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고현정·전소민 베드신에 잔혹한 범죄 묘사까지…표현 제약 없는 OTT 콘텐츠 공략 위해 불가피
배우 송혜교와 장기용 주연의 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첫 회, 첫 장면에서부터 두 남녀의 19금 베드신을 넣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금요일 밤 10시에 TV 앞에 앉아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배우 송윤아와 이성재가 주연한 채널A 드라마 ‘쇼윈도:여왕의 집’, 이영애 주연의 JTBC 드라마 ‘구경이’ 역시 19금을 추구한다. 현실적인 상황을 드라마에 그대로 담기 위한 선택이자, 시청률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 ‘19금’
11월 12일 시작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딛고 일과 사랑을 이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설정은 여느 멜로극과 다르지 않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파격적이다. 남녀가 만나 인연을 쌓아가다가 사랑에 빠지는 수순을 거부한다. 첫 방송부터 하룻밤 상대인 ‘원나잇’ 장면으로 출발했다. 드라마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첫 회에 등장한 송혜교와 장기용의 베드신은 여전히 극을 대표하는 장면으로 거론될 정도로 각인됐다.
11월 29일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쇼윈도:여왕의 집’ 역시 ‘첫 회 19금’ 전략을 택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아내(송윤아 분)를 둔 남편(이성재 분)이 불륜녀(전소민 분)와 위험천만한 분위기에서 베드신을 소화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일단 초반 관심끌기는 성공한 분위기다. 시청층이 약한 채널A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3%(닐슨코리아)까지 올랐다.
사실 첫 회부터 시청 등급을 19금으로 설정하는 시도는 2020년 김희애가 주연한 ‘부부의 세계’가 원조나 다름없다. 남편의 불륜으로 파국을 맞는 가정의 모습을 그린 이 드라마는 첫 회부터 아슬아슬한 묘사로 19금 등급을 택했다. 제작진의 ‘노림수’는 곧장 화제로 이어졌다. 주말 밤 불륜 소재 드라마를 19금으로 시작한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만 해도 ‘뉴스’가 됐기 때문이다. 입소문이 확산돼 최종 시청률이 28.9%까지 치솟는데도 기여했다.
하지만 햇수로 2년이 지난 지금, 19금 설정이 더는 ‘뉴스’가 되지 않는다. 편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이영애가 주연한 범죄 드라마 ‘구경이’는 극 중 연쇄살인마 역의 김혜준이 벌이는 잔혹한 살인 묘사를 삽입해 19금 등급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이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자행하는 살인방법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다.
최근 막을 내린 고현정 주연의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역시 극 중 부부인 고현정과 최원영의 베드신이 꽤 높은 수위로 표현했다. 물론 이들 드라마가 매회 19금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15세 관람가 등급을 유지한 상태에서 표현 수위가 높거나 자극적인 묘사가 들어가는 회차는 따로 19금으로 제작하는 방식을 취한다.
#tvN ‘해피니스’ 투 트랙 전략 눈길
최근 한국 드라마의 표현 수위가 높아지는 데는 OTT 플랫폼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국내 플랫폼인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를 넘어 최근 국내에 상륙한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등 OTT가 자체 콘텐츠의 표현에 있어서 크게 제약을 두지 않는다. 실제로 넷플릭스 드라마인 이정재의 ‘오징어 게임’, 유아인의 ‘지옥’ 등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들은 살인 등 잔인한 범죄를 가감없이 묘사했다. 한소희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 역시 극의 배경인 마약조직을 묘사할 때 잔혹한 범죄 장면을 여과없이 담았다.
OTT 플랫폼은 시청자 나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로그인하는 방식이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선정성과 폭력성 위험이 짙은 작품들에 전 연령대가 무방비로 노출되고, 이에 금방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드라마에도 비슷한 눈높이가 적용되면서 표현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에 더해 지상파와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의 드라마가 OTT 플랫폼 작품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도 19금의 등장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의 프로듀서는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처럼 요즘 OTT 드라마들이 글로벌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드라마 시장에도 빠른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며 “소재나 표현 방식에 있어서 망설이거나 금기됐던 일종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구경이’, ‘너를 만난 사람’처럼 채널에서 먼저 방송한 이후 OTT 플랫폼에서도 공개되는 작품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그런 면에서 한효주‧박형식 주연의 tvN 드라마 ‘해피니스’가 택한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이 눈에 띈다. 사람들이 좀비처럼 변하는 ‘광인병’에 걸려 혼돈에 빠진 세상을 다루는 이 드라마는 주말 밤 10시 40분 본 방송 직후 OTT 티빙에서도 순차 공개된다. 다만 티빙에서는 ‘무삭제판’으로 공개한다. 표현 순위에 대해 너그러운 OTT 버전에서는 광인병에 걸린 사람들의 괴기스러운 모습, 서로 물어뜯는 살육의 현장을 더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물론 19금이 꼭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톱스타 송혜교가 나섰지만 시청률은 6%대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같은 시간대에 조용하게 시작한 이준호‧이세영 주연의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 시청률 역전패까지 당했다. ‘너를 닮은 사람’도 고현정이라는 이름값이 무색할 정도로 시청률 3.2%에서 막을 내렸다.
19금 드라마를 향한 비판도 이어진다. 특히 3편의 시리즈로 완성된 SBS ‘펜트하우스’는 초반 화제와 달리 갈수록 선정성에 함몰돼 각종 논란에 휘말렸다. 주인공들이 청부 살인과 살인교사 등 잔혹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벌이는 이야기로도 빈축을 샀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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