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유출 논란’ 공수처 압수수색에 불만…“무고함 밝혀달라” SOS에 소극적 대응 실망감 표출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주요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던 김오수 총장. 그 어느 때보다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내년 초 이뤄질 소규모 인사에서 친여권 성향 검사들의 승진이 점쳐지는데, 이 과정에 김오수 총장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사들 “도와달라” 호소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기소했던 수원지검 전 수사팀은 대검 감찰부의 감찰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압수수색 등이 연이어 진행되자 결국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SOS’를 쳤다.
여러 차례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대검 감찰부와 공수처 등에 대해 비판했던 수사팀은 12월 5일 김오수 검찰총장을 겨냥한 글까지 올렸다. 입장문에서 수원지검 전 수사팀은 “대검 감찰부가 이성윤 공소장 유출 논란 관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해 무고한 검사들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공수처가 대검과 수사팀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단행 또는 예고하면서 절차적 위법 논란을 빚은 상황에서, 진상조사 결과 팀원들의 혐의가 없음이 드러났으니 검찰총장이 총대를 메고 나서서 공수처 등으로부터 보호해달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김 총장은 검찰 내부의 기대감과는 다른 행보를 선택했다. 김오수 총장은 지난 7일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다른 국가기관이 법원 영장을 발부받아 진행 중인 수사, 현행 규정상 자율성이 부여된 대검 감찰 조사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수사·감찰에 관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응답했다. 그러면서 “무거운 마음이다. 사필귀정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예세민 대검 기조부장이 공수처 여운국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 내부 우려를 전달하는 것으로 내부 불만을 달래기로 했다. 예세민 기조부장은 “검찰 내부게시판에 보복수사, 표적수사 등의 항의 글이 올라온다”며 우려를 표하는 선에서 수사팀 등의 불만을 전달했다. 김 총장은 위 대응을 포함 “최근 (공수처의) 대검 압수수색에 대한 검찰 구성원들의 의견은 이미 적절한 방법으로 관련 기관에 전달했다”고 갈음했다.
검찰 내부에서 ‘소극적 대응’이라며 불만어린 목소리가 더 커지는 이유다. 실제 김 총장은 지난 6월 취임한 뒤 주요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11월에는 대검 감찰부에서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 위법 포렌식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총장이 관여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혀 검사들로부터 ‘실망스럽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수도권에서 근무 중인 한 검사는 “총장에게는 여러 역할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검사들을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선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이번 논란들을 보면 ‘총장은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들을 보호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힌 셈이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더욱 실망하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윤 고검장의 공소장 언론 유출 의혹은 ‘작은 사건’을 너무 크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 관계자는 “첫 재판이 이뤄지기 전 공소장이 언론에 유출된 것은 크게 보아도 징계면 충분하다”며 “공수처는 물론, 대검 감찰부까지 나서는 것도 좀 과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인사에서도 존재감 작아질 듯
분위기 쇄신과 함께, 통상 없던 리더십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묘수로 꼽히는 인사가 예상되지만 김 총장의 리더십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선을 앞둔 2022년 초, 부부장검사 이상 차장검사 이하의 고검 검사급을 중심으로 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대해 “구상 중”이라며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13일 기자들을 만난 박 장관은 “인사권자 의중도 여쭤봐야 하고 현재로선 콘셉트를 잡아봐야 하지 않나 싶다”며 인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내년 3월 남양주지청이 새로 문을 열고, 수원지검 평택지청 안산지청 등에 새로운 부서가 신설되면서 중간간부 인사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인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2월 평검사 정기인사와 시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서는 친여권 성향의 몇몇 검사들의 ‘검사장 승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논하는 자리에 검찰총장의 몫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의 대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법무부 장관의 인사 주도가 심화됐다”며 “앞선 인사 때도 김오수 총장의 입장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소규모로 이뤄질 내년 초 인사에서 총장 몫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6월 박범계 장관은 고검검사급 검사 652명을 대상으로 보임·전보인사를 단행했는데, 당시 김오수 총장을 만나 의견을 들었지만 김오수 총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의미 있는 보직을 받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대선이 다가오면서 김 총장의 리더십은 더욱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검찰총장을 시작으로 한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하다”며 “선거결과 전에 대규모로 한다면 역풍이 우려돼 소규모로 할 것이고 그 후에도 검찰은 다음 정권에서 이뤄질 인사를 보고 대비할 것이기에 김 총장의 존재감은 선거 결과에 따라 지금보다 훨씬 더 작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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