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행인들 말려도 범행 중지 안 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래니)는 최근 살인죄로 기소된 A 씨(83)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5월 31일 저녁 8시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전처 B 씨를 살해한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아파트 현관에서 B 씨를 만났으나 B 씨가 대화를 거부하자 도구를 이용해 여러 차례 B씨를 폭행했다. 이후 행인들이 폭행을 말리자 A 씨는 행인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주머니에 숨겨 둔 흉기를 이용해 B 씨를 살해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약 43년의 결혼 생활 끝에 2009년 B 씨와 이혼했고, 최근 B 씨를 상대로 명의신탁 관련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2억 원 정도를 지급하라'는 조정결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B 씨는 "과거 빌려 준 2억 원 이상의 채권으로 상계하겠다"면서 A 씨의 강제집행에 이의를 제기하고 A 씨 연락을 거부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또 사업 부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 B 씨와 자녀들을 상대로 민사·가사 소송 등을 제기하면서 거리가 멀어지게 됐는데 B 씨가 주소를 알려주지 않은 채 3년 간 자신을 피하자 원망을 품게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A 씨가 B 씨를 살해 하기 앞서 수시간 동안 기다리며 B 씨를 사진으로 촬영해 본인이 맞나 확인했고 B 씨가 대화를 거부하자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며 "이들이 다투는 것을 본 행인들이 말렸음에도 범행을 중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A 씨는 경찰이 출동한 후 흉기를 길가 수풀에 버리기도 했는 바, 범행 전과 후의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며 "자녀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었고 일부는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A 씨가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으나 버림받았다는 절망감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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