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실세들의 비리 파일을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자 청와대 안팎에선 “검찰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한-러 협정서명식 및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준규 검찰총장. 청와대사진기자단 |
최근 몇몇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으로부터 ‘계좌추적’ 통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현행법상 검찰이 계좌추적을 하면 6개월 후 반드시 해당 금융기관에서 계좌 소유주에게 통보하도록 돼 있다. <일요신문>은 수소문 끝에 지난 5월 말 검찰의 계좌추적 사실을 알았다는 한나라당 한 의원과 접촉했다. 그 의원은 사개특위 소속 의원이다. 그는 “(계좌추적이) 12월에 이뤄졌다고 통보가 왔다. 사전에 전혀 몰랐다”면서 “40~50명가량이 이번에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검찰이 뭘 수사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 계좌를 이렇게 뒤져도 되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사개특위 검찰소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검찰이 사개특위 의원뿐 아니라 국회의원들 계좌를 추적해 협박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무차별적 수사가 있었던 것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엔 소위 검찰발로 추정되는 ‘한전 리스트’로 인해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검찰은 한전 노동조합의 쪼개기 후원금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데, 여기에 연루된 여야 의원들 명단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퍼졌던 것이다. 이 리스트에 따르면 한전 노조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총 105명으로 한나라당 51명, 민주당 35명, 무소속 등이 19명이다. 이 가운데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들은 18명(한나라당 9명, 민주당 7명, 무소속 2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한전 외에도 또 다른 노조의 쪼개기 후원금에 대해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놓고 정가 일각에선 검찰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명단을 유출시켜 검찰 개혁을 추진 중인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철저히 수사해서 그 사람을 공개하든지 해야지 (검찰이) 그렇게 흘려내서 국회의원을 망신 줘서는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청와대 역시 검찰에 대해 편치 않은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후반기를 맞아 검찰의 ‘항명성’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와대에서 근무(국정기획수석)하던 시절에 인사 청탁 로비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여권 일각에선 검찰을 그 출처로 의심하고 있다. 정권 실세 중 한 명인 박 장관과 관련된 의혹을 흘려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등에 있어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또한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17일 국정토론회에서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갈등을 놓고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난하자 일부 검사들이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정면으로 반박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에선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정무라인 한 관계자는 “어느 정권이든 임기 후반엔 KBS, 검찰, 국정원을 예의주시한다. 레임덕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현재 KBS와 국정원은 괜찮은데 검찰이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기류는 지난 6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등 한나라당 수뇌부는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믿기가 힘들다. 다시 수사해서 자금흐름을 파악하고, 은닉자금을 찾아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수사 개입으로 비치는 한이 있더라도,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서 불법인출을 낱낱이 잡아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업정지 전 부당인출액이 85억 원이고, 정·관계 인사들은 연루되지 않았다는 중수부 수사 결과에 불신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대해 임태희 비서실장은 “그러한 지적에 맞춰 최대한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부당인출 부분에 대한 재수사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이밖에 “국무위원인 나도 검찰 수사를 못 믿겠다”(이재오 특임장관), “검찰 수사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정두언 의원) 등과 같은 검찰 불신 발언이 여권 내에서 연이어 나오고 있다.
사실 그동안 여권 안팎에선 검찰과 불필요한 마찰을 피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검찰과 정면충돌할 경우 이명박 정부 역시 ‘내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여권 내부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던 중수부가 이 대통령 측근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구속(알선수재 혐의)하고, 로비스트 박태규 씨의 해외 출국을 도운 혐의로 청와대 유력 인사를 수사 리스트에 올린 것도 여권 주변에선 일종의 ‘시위’로 받아들여졌다. 즉, 중수부 폐지·경찰 수사권 명문화 등을 반대하고 있는 검찰이 현 정부를 향해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쪼개기 후원금과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이 일단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검찰 역시 그러한 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 이름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검찰 입장을 무조건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란 얘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가에선 당초 폐지가 유력했던 중수부의 경우 ‘존속’ 쪽으로 정리가 될 것이란 추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일각에선 “더 이상 검찰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검찰이 국회의원뿐 아니라 현 정부 실세들을 상대로도 정보 수집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대선캠프 출신의 한 여권 전직 관료는 “(검찰 측이)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장관,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등은 물론 이 대통령과 관련된 자료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몇 청와대 수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들의 재산 현황에 대해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정가에서) 몇몇 검찰 관계자가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중수부 폐지에 반대를 해주면 여권 실세들에 대한 자료들을 주겠다’는 모종의 거래를 제안했다는 말도 들린다. 검찰이 선을 넘었다는 의견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와대, 총리실 등은 조만간 검찰 조직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또한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사개특위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검찰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여기는 여권 정서 때문만은 아니다. 집권 후반기 혹은 이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해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에서는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통상적인 검찰 활동을 놓고 여권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저축은행 부당인출 재수사 방침에 대해서는 집단 반발 기류마저 감지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활을 걸고 수사를 했는데 단지 의심이 간다고 재수사하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수사를 다시 하라는 것은 인력·시간 낭비”라면서 “중수부 수사가 정·관계 로비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중수부는 부당인출 의혹을 수사했던 수사팀을 현재 정·관계 로비 파트에 배치해 정치권을 겨냥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직원 둘 인건비 1억 8000만 원
현직 대통령이 기부한 재산으로 꾸려진다는 점에서 청계재단의 장학사업 규모와 조직 운영 등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10년도 청계재단 사업결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청계재단은 1800명가량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액수로는 약 6억 2000만 원이었다. 학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일인당 평균 35만 원가량을 지급한 것이다. 장학금 지급 및 재단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이 대통령이 기부한 건물로부터 나오는 임대료와 기부금 등에서 충당되고 있다. 지난해 청계재단은 임대료 8억 2000만 원, 관리비 3억 9000만 원, 기부금 3억 2000만 원 등 대략 15억 30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기부금은 개인보다는 기업들이 주로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용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세금이었다. 청계재단은 지난해 6억 8000만 원을 세금으로 냈다. 직원들 급여로는 1억 5000만 원이 들어갔다. 직원들은 상여금 1570만 원, 복리후생비 1640만 원도 추가로 받았다. 이밖에 청계재단의 주요 비용 항목은 수도광열비 1억 원, 감가상각비 1억 7000만 원, 건물관리비 9600만 원 등이었다. 이자비용은 2억 6000만 원가량을 지불했는데 이는 청계재단 설립 직후인 2009년 10월 우리은행으로부터 50억 원대의 돈을 빌린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일요신문> 918호 참고). 청계재단은 아직 그 돈을 갚지 않고 있는 상태다.
청계재단 사업결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직원들에 대한 비용 부분이다. 재단 직원이 두 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 재단 관계자도 전화통화에서 “직원이 두 명인 것은 맞다”면서 “이사들은 무보수”라고 밝혔다. 따라서 재단 결산서에 따르면 직원 두 명이 일 년 동안 1억 8000만 원 이상의 돈을 받은 셈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9000만 원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다른 공익법인들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보수다. 굳이 문제 삼을 것은 아니지만 좋은 일을 하자고 만든 조직인 만큼 그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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