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머스트잇·트렌비 등 톱스타 모델 기용 후 급성장…진품 신뢰도 확보 위해 오프라인 매장 검토 중
#거침없는 이커머스 매출 성장
올해도 한국 명품 시장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142억 달러(약 16조 원)로 국가별 명품 시장 규모에서 7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4.6% 성장한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 위기가 있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중국, 대만 등의 럭셔리 시장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급격히 회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품목 별로도 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주요 품목인 명품 의류·신발 시장이 4조 8190억 원으로 가장 큰 규모였다. 이어 가죽 제품(4조 1882억 원), 화장품 및 개인위생용품(2조 7871억 원), 쥬얼리(2조 4847억 원), 시계(1조 1177억 원)가 뒤를 이었다. 특히 화장품은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지만, 고급 향수·핸드크림류 판매는 오히려 증가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부문 총괄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인기였던 ‘스몰럭셔리’,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부상한 ‘보복 소비’와 더불어 타인 눈에 자연스럽게 띄길 바라는 이른바 ‘선택적 럭셔리’가 명품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처 별로는 백화점 매출이 11조 8850억 원으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이커머스 부문의 성장세다. 이커머스 매출액은 1조 74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7.2% 늘어났다. 온라인 명품 구매 비중은 2016년 8.9%에서 올해는 11%까지 증가했다. 명품은 비싼 만큼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대표적인 제품군이었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 중심의 비대면 쇼핑이 부상하면서 고정관념이 빠르게 깨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11월 기준 발란·트렌비·머스트잇 등 3개 명품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수(안드로이드·iOS)는 전년 대비 3~15배 늘었다.
#명품 플랫폼에 몰리는 시장 자금
지난해부터 차츰 성장세를 보이던 명품 플랫폼들은 이 같은 추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힘을 싣고 있다. 올해부터 저마다 톱스타를 모델로 내세우며 마케팅 강화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발란은 배우 김혜수를 기용한 광고를 10월부터 선보이자마자 월 거래액(461억 원)에서 신기록을 달성했다. 11월 거래액은 572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액(512억 원)을 돌파했다는 것이 사측 설명이다.
앞서 머스트잇은 배우 주지훈을 광고모델로 한 첫 TV 광고를 시작한 8월 20일부터 한 달간 거래액 320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기용 시점 기준 두 달여 간에는 누적 거래액이 9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머스트잇은 전했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2500억 원)의 3분의 1가량이 두 달 만에 발생한 셈이다.
지난 9월 트렌비는 김희애와 김우빈을 새 모델로 기용했다. 11월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1% 급증한 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트렌비는 12월 거래액 8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치패션도 배우 조인성을 기용해 캠페인을 이어가면서 신규 가입자 수와 이용자가 큰 폭으로 뛰었다.
시장 자금도 명품 플랫폼에 몰리고 있다. 발란은 누적 투자금 445억 중 올해 유치한 금액만 325억 원으로 전체의 73%에 달한다. 트렌비는 2019년 시리즈A 투자를 시작으로 올해 220억 원의 C라운드 투자를 유치해 3년 만에 누적 투자액 400억 원을 달성했다. 머스트잇은 올해 130억 원의 자금을 신규로 확보했다. 지난 8월 캐치패션의 운영사 스마일벤처스는 21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다만 한계점도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직접 상품을 보여줄 수 없으니 진품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명품 플랫폼들이 가품 위험성을 줄이고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 오프라인 매장 운영 계획을 밝힌 배경이다. 명품 플랫폼들이 병행 수입과 구매대행, 오픈마켓 등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 점도 신뢰를 갖기 어려운 구조다. 병행수입은 공식 수입업체는 아니지만, 일반업체가 명품 브랜드 상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젊은층이 톱스타가 광고에 나오면서 플랫폼을 통해 명품을 구매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시장을 보면 백화점과 비교하기엔 턱없이 작은 규모”라며 “플랫폼에서 구매한다면 백화점처럼 100% 정품 여부를 확인할 방법도 마땅치가 않다”고 말했다.
#'면세점 수요 흡수' 백화점의 자신감
지난해 코로나19로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가 발표한 ‘2020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8.4% 증가했다. 2019년 14.2% 증가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특수까지 누리면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은 3.6% 감소했다. 오프라인 유통은 지난 2019년 1.8% 감소한 데 이어 2년 연속 매출이 줄었다.
이런 가운데 이커머스 성장폭 확대는 장기적으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명품의 경우 백화점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사업 부문이다. 다른 카테고리의 부진 속에서 나홀로 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명품의 비중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3사 매출에서 명품을 비롯한 해외 유명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4.5%에서 지난해 29.3%, 올해 상반기 35.4%까지 치솟았다.
백화점업계는 이커머스 명품 시장의 성장세와는 별개로 성장세를 자신하고 있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 명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도 백화점에서 이를 하지 않는 이유가 가품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면세점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선 공식 판매처로서 고급 소비재를 유통하는 백화점의 입지가 흔들리기는커녕 더욱 커질 것”이라며 “최근에 명품 브랜드 샤넬이 글로벌 단독 아이스링크장을 잠실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광장에 선보였다. 명품 기업들이 이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데, 아무 곳에서나 하지 않는다. 기존의 유통채널들과 협업하는 것이 대세”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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