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통한 감염 근거 없어, 방역당국 지침 보완 방침…장례업계 “관련 시설 부족, 무리수” 반대
코로나19로 부친을 여읜 40대 A 씨는 “지난해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확진이 됐는데 코로나19 사태로 훨씬 이전부터 면회조차 갈 수 없어 아버지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지 1년이 넘어가던 시점이었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임종을 지키지도 못 했고 돌아가신 뒤에는 감염 위험이 있다고 제대로 뵙지도 못했다. 화장 한 뒤에 남은 뼛가루로 아버지를 만났다. 납골당에 모실 생각은 없었는데…”라고 말을 줄였다.
인천에 거주하는 여성 B 씨는 “최근 지인의 모친이 확진 판정을 받고 일주일도 안 돼 돌아가셨다. 감기 기운이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이 나와 이튿날 곧바로 입원하셨다. 큰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이후로도 호전되지 않으셨고 입원한 지 5일 만에 병원 관계자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었다. 백신도 맞았고 평소에 건강에 특별한 문제도 없으셨던 60대였는데 황망히 가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B 씨의 지인 역시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면회는커녕 고인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곧바로 화장터로 보내야했다.
12월 7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4일 코로나19 1일 사망자 수는 7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최근 한 주간(1~7일) 하루 평균 사망자는 47.6명으로 위중증 및 사망자 증가가 지속되는 추세다. 11월 1일부터 12월 8일까지의 사망자는 1171명에 달한다.
이 말은 곧 지난 한 달간 코로나19로 사망한 시신 약 1100여 구가 화장되었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 감염병예방법에서는 코로나19로 사망한 자의 시신은 일괄적으로 화장하도록 하는 ‘선 화장 후 장례’ 지침을 따라왔다. 유족이 이에 동의해야만 1000만 원의 장례 지원비를 주는 식이었다. 즉, 확진 후 격리 병동에서 사망하게 되면 장례식장에 안치하기 전 화장터로 옮겨졌다. 예외는 없다. 11월 23일 사망한 전두환 씨의 시신도 화장을 먼저 한 뒤 가족장을 치르기로 했다.
질병청이 화장을 권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례 과정에서 접촉에 의한 감염 우려 때문이다. 반면 호주와 미국 등 해외에서는 코로나19로 사망했더라도 시신 확인은 물론 장례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준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주당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통제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거나 의심되는 시신을 취급하는 장례식 및 장묘업자의 감염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증거는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아직까지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의 시신과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해서 감염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큰 위험은 올바른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가족과의 긴밀한 접촉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시신을 직접 만지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경우 아메리칸 인디언 및 알래스카 원주민을 위한 장례 및 매장 서비스와 34개의 종교의 장례 관습과 관련된 지침까지 세세하게 마련해 두었다는 점이다.
CDC는 관련 지침에서 “특정 부족 공동체의 전통이 허락하는 한 의식이나 모임의 규모를 제한하라”면서도 염과 수의 등의 전통이 중요할 경우, 일회용 장갑과 개인보호장비(PPE)를 착용하고 추모식을 열 것을 제안했다. 장례 절차에 대해 권고는 할지언정 방법에 대해서는 선택권을 준 것이다. 그러면서 “(장의사가) 문화적 다양성이 있는 집단에게 적절한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인 그들의 기대와 그들의 다양한 장례 관습 및 관행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게시했다.
2년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에 유족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확진자 사망 시 무조건 화장은 과한 지침”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사망자를 반드시 화장하는 지침을 보완 중에 있다”며 “장례 협회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질병청 관계자도 “국제기구나 해외 주요국의 권고 사항을 볼 때 ‘선 화장’ 권고를 지속할 근거가 부족하고, 유족의 애도 기간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지침 변경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례식장 업주들의 생각은 다르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을 그대로 받을 경우 운영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장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코로나 사망자가 늘어날 수도 있는데 이미 안착된 장례 지침을 굳이 바꾼다고 하니 모두 반발하는 것”이라며 “‘선 화장’ 지침에 코로나 사망자 유족 80%가 동의했을 만큼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괜히 지침을 바꿨다가 득보다 실이 커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업계 종사자들은 현장에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를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감염병 사망자 시신을 받으려면 장례식장에 감염병 시신 보관용 냉장고, 다른 시설과 구분된 염습실, 보호구 탈의 공간 및 샤워실, 의료 폐기물 보관 시설, 염습실 환기 설비 등을 갖춰야 한다.
이에 대해 부산의 한 장례업체 대표는 “방호복을 갈아입고 소독할 수 있을 만한 공간을 갖춘 장례식장이 많지 않다. 또, 시신으로는 감염이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100%를 장담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대표로서 직원들에게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하고 싶지 않다.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한 만큼 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한편, 2020년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 중 사망한 확진자의 유족은 12월 1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가가 미흡한 조치로 코호트 격리 가운데 확진자가 사망했으며 화장을 강제해 유족의 결정권과 정신적 피해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최재홍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코호트 격리의 제반 조건이나 절차를 지키지 않고,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동일한 공간에서 격리시켰다. 이런 격리로 감염 확산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 이번 소송의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확진자에 대한 ‘선 화장 후 장례’ 절차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시신으로부터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가 없어 비과학적인 미신에 가깝다는 발표를 했다”며 “유족이 장례 절차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의 결정권 침해 부분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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