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사정 어려워” 아이코 공주, 2억 원 육박하는 세금 아끼려 고모 왕관 빌려 써
NHK에 따르면 “티아라는 일본 여성 왕족이 격식 높은 차림에 착용하는 머리장식으로, 성년을 맞아 새롭게 장만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비용은 대략 1500만~2800만 엔(1억 5600만~2억 9000만 원)선이다. 얼마 전 결혼 문제로 열도를 떠들썩하게 만든 후미히토 왕세자의 장녀 마코 전 공주와 차녀 가코 공주가 성인식에 착용했던 티아라의 경우 2800만 엔대로 알려졌다.
티아라는 왕실 예산인 ‘궁정비’로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적 예산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국가의 소유물이며, 만일 여성 왕족이 결혼 등으로 왕실을 떠나게 되면 반납해야 한다. 마코도 결혼하면서 티아라를 반납해 총 8개의 티아라를 궁내청에서 보관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 성인이 된 아이코는 티아라를 새로 제작하지 않았다. 대신 고모인 구로다 사야코의 티아라를 빌려 써 화제가 됐다. 현지 언론들은 “아이코 공주가 ‘성년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싶다’며 자진 요청했고, 일왕 부부도 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세금을 들여 티아라를 만들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논란 많은 결혼식을 강행했던 마코와 비교하며 아이코를 칭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일본 왕실의 티아라 역사는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이지정부가 서구문명을 도입하면서 궁중 여성들의 정장이 양장으로 정해졌다. 가장 격식이 높은 예복의 경우 민소매 드레스에 긴 장갑, 머리에는 티아라를 착용했다. 당시 신문기사에 의하면 “티아라는 독일 장인에게 제작을 의뢰했으며, 다이아몬드가 60개나 사용됐다”고 한다.
디지털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컴퓨터설계 시스템을 활용해 티아라를 디자인하고 있다. 또 부품의 기초가 되는 형태도 3D프린터로 만든다. 다만, 조립이나 마무리는 모두 장인의 손을 거쳐야 한다. 1000개 가까이 되는 부품을 일일이 장인이 조립해가면서,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을 하나씩 끼워 넣는 식이다. 제작기간은 최소 반년. 왕실 티아라의 경우 약 1년 반이 소요되는 것도 있다. 한 전문가는 “티아라 제작이 일반적인 주얼리보다 높은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에 경험이 없으면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값비싼 티아라를 세금으로 제작한다’는 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분카가쿠엔대학의 다카키 요코 교수는 “화려한 티아라가 자칫 사치스러운 인상을 줄지 모르지만, 정장과 세트 개념”이라면서 “국가 간의 의례(프로토콜) 중 하나로서 왕실 여성이 티아라를 착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의 니시무라 야스히코 장관 역시 “티아라는 (여성 왕족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이며 낭비라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코 공주의 티아라와 관련해 “코로나 사태로 국비 제작을 보류했지만 머지않아 검토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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