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혐의로 대표 사임 후에도 사실상 신풍제약 경영…부동산담보신탁·블록딜로 자금 확보도
‘일요신문i’ 취재를 종합하면 2011년 분식회계 혐의로 신풍제약 대표에서 물러난 장원준 대표는 2016년 신풍제약 최대주주인 송암사를 설립해 대표를 맡아 은근슬쩍 신풍제약 경영에 복귀한 데다 신풍제약 자회사 대표까지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장원준 대표의 송암사는 신풍제약 주식의 고점 매도 전 100억 원대의 부동산담보신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6540원→17만 7500원→3만 4700원’. 지난 2일 종가 기준 신풍제약의 최근 3년간 주가 변화 흐름이다. 신풍제약 주가는 지난해 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주’로 꼽히며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국산 16호 신약인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약물재창출 방식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면서 주식시장에서 크게 각광받았다. 지난해 ‘피라맥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임상2상을 허가받고, MSCI 편입 등의 호재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한때 2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1년여 만에 시가총액 10조 원, 유가증권시장 30위권 기업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주가는 내려앉기 시작했다. 거기에 ‘피라맥스’의 임상2상 유효성 입증 실패, 국세청과 경찰의 비자금 혐의 조사 등 악재가 이어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정지가 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횡령·배임 사실이 확인되면 일단 거래정지를 한 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정한다. 이때 횡령·배임금액이 자기자본의 5% 이상이면 심사 대상에 포함돼 상장폐지에 이를 수 있다. 올해 3분기 말 신풍제약의 개별기준 자기자본은 3626억 원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11월 24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신풍제약의 서울 강남구 본사와 경기 안산공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신풍제약이 200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간 의약품 원재료 납품업체와 허위로 거래한 뒤 원재료 단가를 부풀려 25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풍제약 임원진 2명과 법인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입건됐다. 이에 신풍제약은 “현재 상기 건과 관련하여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라며 “당사는 관련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신풍제약과 관련한 잡음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신풍제약은 앞서 지난 9월 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약 80억 원을 추징당했다. 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이 지난 6월 탈세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신풍제약에 대한 세무조사를 단행한 데 따른 것이다. 국세청은 당시 신풍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및 최대주주(송암사)·관계사와 거래 과정 등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신풍제약은 2013년 세무조사를 받아 2년여간 법인세 240억 원을 납부했다. 사용처가 불분명한 자금 150억 원을 불법 리베이트에 사용한 사실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신풍제약은 당시 조세불복소송까지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6년에도 세무조사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돼 약 200억 원의 추징금을 납부했다. 2017년에는 신풍제약 출신 도매업체를 통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2019년에는 직원 임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풍제약은 2019년 말 윤리경영을 목적으로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37001 인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1년여 만인 지난해 12월에 또 다시 자사 약품의 처방 대가로 의료인들에게 현금 300만 원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식약처로부터 해당 품목의 판매업무중지 조치를 받았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상장사로서 보기 드문 케이스고, 있어서는 안 될 경우”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1일 ‘아주경제’가 경찰에 신풍제약의 비자금 사건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의약품 납품업체 관계자의 증언을 전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 관계자는 비자금이 실제로는 500억 원에 달하며,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일부는 오너 일가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신풍제약이 납품업체로부터 원재료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매출원가를 과대계상했고, 물품 대금으로 현금 대신 약속어음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약속어음의 일부를 신풍제약 고위 임원에게 전달했고, 그 임원은 사채업체를 통해 현금화해 오너 일가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오너 일가, 즉 장원준 대표도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선친인 장용택 회장에 이어 2006년부터 사실상 경영을 이끌었고, 2009년 신풍제약 대표직에 올랐다. 그러다 2011년 신풍제약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로부터 과징금 2620만 원과 해임 권고를 받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경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시기와 같다.
