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싱가포르·베트남 ‘심각’ 방역 강화 유턴…봉쇄 수준 중화권 안정적, 일본 확진자 급감 원인 미상
#너무 빨리 사라진 예방 효과
백신 접종률과 신규 일일 확진자의 수가 반비례할 거라는 믿음이 빗나갔다. 현재 아시아 주요 국가 가운데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싱가포르로 전국민의 87%가 2차 접종까지 끝났다. 대한민국은 1차 접종률이 84%, 2차 접종률도 81%나 된다. 그렇지만 싱가포르와 대한민국 모두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기고 있다.
중국만 반비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데 중국의 1차 백신 접종률은 85%이며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0.06명으로 아시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치명률 역시 7월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0.00%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이다. 싱가포르는 이미 7월 10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집계 중단을 발표하고 9월 6일 전격적으로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그렇지만 위드 코로나 시행의 여파는 대단했다.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7월 1일 2.52명에 불과했고 8월 15일에도 10.69명 수준이 유지됐으나 9월 6일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10월 1일에 390.83명으로 급증했고 11월 15일에는 483.80명까지 치솟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9월 24일 위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강화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그 여파가 11월까지 지속됐다. 12월 12일 기준 100만 명당 확진자 수는 108.74명으로 여전히 많지만 11월에 비하면 대폭 줄어든 수치다.
중국의 경우 높은 백신 접종률과 함께 여전히 강력한 방역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방역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중국은 동계올림픽을 앞둔 베이징 시의 방역 수위 강화를 위해 타지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모든 방문객에게 48시간 이내에 검사받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지참하도록 했다. 이런 까닭에 일일 확진자와 치명률 등 주요 수치가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 확진자 급증의 또 다른 이유는 너무 빨리 사라진 백신 예방 효과다. 높은 백신 접종률은 곧 백신 접종이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르게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싱가포르뿐 아니라 영국과 이스라엘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확인되고 있는데 백신을 빨리 접종한 만큼 예방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도 빨라졌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은 서둘러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홍콩, 대만 강력 방역정책 유지
중국을 비롯해 대만, 홍콩 등도 좋은 수치를 이어가고 있다. 12월 12일 기준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중국은 0.06명, 홍콩과 대만은 0.51명이다. 치명률은 모두 0.00%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은 백신 1차 접종률이 64%로 다소 낮지만 중국은 85%, 대만은 77%를 기록 중이다. 게다가 위드 코로나 시행 대신 강력한 방역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유명한 홍콩은 외국인 교류가 활발했던 곳이지만 여전히 국경을 봉쇄하고 있다. 2022년 중반까지 국경 개방을 연기했는데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신 접종률도 60%대로 다소 낮은 편인데 특히 80세 이상 인구의 17%만 1차 이상 백신을 접종하는 등 고연령층의 백신 접종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 홍콩의 국경 개방 연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경 폐쇄 등 강력한 방역 조치로 홍콩의 글로벌 금융 중심지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데 더 심각한 곳은 국가 수입의 상당 부분을 관광에 기대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대표적인 관광 국가인 베트남과 태국은 여전히 수치가 좋지 않다. 베트남은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7월 1일 4.95명까지 떨어졌지만 8월부터 80명대로 대폭 상승했고 12월에는 151.28명까지 치솟았다.
베트남 역시 노래방, 마사지, 스파, 바, 술집, 인터넷 카페, 마사지숍 등의 영업을 재개하며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했고 이후 다시 방역을 강화했다. 대부분의 비필수 서비스업이 다시 영업을 중단했고 하노이의 경우 11월 17일부터 타 지역에서 하노이 시로 진입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일주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도록 하는 강력한 조치까지 꺼내 들었다. 일부 도시는 아예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외출을 제한하고 있다.
태국도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가 8월 15일 307.67명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유지해 12월 12일 기준 47.80명을 기록하고 있다. 백신 1차 접종률은 베트남 76%, 태국 71%로 비교적 높게 형성돼 있다.
그나마 필리핀은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다.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며 완전접종 여행객을 대상으로 관광지 개방을 추진 중이다. 백신 1차 접종률이 36%에 불과하지만 주요 관광지역의 접종률은 높다. 보라카이의 경우 지역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고 여행업 종사자의 접종률은 90% 이상이다. 빠른 관광 재개를 위해 관광지 위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의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는 7월 1일 49.54명에서 8월 15일 106.39, 10월 1일 144.29명까지 치솟았지만 다시 안정세를 되찾아 12월 12일 기준 2.34명에 불과하다. 다만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면서 관광지 개방이 일시 중단됐다.
#일본 무증상 감염 통한 집단면역?
가장 극적인 반전을 일궈낸 국가는 단연 일본이다. 2020 도쿄올림픽 직후인 8월 15일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가 132.21명까지 치솟았지만 10월 1일에는 14.37명으로 급감했고 12월 12일 기준으로는 0.90명까지 낮아졌다. 이제는 중국, 대만, 홍콩 등과 비슷한 수치에 다가가고 있다. 이런 기세를 몰아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방지를 위해 11월 30일부터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8월에는 일본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3만 명에 육박했지만 기적적으로 갑자기 수치가 내려갔다. 2차 백신 접종률이 78%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일본에서는 일본인이 코로나19에 특별히 강한 유전·문화적 요인을 두고 다양한 주장과 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일본 매체 YTV는 집안에서 신발을 벗는 문화, 높은 BCG(결핵 예방 접종) 접종률, 마스크 보급, 낮은 비만도 등이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집안에서 신발을 벗고 마스크 보급이 잘 돼 있고 BCG 접종률이 높은 대한민국의 최근 확진자 급등세를 놓고 보면 딱 떨어지는 설명은 아니다.
이외에도 절반 이상의 일본인이 갖고 있는 백혈구 항원(HLA) 타입인 ‘HLA-A24’가 코로나19 백신의 중증화와 사망을 낮췄다는 분석, 일본에서 우세종이 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특정 변이가 추가돼 감염력을 잃었을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델타 바이러스 자멸설’ 등도 제기되고 있다(관련기사 일본 코로나19 확진자 급감 ‘불가사의한 성공’ 스토리).
가장 신뢰도가 높은 주장은 백신 효과와 무증상 감염을 통한 ‘집단면역 설’이다. 일본에서는 7월부터 본격적인 백신 접종이 시작됐는데 이 시기에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도쿄 올림픽이 열리면서 확진자가 급증했다. 게다가 젊은 층에서는 무증상 확진자들이 많았는데 검사 부족으로 자신이 확진됐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간 사례도 많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백신 접종이나 감염을 통해 면역력을 갖게 된 일본인이 급증하면서 일시적인 집단면역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백신의 예방효과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 일본에서 또 다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부스터샷 간격을 ‘2차 접종 후 8개월’로 고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부스터샷 간격을 5~6개월 이내로 조정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3개월로 조정했다. 이런 까닭에 일본의 감염병 전문가들이 “다음 유행을 막기 위해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일괄적으로 앞당기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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