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협찬’ 무혐의 ‘주가조작 공모’ 기소 배제…“눈치보기·시간끌기” 논란 속 입증 부담론도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대선 전까지 김 씨를 직접 겨누지는 않을 것 같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씨를 기소할 만큼의 증거가 아직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수사팀 역시 “김 씨 관련 남은 혐의를 계속 조사하겠다”면서도 소환조사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 협찬 무혐의 처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12월 6일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의 공소시효가 임박한 청탁금지법 위반 일부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무혐의 판단을 내린 사안은 부인 김건희 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에 대기업들이 협찬을 한 것이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며 시민단체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2020년 9월 고발한 사건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2016년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전시회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씨가 운영 중인 코바나컨텐츠는 ‘르 코르뷔지에 전’을 열었는데, 여기에는 도이치모터스를 비롯해 23개 기업이 협찬했다. 고발한 측은 “협찬한 대기업들이 윤석열 검사의 위치를 고려, 뇌물 성격으로 이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6년은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하기 전이라 협찬의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윤석열 후보가 배우자의 협찬 수익에 대해서도 신고할 의무가 없다고 결정했다. 비교적 단순한 사안이기에 검찰은 김 씨를 서면조사만 진행했는데,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이를 언론에 알렸다.
#김건희만 쏙 빼고 발표
12월 4일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이 사건 역시 수사를 맡고 있는 곳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 수사팀은 고발장이 들어온 지 1년 8개월 만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김 씨는 쏙 빼놓았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당시 주가조작에 관여한 인물들을 구속 혹은 불구속 기소하면서 정작 김 씨에 대해서는 “수사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 의외인 중간수사결과 발표와 무혐의 처분에 “검찰이 대선 전 눈치보기를 시작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수사팀은 권 회장이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2년 12월 7일까지 전문 시세조종꾼들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에 대해 주식수급, 회사 내부 호재정보 유출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장기간 주가를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상정한 부당이익 규모는 약 82억 원. 권 회장이 91명의 157개 계좌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허위매수해 인위적인 대량 매수세 형성과 주식 수급, 매도 통제, 주가 하락시 주가방어 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장기간 인위적인 매집세 형성을 통한 주가부양 또는 주가하락 저지 방식의 시세조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고발 대상 중 가장 관심이 쏠린 김건희 씨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김 씨는 2010년 1월부터 5월까지 시세조종꾼 이 아무개 씨에게 10억 원 상당의 증권계좌를 맡겼다는 게 이를 고발한 최강욱 대표 등의 주장인데 검찰은 “이 씨의 진술 등이 상당 부분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김건희 씨의 본건 가담 여부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의아한 시선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통상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소환 등 조사를 마무리하고 처분(기소 혹은 무혐의)’까지 이뤄진 뒤 한다. 특히 김건희 씨를 노린 고발 사건이었기에, 김 씨를 수사한 뒤에 김 씨 관련 처분까지 포함했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처벌하기 어려워서?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법사위 소속의 박주민, 김용민, 박성준 민주당 의원 등은 12월 6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허무하게 일부 무혐의 처리한 것은 검찰의 눈치보기 의혹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특정인을 봐주거나 불리하게 수사하면 처벌하는 법을 도입해야 한다”며 검찰을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는 사뭇 다르다. 처벌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것.
수사 관련 정보에 정통한 법조인은 “김 씨 관련 대기업 협찬 뇌물수수 건과 주가조작 공모 의혹 건 등 2건이 있지만 수사팀이 당장 기소를 하기에 확실한 증거가 없고, 그렇다고 소환을 하자니 너무 정치적으로 비춰질 것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내부에서는 입증 부담론이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김 씨가 주가조작에 가담·공모했다는 핵심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어설프게 김 씨를 소환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관측이다.
다만 자연스레 검찰이 ‘장기간 사건을 방치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두 사건 모두 고발장이 접수된 것은 1년 8개월 전인데, 대선을 90여 일 앞두고도 사건을 마무리 하지 못한 것을 놓고 “고의적으로 시간을 끈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주가조작 사건은 매우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범죄로, 장기간 계좌추적 등으로 공모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등 수사 난이도가 매우 높은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주가조작 사건도 수사팀을 제대로 투입해 집중 수사하면 두세 달이면 충분히 입증할 수 있고, 천천히 한다고 해도 5~6개월이면 사실관계 파악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며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정치적인 눈치보기’를 시작한 게 아니겠나. 아마 대선 전까지 윤석열 후보는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어떤 수사 결론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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