신풍제약 대표에서 스스로 물러난 장원준 대표는 그러나 2016년부터 부동산 임대업 등을 영위하는 송암사를 설립해 대표를 맡았으며, 송암사 설립 5개월 만에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실질적으로 신풍제약을 지배해왔다. 송암사는 현재 지분 31.62%(특수관계인 포함)를 가진 신풍제약의 최대주주이며, 장 대표는 송암사 지분 72.91%를 보유하고 있는 송암사 최대주주다.
뿐만 아니라 장원준 대표는 2016년부터 신풍제약 자회사인 ‘SP International(SP인터내셔널)’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는 사실이 ‘일요신문i’ 취재 결과 확인됐다. 송암사의 지주사 전환과 같은 시기인 2016년에 자회사 대표도 겸직하기 시작한 것이다. SP인터내셔널은 신풍제약이 2013년 설립한 법인으로, 자본금은 29억 3000만 원 규모다. 현재는 신풍제약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볼 때 신풍제약 지주사와 자회사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장원준 대표가 실질적으로 신풍제약 경영을 이끌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장 대표는 최근 경찰 조사를 비롯해 지난 십수 년간 신풍제약이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증선위·검찰 등 당국의 눈초리를 받게 한 장본인이다. 앞서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님이 결재라인의 마지막인지, 아니면 그 위에 장원준 대표가 있는지 알려달라”는 소액주주의 질의에 자신이 최종 결재자라고 대답해 장원준 대표의 실질경영을 부인한 바 있다.
지난 4월 송암사가 신풍제약 보유 주식 200만 주에 대한 시간외매매(블록딜)를 통해 1680억 원을 확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원준 대표는 또 다시 주목을 받았다. 블록딜 전인 4월 19일 신풍제약에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 최종 피험자 추적 관찰을 마쳤다고 밝힌 터라 주가가 10만 원대까지 오른 상황이었다. 그러나 블록딜이 알려진 지난 4월 27일 신풍제약 주가는 전날 대비 14.72% 고꾸라지며 8만 500원으로 마감했다. 소액주주 사이에서 송암사가 고점에서 주식을 매각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송암사와 관련해 수상쩍은 대목은 또 나왔다. 송암사의 대규모 블록딜의 약 일 주일 전인 지난 4월 19일 송암사는 한국투자부동산신탁주식회사를 신탁자로, IBK캐피탈·SBI저축은행을 우선수익자로 지정해 부동산담보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대구 소재의 토지와 3층 건물 등의 물건을 담보로 했으며, 채무자는 ‘엠에스티제일차 주식회사’라는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지정했다. ‘엠에스티제일차 주식회사’는 신탁계약과 대출 등 자산 유동화를 위해 설립된 법인이다. 대출액은 우선수익권금액 등을 고려할 때 100억 원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앞서 언급한 대로 신풍제약이 대형 호재를 발표해 주가가 10만 원대까지 치솟은 날이다.
감정평가법인 한 관계자는 “담보신탁에는 신탁사와 금융기관, 채무 당사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위탁자와 수탁자 간 신뢰”라며 “일반적인 감정평가와 달리 대상물건의 담보 가치 외에 해당 법인의 영업활동이나 수익, 기업가치 등을 감안해 신탁 수수료와 필요경비 등을 설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말에 따르면 신풍제약의 호재와 주가 폭등이 송암사가 담보로 제공한 물건의 가치를 상승시켜 대출액을 더 많이 산정케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송암사는 신탁 3개월 만인 지난 7월 21일 계약을 종료하고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다시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민법상 ‘물적담보’라고 해서 이해관계에 있는 제3자를 위해 자기 물건만 담보로 넘겨주는 경우로 보인다”며 “물건의 소유자는 담보만 제공하고, 제3자가 실제 대출을 받음으로써 일종의 보증을 서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송암사가 고작 3개월 급전으로 100억 원대를 대출받은 이유와 그 돈의 향방 등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일요신문i'는 장원준 대표의 비자금 조성 혐의 연루 여부, 송암사의 담보신탁 계약, 유가증권시장 거래정지 우려 등에 대한 신풍제약과 송암사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했으나 회신이 전혀 없었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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