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마진콜 여파 투매 확산 분석…금리인상 부담 속 알트코인 높은 상승률 눈길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던 지난 12월 3일 비트코인과 S&P500의 100일 상관관계 계수는 0.33로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이면 두 자산이 100% 함께 움직인다는 뜻이다. 0.33은 33%의 동행률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비중이 상당하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조 달러에 육박하며, 가상자산 전체 시총은 2조 6000억 달러가 넘는다. 비트코인은 애플과, 가상자산 전체는 독일 증시와 맞먹는다.
실제 최근 나스닥100과 비트코인 움직임을 보면 변동폭은 다르지만 방향성은 상당부분 일치한다. 미국 증시는 국채수익률과도 상관관계를 갖는다. 지난해 이후 비트코인은 경기선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과도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급락과 관련한 가장 많은 분석은 인플레이션이다. 최근 미국 기술주들은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투자매력이 낮아졌다. 위험자산 선호 약화다. 그동안 인정됐던 높은 밸류에이션이 할인되기 시작했고 주가하락으로 이어졌다. 비트코인 역시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비트코인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하락하면서 매물이 쏟아졌다는 시나리오다.
특히 과세가 1년 유예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최근 인프라법인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가상자산 관련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가 강화될 전망이다. 차익실현 심리를 자극하는 재료들이 연달아 겹친 셈이다. 이는 가상자산 가격하락이 높은 차입을 수반하는 파생시장에서 마진콜(margin call·추가 증거금 요구)을 촉발, 투매로 확산됐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이미 세계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 등을 통한 비트코인 파생시장은 높은 기대수익으로 천문학적 규모로 팽창했다. 바이낸스에서는 최대 125배까지 배율을 설정해 선물거래를 할 수 있다. 원금의 125배를 베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바이낸스의 하루 선물 거래규모는 100조 원 이상으로 현물거래의 2배를 넘는다.
차입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급락에 따른 증거금 감소폭도 커 마진콜 가능성이 높아진다. 증거금을 추가 납입하지 못하면 반대매매와 강제청산이 이뤄진다. 이는 다시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며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이 같은 추정이 맞다면 비트코인이 증시 폭락과 비슷한 메커니즘을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이 때문에 증시에 적용되는 기술적 분석을 대입하기도 한다. 12월 8일 현재 5만 달러 선을 간신히 회복한 비트코인 가격의 1차 지지선은 전저점 4만 2000달러, 2차 지지선은 지난 7월 저점인 3만 달러다.
문제는 비트코인은 현금흐름을 발생시키는 회사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적정 밸류에이션 산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의 평균 매수단가나 기술적 차트분석으로 저점을 예상할 수는 있어도 가치가 얼마나 오를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한 엘살바도르 정부가 최근 가격급락에 따라 저가매수에 나섰다지만, 시장의 방향을 좌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지금까지 사모은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1000개로 알려졌다. 시가로 고작 5000만 달러다.
비트코인 가격이 그동안 유동성의 힘으로 올랐다는 점에서 금리상승은 분명 부담요인이다. 비트코인 외에 다른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을 주문하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활용성이 상대적으로 더 큰 이더리움도 비트코인보다는 낙폭이 작고, 올해 수익률은 더 높다.
가장 주목받는 가상자산은 메타버스 환경에서 쓰임이 커질 코인들이다. 영국 조사회사 매크로하이브의 지수를 보면 메타버스 코인들은 올해에만 무려 370배 폭등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도 올해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 상승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대체불가토큰(NFT) 관련 주식들도 급등했다. 기존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루나(Luna)처럼 실생활에서 쓰일 수 있는 코인들도 주목받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 범위가 본격적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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