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작 의혹 권오수 회장 구속 후 장남 권혁민 대표 취임 ‘내부 수습’…검찰 수사로 장기 사업 전략 차질 우려
그런 권오수 회장이 주가 조작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도이치모터스 신화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도이치모터스는 권 회장의 장남 권혁민 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해 내부 수습에 나서고 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여론은 악화일로에 있다. 권혁민 신임 대표의 경영 능력도 검증된 바가 없다. 20년 동안 도이치모터스를 이끌어 온 권오수 회장의 빈자리를 권혁민 대표가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권오수 회장의 매출 1조 원 신화
권오수 회장의 젊은 시절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권 회장은 한신상사 섬유외판원으로 근무하다가 섬유업체 대웅상사를 설립해 개인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권 회장의 구체적인 근무 기간이나 대웅상사의 실적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섬유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던 2002년, 권오수 회장은 도이치모터스를 설립해 수입차 딜러 시장에 진출했다. 도이치모터스는 강원도 원주시에 BMW 대리점을 오픈해 1년 만에 350대를 판매했고, 2003년에는 서울시에도 BMW 대리점을 오픈했다. 당시 국내 수입차 시장을 고려하면 기록적인 판매량이었다. 도이치모터스는 2005년 국내 최초로 MINI 브랜드를 취급하기 시작했고, 이후 수입차 딜러사 최초 코스닥 상장, 아시아 최초 시티라운지 오픈 등 각종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도이치모터스는 계열사를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도이치모터스 계열사 중 포르쉐 딜러 업체 도이치아우토와 재규어랜드로버 딜러 업체 브리티시오토가 수입차 판매를 맡고 있고, 중고차 유통단지 운영 업체 도이치오토월드와 수입중고차 매매 업체 디에이에프에스를 통해 중고차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 밖에 할부금융 업체 도이치파이낸셜, 자동차 정보제공 업체 지카, 자동차 성능검사 업체 도이치피앤에스 등도 최근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계열사들이 성과를 거두면서 도이치모터스의 실적도 상승하고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0년 1~3분기 1조 625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1조 3471억 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9억 원에서 450억 원으로 증가했다. 중고차 시장의 성장세는 도이치모터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배경이다. 경기도 수원시 도이치오토월드 단지에서 거래되는 중고차는 수원시 전체 중고차 거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선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도이치모터스에 대해 “BMW·포르쉐 등 신차 판매 부문 대비 중고차 관련 사업의 실적 기여도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평균 5%씩 성장해 2025년에는 50조 원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고차에 대한 인식 변화와 더불어 도이치모터스의 플랫폼 효과 강화에 따라 향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유력한 업체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권혁민의 도이치모터스 미래는?
검찰은 지난 12월 3일 권오수 회장 등 5명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권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동원한 비정상적인 거래로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측은 공시를 통해 “(권 회장이) 기소됐음을 확인했다”며 “혐의 사실 여부는 향후 재판을 통해 가려질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권오수 회장 구속 후 도이치모터스는 권 회장의 장남 권혁민 씨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권혁민 신임 대표는 2016년 도이치모터스에 입사해 올해 초 도이치모터스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또 권 대표는 도이치아우토 사내이사, 브리시티오토 사내이사, 지카 기타비상무이사, 도이치파이낸셜 기타비상무이사 등을 겸하면서 그룹 전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권혁민 대표 앞에 놓인 환경은 녹록지 않다. 우선 BMW 딜러사가 과거에 비해 늘어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당장 BMW의 공식 딜러만 해도 코오롱모터스, 바바리안모터스, 동성모터스 등이 있고,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는 포르쉐 공식 딜러를 맡고 있다. 중고차 사업의 경우에도 최근 SK, 롯데 등 대기업이 진출했고, 현대자동차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상태다. 대기업 계열 중고차 업체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당장 실적에 악영항은 없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조건이나 가격을 보고 자동차를 구입하지 그 회사의 도덕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구입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싶다”며 “영업망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당장 자동차 판매에 영향이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수사는 장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경영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다른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는 도이치오토월드, 도이치파이낸셜 등을 통해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며 “당장 신차 판매량이 줄지는 않더라도 내부 혼란이 이어지면 장기적 사업 전략에는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가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도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주가 조작은 주식시장의 정상적 시세를 조종해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는 범죄”라며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착한 개미를 압살하는 개미핥기 세력을 소탕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측은 김건희 씨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은 부정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는 권혁민 대표 선임과 관련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공시했다. 권 대표는 만 35세로 대표이사를 맡기에는 나이와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경영 환경은 비상 상황이다. 물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악재에도 불구하고 권 대표가 좋은 실적을 이끌어내면 회사 내 입지가 상승해 경영 승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한 도이치모터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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