 가수는 한국 가요계의 지형도를 완전히 뒤바꿨다. 특히 10대들이 이들에게 열광하면서 팬클럽이 생겨났고, 오늘날 팬덤 문화의 기초 역시 SM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극성팬들의 지나친 팬덤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도 했고 이는 2001년 HOT가 해체하는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당대 최고의 인기 스타였던 HOT의 전속계약이 노예 계약에 가까웠다고 알려지면서 SM과 그 수장 이수만 회장은 상당한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일본 넘어 유럽까지
▲ 파리는 환호 중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2차 공연에서 슈퍼주니어의 공연에 관객들이 한마음으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란 실력있는 연습생을 선발한 뒤 몇 년 동안의 교육 기간을 거쳐 가수로 데뷔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연습생으로 발탁되면 노래와 춤, 연기 등은 기본, 해외 진출을 위해 외국어까지 배우게 된다. 모든 비용은 회사에서 댄다. 이처럼 연습생들에게 엄청난 투자를 한 뒤 이들이 데뷔해 스타덤에 오르면 투자금을 회수해 다시 연습생을 교육시킨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계약 기간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길고 수익 분배도 연예인이 불리한 전속계약이 체결되는 데 심한 경우 노예 계약 파문에 휩싸일 위험성이 크다. 그렇지만 SM은 이를 통해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을 연이어 배출했다.
K-POP의 일본 진출 역시 이수만 회장이 이끄는 SM이 앞장섰다. 배용준을 필두로 한 드라마 업계가 일본 시장에 안착하며 한류 열풍을 주도했지만 K-POP의 경우 보아 정도가 유일했다. 그렇지만 동방신기가 일본 진출에 성공하면서 비로소 일본에서도 K-POP 열풍이 통한다는 점을 입증시킨 이수만 회장은 지난해 소녀시대까지 성공리에 일본에 진출시켰다.
그리고 요즘 이 회장은 SM 소속 가수들을 바탕으로 유럽 정벌에 나섰다. 유튜브 등을 통해 K-POP이 유럽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이 회장은 프랑스 파리에서 SM 소속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 ‘SMTOWN LIVE’ 공연을 개최하며 유럽에서도 한류가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렸다.
#‘시한폭탄’ 전속계약은 과제
가요 관계자들은 이수만 회장의 가장 큰 불안 요소로 아이러니하게도 소녀시대를 손꼽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SM은 한국 가요계의 트렌드를 주도해 왔으며 오늘날 걸 그룹 열풍의 시작 역시 SM의 소녀시대다. 9인조 걸 그룹의 데뷔, 또 하나의 일본 가요계 카피 그룹이라는 오명으로 시작한 소녀시대는 당당히 일본 가요계까지 접수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걸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해체다. 행여 소녀시대까지 SM의 전성기를 주도한 HOT와 동방신기처럼 노예 계약 파문에 휘말려 그룹이 두 동강이 나 해체한다면 SM, 아니 이수만에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 최초의 로우틴 가수로 일본 가요계에서 크게 성공한 보아 역시 불안 요소다. 솔로 여가수라 해체될 위험은 없지만 여타 톱스타들처럼 그 역시 소속사를 나와 1인 연예기획사를 설립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순 없다. 이수만이 유독 정성을 기울여 키운 가수인 까닭에 조카라는 루머, 심지어 연인 관계라는 터무니없는 루머까지 불러 모았던 보아이기 때문에 SM을 떠날 경우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SM 소속 가수들의 프랑스 파리 공연이 성황리에 끝나는 등 K-POP은 유럽 시장에 안착 중이다. 유럽에서도 K-POP 열풍은 상당히 화제가 되고 있는데 영국의 BBC 방송이 한국 가요계의 노예 계약을 집중 조명해 화제가 되고 있다. BBC는 동방신기 해체 과정에서 불거진 법정 소송을 예로 들며 K-POP 성공신화를 ‘노예 계약’이라 불리는 장기간의 불평등 전속 계약의 토대에서 일궈낸 것이라 평가했다.
SM은 동방신기 해체 파문 이후 소속 연예인은 물론 그들의 부모까지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며 해외 진출을 통한 수익 확대로 빠른 시일 내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노예 계약’ 논란은 늘 시한폭탄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아직 법정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동방신기와 JYJ의 문제다. SM 소속이던 5인조 동방신기는 현재 2인조 동방신기와 3인조 JYJ로 해체됐고 JYJ는 다른 연예기획사로 옮겨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며 SM과 전속계약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유럽 언론까지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SM과 JYJ의 법정 소송을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에 따라 K-POP 열풍의 유럽 정복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강타ㆍ보아 ‘한솥밥’ 의리 유영진 ‘SM표 음악’ 완성
▲ SM이 발굴한 대표적 스타 강타와 보아는 연습생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수만 회장과 함께하고 있다. |
강타는 SM이 데뷔시킨 최초의 아이돌 그룹 HOT 멤버 출신으로 유일하게 지금까지 SM 소속이다. 역시 이사 직함까지 단 강타는 SM에 소속돼 있는 후배 가수들을 이끌고 있다. 또한 보아는 10대 초반에 SM 연습생으로 들어와 2000년에 데뷔해 지금까지 이수만 회장과 함께하고 있다.
SM이 배출한 최고의 인기 그룹은 HOT와 동방신기지만 이수만 회장과 가장 안타까운 결별을 한 그룹 역시 이 두 그룹이다. 특히 동방신기의 경우 세 명의 멤버가 SM과의 전속계약에 문제가 있다며 SM을 떠나 JYJ라는 3인조 그룹을 만들어 활동 중이고, HOT 멤버에서 독립해 3인조 그룹 JTL을 결성한 토니안 장우혁 이재원 등도 노예계약 파문 등을 겪으며 헤어졌다.
이 외에도 SES 신화 플라이투더스카이 등의 그룹도 이수만 회장이 발굴해서 키운 인기 그룹들이다. 지금은 모두 다른 소속사에서 활동 중이다. 또한 현재 SM 소속으로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은 소녀시대, 동방신기(유노윤호 최강창민 2인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에프엑스 등이 있다.
아이돌 그룹만 양산한 것은 아니다. 본인이 포크송 가수인 만큼 포크송 가수인 추가열을 발굴해 스타덤에 올렸고 이연희 고아라 등 인기 배우들도 발굴했다. 이들은 현재도 SM 소속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주인공은 박명수로 그는 SM 1기 출신으로 이수만 회장이 발굴한 개그맨이긴 하지만 SM에 소속돼 활동한 기간은 매우 짧았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