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종편 공격적 투자, 글로벌 OTT 공세로 서서히 경쟁력 잃어…‘미니시리즈 사라질 것’ 분석도
전도연, 고현정, 이영애, 전지현, 송혜교 카드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나마 전지현의 ‘지리산’과 송혜교의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7~8%대 시청률은 유지하며 체면치레는 하고 있지만 이들을 기용해 드라마를 기획할 당시에는 당연히 최소한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대했음을 감안하면 불발탄에 가깝다. 레전드급 인기와 연기력을 보유한 전도연, 고현정, 이영애는 더욱 참혹하다. 전도연의 ‘인간실격’, 고현정의 ‘너를 닮은 사람’은 1~2%대 시청률을 기록하다 종영했고 종영을 앞둔 이영애의 ‘구경이’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신예들의 도약이 더 눈길을 끌었다. 박은빈의 ‘연모’는 8~9%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돌파를 향해 도약 중이며 이세영의 ‘옷소매 붉은 끝동’은 5.7%로 시작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며 7회에서 10%를 돌파했다. 16부작 드라마가 중반부에 10%를 돌파한 만큼 충분히 10%대 후반까지 상승할 수 있는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분석은 대부분 톱스타급 주인공을 내세운 12~16부작 미니시리즈 드라마들 얘기다. 훨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들이 분명 존재한다. 11월 29일부터 12월 5일까지의 주간 드라마 시청률 순위(닐슨코리아 제공)에서 1위는 KBS 2TV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로 31.2%의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2위는 KBS 2TV 일일드라마 ‘빨강 구두’로 시청률은 17.8%다. KBS 1TV 일일드라마 ‘국가대표 와이프’로 9.3%로 5위를 달리고 있으며 MBC 일일드라마 ‘두 번째 남편’도 7.9%로 6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MBC ‘옷소매 붉은 끝동’과 KBS 2TV ‘연모’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3, 4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방송가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드라마가 종영하고 새 드라마가 시작될 지라도 KBS 주말드라마와 일일드라마는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하며 주간 드라마 시청률 순위 1~3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11월 29일부터 12월 5일까지의 주간 드라마 시청률 순위에서 ‘국가대표 와이프’가 9.3%를 기록하며 5위로 밀린 이유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으로 한 주 동안 드라마가 결방했기 때문일 뿐, 정상 방영이 이뤄지면 다시 3위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한 주 내내 재방송만 내보냈음에도 9.3%를 기록한 ‘국가대표 와이프’는 6.6%를 기록한 송혜교의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주말드라마와 일일드라마의 위력은 압도적이다. 화제작 미니시리즈가 등장해 2~3위권까지 치고 올라오는 사례도 가끔 있기는 하지만 흔한 사례는 아니며 KBS 주말 연속극의 1위 자리는 감히 넘볼 생각조차 못한다.
그 이유는 확실한 고정 시청자층 확보에 있다. 습관적으로 매일 저녁 7시 50분에 KBS 2TV 일일드라마를 보고 8시 30분이 되면 채널을 돌려 KBS 1TV 일일드라마를 보는 고정층이 전체 시청자의 15~20%나 된다. 여기에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 저녁 7시 55분이 되면 KBS 주말드라마를 보는 고정 시청자들도 전체 시청자의 30%가량이다.
화제성에서는 늘 미니시리즈가 앞서 있지만 고정 시청자층이 확고한 주말드라마와 일일드라마가 시청률에서는 훨씬 앞서 있다. OTT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미니시리즈는 본방송 시청 비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데 반해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는 습관적으로 보는 고정 시청자층이 많아 본방 사수가 잘 이뤄진다. KBS 1TV는 12월 11일부터 주말 저녁 9시 40분에 ‘태종 이방원’을 방영한다. 새로운 주말드라마로 과거 KBS 사극의 아성이 살아날 경우 또 하나의 흥행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가에서는 드라마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가 드라마는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가 중심이 되고 미니시리즈 형태의 드라마가 서서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주말드라마와 일일드라마에서의 경쟁력은 확보돼 있지만 미니시리즈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이블 채널과 종합편성 채널이 자체적으로 드라마 제작 담당 자회사를 만드는 등 관련 분야를 강화하면서 지상파 방송사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여기 더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업체는 물론이고 국내 OTT 업체들의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 열풍도 지상파 드라마의 경쟁력을 약화 요인이 되고 있다.
더 큰 위기는 자칫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의 견고한 고정 시청자층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IT매체 버라이어티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미국의 유료방송플랫폼 가입자가 5년 전과 비교해 25%나 감소했다. OTT 열풍으로 인한 유료방송 시장 고객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움직임이 거의 없고 유료방송이 이동통신서비스와 초고속인터넷 등과 결합된 독특한 시장 구조가 버팀목이 돼 주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몇 년 뒤 국내에서도 유료방송 시장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면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의 경쟁력은 그 뿌리부터 흔들릴 위험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한국 드라마의 한류 열풍을 만들어낸 중심축은 지상파 드라마였다”라며 “시장이 급변하고 플랫폼이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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