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권자 국토부, 신도시 개발 계획시 문화재청 ‘의견 조회’ 없어
갈등이 진정되지 않자 검단신도시 택지수급 계획을 수립한 국토교토부(국토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국토부가 문화재 인근 지역에 신도시 개발 사업 계획 수립시 문화재청과 협의해야 한다는 국가법령이 존재하지 않아 소극 행정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신도시 개발 사업은 지구지정 및 계획 단계와 시행 단계를 거친다. 지구지정이란 사업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절차로 신도시의 면적, 위치, 주택 수 등 기본계획 수립과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말한다. 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지정권자는 신도시 개발 부지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를 의미한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검단신도시 지정권자는 국토부이며 인천도시공사, 인천시, 한국주택토지공사(LH)는 시행자다. 국토부는 지정권자로서 검단신도시 택지수급 계획 수립과 예정지구 조사에 참여했다. 신도시 개발 부지를 지정한 국토부는 검단신도시 관련 택지수급 계획 수립 당시 문화재청에 의견 조회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검단신도시 신사업 개발에 대해) 국토부에서 (문화재청에) 의견 조회가 없던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지정권자로서 국토부가 김포 장릉 경관 훼손과 관련한 갈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여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검단신도시) 지구지정시 문화유산에 대한 협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10년 전 일이라 자세한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문화유산 인근 지역에 신도시 개발 사업을 계획할 때 문화재청에 의견 조회가 필요하다는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국가법령정보센터에는 국토부가 신도시 개발 사업 지정권자로 참여할시 인근 문화재 보호에 대한 문화재청에 의견 조회를 해야 한다는 규칙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장릉 인접 구역까지 신도시 지역으로 지정한 국토부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김포 장릉 관련) 구체적인 조사나 방지 조치 마련은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와 문화재청이 협의해서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문화재 보호구간인 것을 인지해 (인천도시공사에서) 문화재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문화재청과 직접 김포 장릉에 대해 논의한 것이 아니라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가 문화재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에 비난이 제기되는 까닭은 지정권자로서 신도시 개발 부지를 지정할 때 막무가내로 지정할 것이 아니라 문화재와 문화유산 지역 등을 철저히 고려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 국토부는 2009년부터 검단신도시 택지개발사업과 관련해 개발계획과 실시계획 변경 승인을 각각 7차례, 6차례에 걸쳐 고시했다. 국토부는 2017년 1월 문화재청의 강화된 심의 고시 발표 후에도 검단신도시 택지개발사업 관련 개발·실시계획 변경 승인을 4차례나 고시했다. 그러나 여기엔 문화재보호법과 문화재보존영향검토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국토부 고시인 ‘인천검단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에도 갈등을 빚고 있는 부지에 대한 문화재보호법 관련 언급은 없다.
김포 장릉 아파트 갈등이 심화되면서 다른 왕릉 주변 신도시 개발사업에 대해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습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함께 경기도 고양시 서오릉(경릉·창릉·명릉·익릉·홍릉)과 서울시 노원구 태릉·강릉 인근에서 각각 창릉신도시와 태릉CC 공공택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신도시 개발 인근에 서오릉과 태릉, 강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인천 검단신도시 인근 김포 장릉과 비슷한 상황.
국토부는 지난 11월 "창릉 신도시 및 태릉지구는 입지검토 및 개발구상 단계부터 경관분석 등을 통해 서오릉, 태릉 등 문화재에 대한 영향이 없도록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영향평가(시각영향 등 종합평가)를 선제적으로 진행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보호·유지에 영향이 없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토부가 김포 장릉 사태를 인식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허술한 법망과 정부기관의 책임 회피가 언제든 김포 장릉 아파트 갈등 사태와 같은 행정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토부와 문화재청 간 협의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법무법인 정향의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 국가지정문화재와 보호물 또는 보호구역 안에서 건축물 등을 신축, 증축, 개축, 이축 또는 용도 변경하는 행위를 할 경우 문화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당초 국토부가 (신도시 개발 계획 등을 할 때) 부지에 대한 파악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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