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김정현 변요한 등 연기파도 즐비…‘전설’ 서울예대 90학번처럼 서로 밀고 끌고 시너지
#한예종 09·10학번을 아시나요?
요즘 업계 관계자들은 농담처럼 “배우 캐스팅하려면 한예종 09·10학번 졸업 앨범부터 찾아보라”는 얘기를 주고받는다. 이미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뿐만 아니라 아직 발굴되지 않은 초롱초롱한 신인들이 즐비한 학번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케이블채널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배우 김고은은 “이상이, 안은진, 김성철, 박소담, 이유영이 동기”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한예종 연기과 10학번에서 동고동락한 이들이다.
김고은이 영화 ‘은교’로 출발선을 끊은 이후 드라마 ‘도깨비’ ‘더킹’ 등을 통해 주인공 자리를 탄탄히 다졌고, 이유영은 2014년 영화 ‘봄’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배턴을 이어 받은 이후 최근에는 영화 ‘장르만 로맨스’에서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박소담은 영화 ‘기생충’의 주역으로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을 섭렵하며 주가를 크게 높였다. 2022년 1월 영화 ‘특송’의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 갑상선 유두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안은진과 이상이는 비교적 최근 주목받기 시작했다. 안은진은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서 매력적인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데 이어 단박에 JTBC 드라마 ‘한 사람만’의 주연을 맡아 연말 방송을 시작한다. 이상이는 올해 예능과 드라마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발군의 노래 실력을 뽐내며 여심을 사로잡았고,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이들보다 한 해 선배인 연기과 09학번에도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가 즐비하다. 배우 박정민, 김정현, 변요한을 비롯해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수호 등이 09학번의 간판이다. ‘동급 최강’ 연기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박정민은 독립 영화 ‘파수꾼’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불렸고,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과 ‘기적’에 이어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지옥’의 주연 배우로서 글로벌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변요한 역시 최근까지 영화 ‘자산어보’와 ‘보이스’ 등에서 군더더기 없는 연기력을 뽐냈다. 김정현은 최근 사생활 논란에 불거지기도 했지만,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철인왕후’ 등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는 연기로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실기를 중시하는 한예종 출신들은 전통적으로 ‘연기파 배우’의 산실로 불린다. 08학번에는 이제훈, 정소민이 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선균, 오만석, 이희준 등 연기력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이들이 즐비하다.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한예종은 커리큘럼이 탄탄하고 연기의 이론이 아닌 실제를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이 때문에 유명 제작사나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이 한예종 학생들이 올리는 연극을 보러 가기도 한다. 연기력과 스타성을 가진 이들을 일찌감치 입도선매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서울예대 90학번·중앙대 08학번
특정 기수에서 유독 스타가 많이 배출된 사례는, 연기과가 유명한 다른 학교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 ‘황금 기수’라 불리는 서울예대 90학번은 이미 ‘전설’로 통한다.
이 학번에는 충무로를 쥐락펴락하는 이들이 가득하다. 배우 황정민, 류승룡, 정재영을 비롯해 임원희, 이해영 등이 포함된다. 이들이 그동안 출연한 영화가 모은 관객만 더해도 2억 명이 훌쩍 뛰어넘는다. 류승룡은 2020년 9월 이들과 함께 찍은 대학시절 사진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하며 “벌써 30여 년 전. 서울예대 동기들. 맨 뒤 후드티가 정재영, 이해영, 황정민, 임원희”라고 적기도 했다.
이외에도 서울예대 90학번에는 방송인 신동엽과 원조 한류스타라 불리는 안재욱과 최성국, 이철민 등이 포함돼 있다.
또 다른 배우 사관학교라 불리는 중앙대에서는 08학번이 눈에 띈다. 손현주와 김희애가 50대, 하지원과 하정우가 40대 중앙대 라인을 대표한다면 08학번은 30대 라인을 책임지고 있다. 강하늘, 박신혜, 고아라, 김범, 김소은 등이 그 주인공이다.
동기 중에서 비교적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한 강하늘은 tvN ‘미생’을 통해 얼굴을 알렸고,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소위 ‘대박’을 터뜨리며 위상이 달라졌다. 박신혜는 또래 배우 중 가장 빼어난 한류스타다. 아역 배우로 시작한 그는 영화 ‘7번 방의 선물’, ‘콜’을 비롯해 드라마 ‘상속자들’, ‘미남이시네요’ 등 대표적 한류 드라마를 책임졌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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