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봉모 의원 내세워 ‘강릉의 외손’ 자부…‘절친’ 권성동 ‘친윤 시발점’ 이양수가 핵심 측근
12월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강릉 중앙시장을 방문해 강원도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는 “강릉의 외손이 강릉에 왔다”고 힘차게 외쳤다. 그러면서 “무도하고 무능한 정권을 반드시 교체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강원도와의 인연을 되새겼다. “이 거리가 제 외가가 있던 곳이다. 어릴 때 늘 놀던 곳”이라고 윤 후보는 말했다.
윤 후보가 ‘강릉의 외손’이라고 외친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강릉 토박이들은 윤 후보의 가족사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윤 후보 외조모는 강릉 출신이다. 외조모 남동생은 강릉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고 이봉모 의원이다. 2016년 2월 별세했다. 이 전 의원은 한국국민당 소속으로 11~12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지역구는 강릉시·명주군·양양군이었다. 당시 영동 지역 핵심 지역구에서 비민정당 소속으로 민정당 후보와 함께 공동 당선됐다.
이 전 의원은 정치를 시작하기에 앞서 공학자 출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강릉 출생인 이 전 의원은 강릉상고(현재 강릉제일고)와 한양대 공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엔 고려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공과대학 학장을 지낸 그는 1970년대 후반 대한해운공사 사장을 역임한 뒤 정치에 입문했다. 강릉을 비롯한 영동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유권자들에겐 낯설지 않은 이름이라는 것이 강원도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강원도 정치권 관계자는 “윤 후보가 이번에 강릉을 방문해 외손이라는 단어를 꺼냈는데, 이 단어를 꺼냄으로써 50대 이상 유권자들은 이봉모라는 이름을 다시 기억하게 됐다”면서 “장·노년층 인구 이동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강릉에서 꽤나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기소개를 했다”고 분석했다. 강릉에 오래 거주한 유권자들 사이에선 윤 후보가 이 전 의원과 혈연관계라는 점이 재조명되며 관심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윤 후보의 강원 공략 수단은 혈연 마케팅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그의 핵심 측근이라 꼽히는 인물 중 현역 의원 두 명이 강원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민의힘 사무총장 직을 맡고 있는 ‘측근 중 측근’ 권성동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될 정도로 강릉에서 확고한 입지를 자랑하는 정치인이다. 윤 후보가 정치 입문을 선언하기 전인 5월 29일, 권 의원은 윤 후보와 강릉에서 회동했다. 이 만남으로 권 의원은 ‘윤석열이 처음으로 만난 정치인’ 타이틀을 얻었다.
당시 윤 후보는 외가 친인척과 외조모 산소를 성묘한 뒤 권 의원과 전격 회동했다. 검사 출신이란 공통 분모를 가진 윤 후보와 권 의원은 강릉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죽마고우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사 경력으로 보면 권 의원이 윤 후보보다 선배이기도 하다. 이날 만남에서 ‘윤석열 중심 정권교체론’을 피력한 권 의원은 윤 후보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당내 ‘친윤계 의원’ 시발점으로 꼽히는 이양수 의원 역시 강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의 지역구는 속초·인제·고성·양양이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양수 의원의 경우엔 윤석열 후보가 대권 주자로 부상할 당시 무소속이었던 권성동 의원을 제외하면 국민의힘 소속 의원으로는 거의 처음으로 친윤계를 구성한 인사로 꼽힌다”면서 “빠르게 윤석열 후보 쪽에 흡수되면서 윤석열 캠프 내부에서 입지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후보 살리는 선대위에서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되며 대외 소통 관련 실권을 쥐었다.
공교롭게도 이봉모 전 의원이 국회의원 재임 당시 지역구를 뒀던 강릉과 양양의 현직 의원들이 윤석열 후보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동해·태백·삼척·정선이 지역구인 이철규 의원 또한 8월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며 ‘친윤계’로 분류된다.
대통령 5년 단임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제6공화국이 출범한 뒤로 강원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던 19대 대선을 제외하면 13~18대 대선에선 모두 보수 후보가 우위를 점했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전국 단위 득표율로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강원에서 34.2% 득표율을 기록했다. 순위 상으론 1위지만, 득표율로 따지면 대구·경북 다음으로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곳이 강원이었다.
지난 대선과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강원에선 영동·산간 지역에서 보수정당이 우세했고, 영서 지역에선 진보정당이 경합 혹은 우세를 점하는 양상이 보였다. 영서 지역인 원주에선 ‘민주당 강원 간판’이라 불리는 이광재 의원 지지세가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는 ‘외손 프레임’을 강조하며 영동권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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